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3878A5

SF 초단편소설

by 남킹

눈부시게 젊은 그때, 나는 나의 모체가 되었던 <자궁 3878A5>의 영구폐기를 진행하였다. 나는 태양계 생태 조절 시스템 관리를 사업 기반으로 한 <하베스트 딘> 사의 수석연구원으로 57년째 근무 중이었고, 7번째 아내와 막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6번의 이혼 경력은, 타인에 비교하면 그다지 흠이 되는 경력은 아니었지만, 나는 선천적으로 지독한 보수적 경향의 유전적 특질을 물려받았고, 하나의 완전한 커플을 항상 동경해왔다. 그러므로 적어도 현재까지 나는 절망적인 사랑을 해왔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세상에는, 누구나 기억해야만 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바로 그 날이었다.


나는 나에게 생명을 준 잉태기를 분해액 속에 집어넣는 명령을 하달하면서, 아주 잠시나마 멜랑꼴리한 상태가 되었다. 노란 액체에 잠긴 나의 모태. 내 생명의 매트릭스(Matrix).


나는 1,756번째 아들로 태어났고, 9,869명의 자식을 생산한 자궁은 이제 영원히 사라지게 되었다. 어찌 보면 명실상부한 고아가 된 셈이다.


나의 수많은 형제는, 대부분 이곳 <섹터 7097> 영역에 남아 있지 않다. 그들 대다수는, 애초에 주어진 목적에 따라 가뭇없이 사라졌다. 그런 면에서 나는 대단한 행운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자궁 7시리즈의 총 책임자가 되었다. 내가 생산을 책임지는 제품은, 변종의 독창적인 요소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게놈 혁신의 궁극적인 최상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텔로미어의 마모는 더는 없다. 즉, 영생이 보장되었다. 도파민은 끊임없이 솟구치고 노르아드레날린은 극소량으로 줄었다. 다시 말해, 어떤 경우이든 늘 행복하다.


그리고 나의 제품들은 머잖아 6차 태양계 대전이 진행 중인 목성의 변방, 섹터 8구역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의 조물주이신, 인간의 탐욕을 대신하여 전쟁에 동원될 것이다.


1월의 비 Book Cover (4).jpg
남킹의 문장 1 (3).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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