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터미네이터

by 남킹

세르델타포스(SDF) 7320F형. 그는 사이버네틱 오가니즘이다. 줄여서 사이보그.


2144년 10월 18일. 그가 태어난 날이다. 그는 달의 뒷면, 삭막하고 외진 곳에 건설된 휴애스비전테크사의 하청 공장에서 3만 대의 특수 목적 휴먼형 AI 중 하나로 등록되었다.


그의 몸은 4만 9천 개의 생체 부품으로 이루어졌고 창조주이신 사람과 아주 흡사하다. 사실 특수 스캔 없이 맨눈으로 구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는 30대 중반의 건장한 아시아인 모습이다. 그의 모델은 그가 태어나기 100년 전에 살해당한 한국인이다. 그는 종군기자였고 아르메니아 국경 지역에서 유탄에 맞아 즉사했다. 그곳은 <4차 유아 전쟁> - 몰락한 미국을 대신할 패권전쟁으로 유럽연합과 아시아 동맹의 국지적 성격의 전쟁. 주로 동유럽 지역 국가들의 피해가 큼 – 의 격전지로, 카스피해와 흑해를 두고 갈등과 긴장은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갔다. 사실 2066년의 대멸종(아마겟돈)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의 탄생은 바로 그러한 연유에 기인한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기록과 맥을 같이한다. 동족을 죽이는 행위는, 이 고등한 동물이 지구에서 행한 수많은 악행 중에 단연 독보적이다. 그로 인한 이차적 피해 – 환경오염 및 각종 생물의 멸종 등 – 는 차치하고서 말이다.


인간의 과학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아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그에 비례하여 파괴의 기술도 놀랍도록 진보적이다. 폭력과 과학. 얼핏 보면 상반된 것 같으나 놀랍도록 상호보완적이다. 전쟁은 과학을 발전시키고 과학은 전쟁을 도왔다. 전쟁 대부분의 승리는 앞선 기술이 가져갔다.


그는 그러한 과학이 낳은 최고의 작품이다. 인간 게놈 서열분석이 완벽히 이루어졌다. 인공 장기의 재료, 구동장치, 에너지원, 계측, 제어 기술이 놀랍도록 정밀해졌다. 새로운 3차원 배양 접시 기술로 만들어진 자가 조립 미세 조직이 개발되었다. 그리고 인간 신체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는 성장 인자를 투여받고, 그의 본래 기관의 플라스틱 복제품에서 완벽하게 배양되었다.


인공 심장, 인공 폐, 인공 이자, 인공 청각기관, 인공 피부, 인공 간, 인공 관절, 인공 문부와 유문부, 인공 음핵, 음경, 인공 청각, 인공 전자 안구, 망막, 시신경, 인공 사지, 인공 췌장, 인공 흉선, 인공치아, 인공 방광 심지어 인공 난소가 완벽하게 구현되었다. 그의 혈관에는, 배아줄기세포를 적혈구로 분화시켜 만든 인공 혈액이 돌아다닌다.


인공 신경계는, 신경계 사이의 직접적인 전기적 커뮤니케이션이 완벽하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를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번역기가 완성되었다.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구현. 인간이 마침내 창조한 인조인간.


호모(Homo). 사람 속. 250만 년 전에 지구에 등장한 호모. 하지만 모든 호모는 지구에서 사라졌다.


호모 가우텐겐시스, 호모 게오르기쿠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로데시엔시스, 호모 루돌펜시스,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 호모 세프렌시스, 호모 안테세소르, 호모 에렉투스, 호모 에르가스테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헤이델베르겐시스.


그는 이제 마지막 호모. 호모 사피엔스의 멸족을 위해, 인간의 마지막 거주지, 남극으로 가는 지구 행 우주 왕복선에 몸을 실었다.


그는 호모 터미네이터(Homo Terminator)이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지구를 살리는 것이다.


그레고리 흘라디의 묘한 죽음 (2).jpg
거짓과 상상 혹은 죄와 벌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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