제임스는 기분이 좋았다.
나이 서른아홉에 비로소 여자 친구를 만들었다. 비록 로봇이지만 그가 늘 꿈꾸던 이상형이다. 3차 세계대전 이전, 1968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한, 당시의 올리비아 핫세를 쏙 빼닮았다. 그는 요즈음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금발의 섹시 글래머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청순가련형 스타일에 푹 빠져있다. 긴 생머리와 우수에 찬 짙은 황갈색 눈을 사랑했다. 그는 그녀를 얻기 위해 10년 동안 돈을 모았다.
그는 가난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선생을 하였다. 그래서 늘 적은 급여를 받았다. 그는 싱글 침대와 화장실이 한 공간에 있는 13층 원룸 아파트에 살았다. 그는 돈을 아끼기 위해, 하루에 한 번,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웠다. 그의 휴대폰은, 50년 전에 단종이 된, 낡은 애플 아이폰 34 프로였다. 이미 모든 모서리는 깨지고 액정화면은 금이 갔으며 6개의 부착 카메라는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그의 할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산이었다.
그는 집에 오면 늘 휴대전화기를 켜고,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유튜브의 2D 영상을 메타데이터에서 가져와 시청하곤 하였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음악을 즐겨 들었다. 지금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팝과 하드락에 그는 묘한 매력을 느꼈다. 그는, 이제 전설이 된, <BTS> 노래 대부분을 따라 불렀고 <린킨 파크> 음악을 흥얼거렸다. 한마디로 그는 메타 시대를 살아가는 아날로그형 디지털 인간이었다.
그는 늘 외로웠다.
마지막 대 전쟁 발발 시기에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외딴곳에 숨어 지냈다. 전쟁은 참혹했다. 도시 대부분은 파괴되었고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게다가 변종 바이러스 전염병이 창궐하여, 사람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고립 생활을 하였다. 그는 성인이 될 때까지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을 구경할 수 없었다.
그가 다시 도시로 돌아왔을 때, 세상은 가진 자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빈부의 격차는 나날이 커졌다. 소수의 부자는 대부분의 첨단 기술을 장악했다. 그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막강한 부를 쌓았다. 그리고 곧 권력과 결탁하였다. 권력은 바로 욕망이었다.
그들은, 영장류의 진화에서 1,600만 년 동안 이어져 온 사회적 일부일처제를 법적으로 없애버렸다. 저명한 인류학자인 레반도프스키 박사의 저서 <영장류의 자유 연애론>이 빌미가 되었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주장하였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의 수컷에게 가장 좋은 전략은 많은 암컷을 상대하는 것’이라고. 정치인과 통제된 언론은 자유연애의 당위성을 대중에게 설파했다.
결국, 일부다처 혹은 일처다부가 행정적으로 보호받는 시대가 열렸다. 그러자 결혼 쏠림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돈 많고 잘 생기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들이 여자 대부분을 차지해버린 것이다. 당시 도시의 남녀 성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간 더 많은 수준이었으나, 결혼 적령기 미혼율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즉, 대부분의 가난한 남자들은 짝을 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사회 인력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성적 불만이 팽배한 사회로 변모한 것이다. 그러자 다양한 방법으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춘과 유사 성행위 업소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폭력도 늘고 마약, 알코올 소비도 증가했다. 동성애도 늘고 여자를 납치하는 사례도 번번이 일어났다. 자살률도 끝없이 올라갔다.
제임스가 사는 도시 외곽의 아파트 촌은, 주민 대부분이, 홀로 사는 남자였다. 그야말로 남자 마을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날이 황폐해졌다.
하지만 인간은 늘 그렇듯이 방법을 찾아내곤 하였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가난하고 외로운 늑대들을 위한 구원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의 이름은 일론 멜론.
그는 화성 테라포밍 프로젝트에서 AI 로봇 제작 기술자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외골수인 데다 음주 문제로 동료들에게 따돌림당하다 결국 회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변함없이 그날도 집에서 반주 삼아 위스키 석 잔을 비우고 3D 포르노 사이트를 기웃거리던 중, 광고 배너에 이끌려 자위기구 판매 사이트를 방문하였다. 그것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게 만든 순간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남성 자위를 도와주는 인형을 본 것이다.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그의 정수리를 때렸다.
그해, 인간과 거의 비슷한 인형을 제작하는 일본의 <다나카 돌스> (Danaka Dolls) 함께 공동으로 <에로 돌스>(EroDolls)>를 창업한 그는, 이듬해 첫 AI 섹스 로봇 <마라린 먼로 버전 1>을 출시하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피부 조직과 미모, 동작은 무척 자연스러웠으나, 여전히 인간보다는 인형에 가까웠으며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문제였다.
