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언제나 길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 이것은 마지막 밤이다.
공기는 소독약 냄새와 늙은 육신이 뿜어내는 희미한 부패의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병실은 감옥이었고, 침대는 관이었다. 나는 ‘리륀칭(李润清)’이라는 가짜 이름 아래 누워 있었다.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장칭(江靑)’이라는 이름은 이제 금기어이자 저주의 낙인이 되어, 나를 평생 따라다니는 망령처럼 등 뒤에 서성일 뿐이다. 사람들은 내가 그 이름과 함께 잊히기를 바랐다. 아니, 그 이름이 저지른 모든 죄악의 무게에 짓눌려 영원히 고통받기를 바랐다. 어리석은 것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나의 고통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죄를 씻어줄 희생양의 영원한 존재감이었다.
창밖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고, 베이징의 5월 밤공기는 아직 서늘했다. 간호사는 두 시간 전에 진통제와 수면제를 놓고 나갔다. 나는 약을 삼키는 척 혀 밑에 숨겼다가, 그녀가 문을 닫고 멀어지는 발소리를 확인한 뒤에야 조심스럽게 뱉어냈다. 정신이 흐릿해져서는 안 된다. 이 마지막 연극의 막을 내리는 것은, 온전한 나의 의지여야만 했다. 정신이 맑아야만 했다. 내 인생의 시작은 타인의 손에 의해 더럽혀졌지만, 그 끝만큼은 내 손으로 매듭지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나는 앙상하게 마른 팔을 들어 베갯잇 아래를 더듬었다. 손끝에 부드럽고 차가운 감촉이 닿았다. 지난 몇 달간, 딸 리나(李訥)가 면회를 올 때마다 하나씩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던 비단 손수건들.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늙은 어미의 마지막 소원이라 생각하고 군말 없이 가져다주었다. 옅은 분홍색, 하늘색, 상아색… 한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색들이었다.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나는 이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값비싼 비단으로 온몸을 치장했었다. 하지만 지금 내 손에 들린 이 몇 장의 손수건은, 그 모든 사치와 권세보다 더 무겁고 단호한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이것들은 내 마지막 품위이자, 내 마지막 무기이며, 내 마지막 탈출구가 될 것이다.
손수건을 하나씩 꺼내 매만졌다. 부드러운 감촉이 손끝을 스칠 때마다, 잊었던 시간의 편린들이 먼지처럼 피어올랐다. 이 부드러움은 내 인생과 얼마나 거리가 멀었던가. 내 삶은 언제나 거칠고, 날카롭고, 잔인했다. 삽자루의 서늘한 쇳조각, 무대 뒤편의 거친 삼베 의상, 감옥의 축축한 시멘트 바닥, 그리고… 그의 손길. 그래, 그 남자의 손길조차도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소유욕이었고, 지배욕이었으며, 필요에 의한 탐닉이었다. 사랑이라고 믿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것은 가장 정교하게 위장된 권력의 다른 이름이었을 뿐이다.
나는 손수건들을 하나로 묶기 시작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몇 번이나 놓쳤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매듭 하나하나에 내 인생의 분노와 슬픔, 원한과 회한을 담아 단단히 옭아맸다. 이 매듭은 결코 풀리지 않을 것이다. 마치 내 삶에 엉겨 붙은 지독한 운명의 사슬처럼.
오늘이 며칠이더라. 1991년 5월 13일. 달력을 보지 않아도 날짜는 선명했다. 지독한 아이러니. 정확히 25년 전 오늘, 1966년 5월 13일. 바로 그날, 정치국 회의가 열렸고, ‘5·16 통지’의 초안이 통과되었다. 프롤레타리아 문화대혁명의 불길이 공식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한 날. 나의 시대가 열린 날. 내가 ‘리칭윈’과 ‘란핑’의 허물을 벗고, 역사의 무대 전면에 ‘장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바로 그날.
25년 전의 나는 무엇을 꿈꾸었나. 세상을 뒤엎고, 낡은 모든 것을 파괴하며, 주석의 사상을 온 천지에 뿌리내리는 위대한 혁명의 기수가 되리라 믿었다. 아니, 솔직해지자. 나는 복수를 꿈꾸었다. 나를 멸시했던 모든 것들, 나를 짓밟았던 모든 기억들, 내게 상처를 주었던 모든 이름들을 남김없이 파괴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폐허 위에 나의 왕국을 세우고 싶었다. 그것이 혁명의 이름으로 포장되었을 뿐, 본질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추악한 복수극이었다.
