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홍

SF 단편소설

by 남킹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에서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다. 현재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이다. 이정모 저서 『공생 멸종 진화』


2051년 6월 6일. 66세가 된 가우타는 전세계의 유명인으로부터 수 많은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그는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유명한 기업인 중 한사람이었다.

그는 힉스 필드 (Higgs Field) 컨트롤기를 이용한 반중력 공중 부양 자동차 모델인 파이만 시리즈의 최대 주주이며 인공 위성 및 태양계 식민지 건설 전문 회사 <쏠라 G>, 최첨단 우주 탐사 기술 회사 인 <갤럭시 G>, 가상 현실 및 시뮬레이션 전문회사 <판도라 G>, 개방형 인공지능 생태계 오픈AI 설립자였다.

그는 또한, 가우타 재단을 통하여 수 많은 연구 단체에 후원을 하였다.

대표적으로 호킹 천체물리학 연구소, 폰노이만 물리 연구소, 공자 철학 연구소, 슈바이처 개발도상국 지원 센터등을 들 수 있겠다.

그는 게이트 재단과 협력하여 청정에너지인 핵융합 배터리를 개발하여 대기 오염을 획기적으로 낮추었으며, 마이크로 RNA 항암제, 3D 프린팅을 이용한 인체 장기, 암 진단 인공지능, 체내 이식 가능한 초소형 검사 장비등을 개발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10년 연속, <세상을 움직이는 10인>으로 선정되었으며, 최근 3년동안, 가장 높은 긍정지수를 받기도 하였다.

반면, 10인중, 가장 높은 부정지수를 받은 이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헤룬 오티가나다.

그는 가우타와 버금가는 부자다.

난가자크의 명주로 만든 고급 실크 정장과 듀크 알랭크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물소 가죽을 가공한 세르빙화를 즐거이 신고 다녔다.

그는 퓨샤가 야심차게 선보인 플로팅 가능 7세대 인공지능 전기차를 타고 다녔으며, 최고 속도 마하 7을 자랑하는 개량형 알카라 XG 메그를 30대나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늘 지나치게 많은 인간이 한 곳에 몰려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저소득층 사람이 거주하는, 거칠고 먼지나는 땅을 찾아다녔다.

혹은 전세계 어딜가나 볼 수 있는 도시 빈민가를 훑고 다녔다.

좁은 골목에 부랑아가 넘쳐나고 연약한 유기체들은 그 존재의 가치를 곱씹을 수 있는 여유조차 느낄 수 없을 만큼 벼랑끝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그런 곳 말이다.

그는 무차별적으로 그런 싼 땅을 사들인 후, 사람들은 내 쫓고는, 초호화 돔을 건설하였다.

그는 유럽 전역에 세워진 하베스트 돔 내 최상위 펜션을 70개나 보유하고 있다.

하베스트 돔은 일명 노아의 돔으로 잘 알려져있는데 유럽 전역에 약 200개 정도가 세워졌다.

그리고 매년 10여개 정도의 신규 돔이 건설되고 있었다.

그는 최대 돔 건설회사인 하인커크의 회장이다.

그의 지분은 22.84%로 주식 가치는 20억 파르에 이르렀다.

스페이스 J 펀드로 조성된 돔의 건설은 종말이 있기 4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명분은, 태양계 식민지 건설이었다.

식민지에 건설하게 될 돔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고 그곳에 거주하게 될 사람들의 사전 체험과 적응을 위한 거였다.

지름이 13km나 되는 지나치게 크고 넓은 반구형 아치가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도 사람들은 그저 다가올 태양계 개척시대에 부풀어있었다.

심지어 같은 규모의 돔이 9개 더 건설될 때도 순진하게 우주시대의 꿈에만 부풀어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돔 가까이에는 우주 왕복선 발사대가 항상 갖추어져 있었다.


실제로 2033년에는 화성 궤도를 도는 우주 정거장이 완료되었으며, 화성의 대기를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바꾸기 위한 테라포밍(Terraforming)프로젝트가 이미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2049년, 그 해에는 화성 거주민 300쌍이 떠났다.