하지만 사회적 불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던 소수의 권력자에게는 충분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섹스 로봇을 국책산업으로 지정하고, <에로 돌스>를 우선 지원 업체로 선정하였다. 정부는 무엇보다 가장 먼저, 높은 가격을 대폭 낮추기 위하여 공장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는, 양국 간 경제 협력 컨소시엄 양해각서를 발 빠르게 추진하였다. 그리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표정과 몸매를 만들기 위하여, 당시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강남 일대 성형외과 의사들을 대거 스카우트하였다.
그렇게 하여 탄생한 <마라린 먼로 프리미엄 프로 버전 7.3>은 섹스 로봇의 전설이 되었다. 한 언론의 기사 제목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
<먼로의 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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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는 들뜬 마음을 누른 채, 플라잉 택시를 타고 <에로 돌스> 고객센터로 향했다. 평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그는 오늘만큼은 약간의 사치를 부리고 싶었다.
일주일간의 제품 사용 교육과 적응 단계를 모두 마친 그는, 드디어 그의 여자를 오늘 만나게 되는 것이다.
제품명 : <핫세 프리미엄 에로 버전 13.44F>
원산지 : Made in America
이미 7년 전에 출시되어 2번의 주인을 거친 중고제품이었다. 하지만 정비센터에서 무상 초기화 및 업그레이드가 잘 진행되었고, 무료 <안마 서비스> 모듈 및 최신 유행 신음까지 보너스로 탑재한 상태였다. 그의 재정적 능력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셈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Made in America>라는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최고 품질의 섹스 로봇은 한국산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제임스가 감당할 수 없는 고가 제품이었다. 심지어 중고제품도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팔렸다. 그나마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중국산이었다. 한국산 대비 가격은, 삼 분의 일 정도였지만 품질면에서는 일반인들이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다만 중국 내 노총각 수가 급증함에 따라, 내수 시장의 수요도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중국 정부는 원천적으로 자국의 로봇 수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말았다.
아메리카 제품은 한 때 최상의 품질로 인기를 누렸으나, 보안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급락하고 말았다. 즉, 수많은 제품이 불법 개조 및 복제가 되어 전 세계로 팔렸으며,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예를 들자면, 섹스 도중 주인의 성기를 입으로 절단하는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제임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거의 40년 세월을 고독한 싱글로 보낸 그로서는, 여인의 품속이라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옮기며, 안내에 따라 지정된 69번 만남 방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2시간의 첫 만남을 보내고 나서, 최종 구매 계약서에 사인하고 나면, 그녀는 완전히 그의 것이 되는 것이다.
방은 작지만, 침대는 넓었다. 약간 어두운 붉은 조명 속에 로맨틱한 재즈 음악이 흘렀다. 그는 약간 엉거주춤한 상태로 선 채 여자를 기다렸다. 그의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쳤다. 일 초 일 초가 영원히 멈추듯이 천천히 흘렀다. 동시에 그의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그는 탁자에 놓인 음료수를 병째로 벌컥벌컥 마셨다. 그가 병을 비우는 사이 그녀가 들어왔다. 진한 재스민 향이 좁은 공간을 금세 가득 채웠다. 그녀는 반투명의 실크 란제리 차림이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에게 사뿐 사뿐히 다가와 익숙한 듯이 그에게 안겼다. 그리고 그가 말할 틈도 없이 그녀는 그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개었다. 그녀는 탁월한 섹스 기계였다.
남자의 옷을 한풀 한풀 벗긴 뒤, 자연스러운 자세로 그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는 자신이 왜 좋은 제품인지를 마치 홍보라도 하듯이 아주 부드러운 손끝으로 그의 전신을 안마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이 스르르 자동으로 감겼다.
제임스의 입에서는 삶의 희열이 터져 나왔다. 그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기쁨을 노래했다. 지나간 모든 고통과 외로움이 한꺼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는 비로소 세상의 한가운데, 주인공으로 우뚝 선, 자존감을 한껏 내뿜는 수컷 사자로 돌아왔다.
그는 이제, 그녀를 쓰러뜨리고 자기 성기를 그녀의 몸속으로 깊숙이 집어넣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그런데 그 순간, 묵직한 압박감이 팔에서 느껴졌다. 그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여자의 손에 쥐어진 주사기를 보았다. 그녀는 익숙한 듯 자신의 왼쪽 유방을 열어 투명 유리병 속에 담긴 액체를 주사기에 담고 있었다.
순간, 제임스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젠장!!!, made in America!!!”
그의 여자는 마약 로봇으로 개조된 복사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