그리고 나는 성공했다. 잠시나마.
수많은 사람들이 내 말 한마디에 끌려가고, 고문당하고, 죽어갔다. 한때 나를 비웃던 자들이 내 발아래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했다. 나를 ‘삼류 배우’라 폄하했던 평론가들은 ‘반동분자’가 되어 조리돌림을 당했고, 나보다 아름답고 총명했던 여인들은 나의 질투 속에서 시들어갔다. 나는 신이 된 기분이었다. 역사를 새로 쓰는 창조주이자, 낡은 세계를 심판하는 파괴주. 그 희열은 아편보다 달콤했고, 권력의 맛은 세상 어떤 산해진미보다 짜릿했다.
하지만 그 모든 영광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가 죽자마자, 나를 떠받들던 모든 것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를 향해 ‘만세’를 외치던 입들은 ‘타도’를 외쳤고, 나를 ‘혁명의 기수’라 칭송하던 붓들은 나를 ‘백골의 마녀’로 그려냈다. 그가 쌓아 올린 거대한 성벽이 무너지자, 성벽에 기대어 살던 나는 가장 먼저 추락했다. 사람들은 모든 죄를 내게 뒤집어씌웠다. 대약진운동의 실패도, 문화대혁명의 광기도, 수천만의 죽음도 모두 ‘4인방’, 그중에서도 우두머리인 나의 책임이라고 했다.
재판정에서 나는 외쳤다. "나는 주석의 개였다! 그가 물라고 하면 나는 물었을 뿐이다!"
그것은 변명이자, 동시에 가장 정확한 진실이었다. 나는 그의 가장 충실하고 사나운 사냥개였다. 그는 내 목줄을 쥐고 있었고, 나는 그의 손짓 하나에 기꺼이 적의 목을 물어뜯었다. 그는 나의 광기와 복수심을 이용했고, 나는 그의 권력을 방패 삼아 칼을 휘둘렀다. 우리는 서로가 필요했다. 하지만 개는 주인이 죽으면 버려지는 법.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쓸모가 없어진다. 그들은 주인을 직접 심판할 수 없으니, 대신 개를 잡아 돌팔매질하며 모든 분노를 쏟아냈다.
손수건 묶음이 제법 길어졌다. 나는 그것을 침대 기둥에 단단히 묶어보고, 내 목에 감아보며 길이를 가늠했다. 화장실 문고리가 더 확실할 것이다. 그래, 그곳이 좋겠다. 나의 마지막 무대는 초라한 병실의 화장실이다. 이 얼마나 희극적인 결말인가.
문득, 입안에서 텅 빈 공간이 느껴졌다. 어릴 적 부러진 앞니 자리. 수십 년이 지났지만 혀끝은 여전히 그 상처의 흔적을 기억한다. 모든 비극은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날, 내가 ‘리칭윈’이라는 이름을 증오하게 된 바로 그날로부터.
흐릿한 의식 속으로, 오래된 기억의 편린들이 날카로운 유리 조각처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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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리칭윈(李靑雲)이었다. 푸른 구름.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 아니었다. 첩이었던 내 어머니가 외할아버지에게 부탁해 받은 이름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저 푸른 하늘의 구름처럼 자유롭고 고귀하게 살기를 바랐다고 했다. 얼마나 헛된 바람이었던가. 나의 어린 시절은 푸른 하늘 대신, 먼지 자욱한 목공소의 톱밥과 술지게미 냄새, 그리고 아버지의 욕설로 가득 찬 잿빛 하늘 아래 갇혀 있었다.
나는 산둥성 제성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장롱을 만드는 목수였다. 그는 본처에게서 아들을 얻지 못하자, 젊고 아름다웠던 내 어머니를 첩으로 들였다. 하지만 어머니마저 딸인 나를 낳자, 아버지의 마지막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술에 절어 살았고, 그의 실망과 분노는 고스란히 우리 모녀에게로 향했다.
그의 이름은 리더원(李德文). 나는 그를 ‘아버지’라고 불러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는 내게 그저 ‘그 남자’였거나, 공포 그 자체였다. 그는 술에 취하면 괴물로 변했다. 솥뚜껑을 집어 던지고, 의자를 걷어찼으며,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마당으로 끌고 나갔다. 어머니의 비명과 그 남자의 저주 섞인 고함은 내 유년 시절의 배경음악이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방구석에 숨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를 막았다. 하지만 소리는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내 고막을 찢었다. 나는 어머니가 맞는 소리를 들으며, 언젠가 저 남자를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증오는 그렇게 내 어린 심장에 뿌리를 내렸다.
나는 서녀(庶女)였다. 본처의 자식들과는 밥상도 겸상하지 못했다. 그들은 비단옷을 입고 학교에 갔지만, 나는 누더기 옷을 입고 마당을 쓸어야 했다. 거기에 나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발가락이 여섯 개였다. 아이들은 나를 ‘여섯 발가락 괴물’, ‘첩년의 딸’이라고 놀려댔다. 나는 그들과 싸웠다. 머리채를 잡고, 얼굴을 할퀴고, 팔을 물어뜯었다. 나는 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지는 것은 곧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싸움에서 이겨봐야 돌아오는 것은 아버지의 매질뿐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싸웠다. 맞아서 아픈 것보다, 놀림당하고 무시당하는 모멸감이 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도 그랬다. 겨울이었고, 바람이 칼날처럼 살을 에는 날이었다. 그 남자는 또 술에 취해 들어와 행패를 부렸다. 이유는 시시했다. 저녁상에 고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상을 뒤엎었고, 뜨거운 국물이 어머니의 발등 위로 쏟아졌다. 어머니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 남자는 넘어진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주먹을 휘둘렀다.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끊어졌다.
나는 여덟 살이었다. 작고 마른 아이였지만, 내 안에는 어른보다 더 큰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나는 짐승처럼 달려들어 그의 팔뚝을 물어뜯었다. 살점이 뜯겨 나갈 정도로 깊이, 온 힘을 다해 물었다. 그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나를 뿌리쳤다. 나는 마당으로 나동그라졌다.
“이… 이년이!”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다. 그는 이성을 잃었다. 마당 구석에 세워져 있던 삽을 집어 들었다. 시퍼런 쇳날이 달빛에 번뜩였다. 어머니가 달려와 내 앞을 막아서며 울부짖었다. “안 돼요! 제발… 아이는… 아이는 제발!”
그는 어머니를 발로 걷어차고 내게 다가왔다. 나는 두려움에 몸이 굳었지만,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눈에는 살의와 함께, 나에 대한 지독한 경멸이 담겨 있었다. ‘너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무언의 저주. 나는 그 눈빛을 평생 잊지 못했다.
그는 삽을 휘둘렀다. 둔탁한 쇳덩이가 내 얼굴을 강타했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세상이 한순간 하얗게 변했다. 입안에서 비릿한 피 맛이 확 퍼졌다. 무언가 우두둑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을 때, 나는 헛간에 버려져 있었다. 입술은 퉁퉁 부어올랐고, 앞니 두 개가 부러져 잇몸이 휑했다. 어머니는 내 옆에서 소리 죽여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하다, 칭윈… 다 엄마 탓이다…”
나는 울지 않았다. 눈물 대신, 차가운 분노가 내 온몸을 휘감았다. 나는 부러진 이의 고통보다, 그의 눈에 담겨 있던 경멸이 더 아팠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세상은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짓밟는 곳이라는 것을. 약하면 당하고, 가난하면 무시당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맞고 사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힘을 가져야 한다.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할 힘. 누구도 나를 함부로 때리지 못할 힘. 내 운명을 내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절대적인 힘.
나는 어머니의 흐느낌을 들으며 속으로 맹세했다. 언젠가, 이 지긋지긋한 곳을 떠나고 말리라. 그리고 다시는 누구에게도 맞지 않으리라. 다시는 무시당하지 않으리라. 나를 짓밟았던 모든 것들 위에 군림하리라. 삽자루로 나를 내리쳤던 저 남자처럼, 나도 내 손에 나만의 삽을 쥐고, 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숴버리리라.
그날, ‘리칭윈’이라는 이름의 순진한 소녀는 죽었다. 그리고 그 잿더미 속에서, 훗날의 ‘장칭’이 될 독기 어린 생명체가 움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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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심연에서 빠져나오자, 다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늙고 병든 몸의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암세포가 내 목을 파고들고 있었다. 의사는 수술을 권했지만 나는 거부했다. 내 목소리를 잃을 수는 없었다. 목소리는 나의 무기였다. 비록 지금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독백이 되었지만, 그래도 내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프롤레타리아 혁명 투사의 목에 어찌 함부로 칼을 댄단 말인가! 나는 의사에게 그렇게 빈정댔다. 그는 나를 미친 늙은이 취급하며 돌아섰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뼈마디가 비명을 질렀다. 화장실까지 가는 몇 걸음이 천 리 길처럼 멀게 느껴졌다. 벽을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옮겼다. 내 그림자가 벽 위에서 괴물처럼 일렁였다. 저것이 나의 진짜 모습일까.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고 자라난 괴물.
화장실은 좁고 차가웠다. 작은 창문은 쇠창살로 막혀 있었다. 내가 혹시라도 뛰어내릴까 봐 설치해 둔 것이겠지. 그들은 나의 죽음조차 통제하고 싶어 했다. 내가 인민의 심판을 피해 도망치는 비겁한 자살로 기록되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나를 감옥에서 천천히 썩어가게 만들거나, 병으로 고통스럽게 죽게 만들어 ‘악녀의 비참한 최후’라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었을 테다.
나는 그들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여 줄 생각이 없었다.
문고리에 비단 손수건 묶음을 단단히 걸었다. 몇 번이나 잡아당겨 보았다. 늙은 내 몸뚱이 하나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낯선 노파가 서 있었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 움푹 팬 눈, 백발이 성성한 머리. 한때 상하이의 영화 포스터를 장식했던 ‘란핑(藍蘋)’의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오쩌둥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젊은 날의 교태와 생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증오와 회한으로 일그러진 늙은 마녀의 얼굴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마녀라고 불렀다. 그래, 나는 마녀였다. 하지만 나를 마녀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술주정뱅이 아버지, 나를 손가락질하던 동네 사람들, 나의 재능 대신 몸을 원했던 상하이의 남자들, 나의 과거를 약점 삼아 조롱했던 당의 원로들, 그리고… 나의 욕망을 이용해 자신의 제국을 지키려 했던 그 남자. 그들 모두가 나를 마녀로 만든 공범자들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원망은 살아있는 자들의 것이다. 나는 곧 죽을 것이다. 죽음은 모든 원망과 분노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나는 마지막으로 내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이 얼굴로 나는 웃고, 울고, 사랑하고, 증오했다. 이 입으로 나는 연극 대사를 읊었고, 혁명을 선동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 눈으로 나는 권력의 정점을 보았고, 배신의 나락을 보았다.
이제 이 모든 것을 끝낼 시간이다.
나는 작은 의자를 밟고 올라섰다. 손수건으로 만든 올가미를 목에 걸었다. 비단의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이 목을 감쌌다. 기분이 묘했다. 마치 내 평생의 억압과 설움이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 수많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 왕광메이, 쑨유스… 그들의 원망 서린 눈빛. 저우언라이의 차가운 얼굴, 덩샤오핑의 경멸 어린 미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 마오쩌둥.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인민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천안문 광장에 누워, 여전히 중국을 내려다보고 있을까. 그도 언젠가는 심판을 받게 될까. 아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그는 영원한 국부로 남고, 나는 희대의 악녀로 기록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이제 그 모든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나는 유서를 남겼다. 짧았다.
“주석, 당신의 학생이자 전우였던 제가 이제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마지막까지 나는 그의 이름을 빌렸다. 마지막 허세이자, 마지막 자기기만이었다. 어쩌면 나는 죽는 순간까지도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의자에서 발을 뗐다.
몸이 허공에 매달렸다.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목을 조르는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살고 싶다는 본능이 발버둥 쳤지만, 이성은 단호했다. 이것이 끝이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이다.
의식이 흐려지는 마지막 순간, 나는 빛을 보았다. 쇠창살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여명의 빛이었다. 평생을 어둠과 광기 속에서 살았던 내가 마지막으로 보는 것은, 새로운 아침을 알리는 새벽빛이었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나는 보았다. 나를 향해 삽을 휘두르던 아버지의 핏발 선 눈과, 피 흘리는 나를 끌어안고 울던 어머니의 얼굴을.
리칭윈… 푸른 구름…
그것이 나의 시작이자, 나의 끝이었다.
(1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