어쩌면 영영 지구땅을 밟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60,00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그들은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지의 세상으로 나아갔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순진하게 환호와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이면에 숨겨진 대 종말의 시나리오를 눈치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즈음, 가우타는 점점 현실과 맞아 떨어지는 니콜라스의 예언으로 인하여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그는 생일날에 늘 하던데로 조용히 집을 나와 무척 낡은 구식 전기차인 테슬라를 혼자 몰며 깊은 산중으로 향했다.

그를 오늘날 성공한 기업가로 만들어준 은인, 김관홍 박사의 묘지로 가는 길이었다.

9년전 오늘, 박사는 가우타의 생일 축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도로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가우타와 김관홍의 첫 만남에 대해서 나탈리아의 일기에는 아주 짤막하게 적혀 있다.

‘사랑의 유람선에는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숙명적인 만남이 있습니다.’

가우타는 신혼여행중이었다.

부부는 한 달 가까이 동남아와 중국을 돌아 다녔다.

그러다 홍콩 국제 공항 청사의 한 벽면에 걸려 있는 성산 일출봉 사진에 매료되어 제주도를 찾았다.

그 곳에서 며칠을 묵은 후 그들은 한라산을 등정했다.

늦은 봄 오후였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잔잔하였다.

산은 온통 녹색 숲으로 덮였다.

오르는 길은 좁고 험하였다.

눈부시게 젊은 시절이었지만, 그들에게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난코스였다.

어느 정도 오르자, 작은 돌집과 나무, 깍아지른 듯한 계곡, 위태롭기 짝이 없는 절벽이 그들 눈앞에 펼쳐졌다.

저 멀리 깨알같은 등대도 보였다.

굵직한 빗방울과 안개비가 순차적으로 내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렬한 햇빛이 천지를 밝게 비추었다.

부부가 산 정상에 오른 뒤 한동안 세상에 펼쳐진 끝없는 바다를 경탄의 눈길로 바라봤다.

아무리 대담하고 독창적인 환상이라도 이런 풍경을 그려내진 못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바람은 지극히 섬세한 파도 선을 새기고 있었다.

그는 바다를 사랑했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곳은 아프리카의 땅 끝 마을이었다.

눈을 들면 늘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다가 보였다.

그는 늘 바다 꿈을 꾸었다.

파도가 넘실넘실 밀려오는 대양속에 그는 부유물처럼 떠 있었다.

차고 넘치는 행복감이 다가왔다.

그는 눈부시게 젊었고 막 사업을 시작하였으며 누구보다도 아내를 사랑하였다.

그는 삶의 정점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날, 그를 또 다른 운명으로 이끌고 갈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라산을 거의 다 내려 왔다고 느낀 어느 지점부터 부부는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울창한 숲이 끝없이 이어진 곳에 난 흐릿한 길의 흔적을 의지하며 부부는 꽤나 많은 시간을 돌아 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공터가 보이고 어린애들 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하자 그는 그만 긴장을 놓으며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목을 접질렸는데, 그 고통이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급한데로 버려진 나뭇가지를 잘라 다리를 동여맸다.

찐득한 고통이 짜맨 끈 사이로 느껴졌다.

그는 아내의 부축을 받은 채, 절뚝거리며 겨우 애들이 노는 공터에 다다랐다.

삽시간에 애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의 도움을 받아 부부는 아담하지만 깔끔한 주거시설이 나란히 쭉 붙어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많은 어린이가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들에게 불쑥 나타난 외국인 부부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교사로 보이는 여성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어색하지만 간단한 인삿말이 영어로 이루어졌다.

가우타 부부는 원장실로 보이는 작은 집에 일단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날 날이 밝으면 그곳에서 10킬로미터 쯤 떨어진 병원으로 이동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원장님은 서울에 있는 집회 참석차 가셨습니다.

며칠 걸릴겁니다.

초라하지만 원장님 방에서 기거하시면 될 겁니다.

손님이 오시면 늘 그곳을 사용하였습니다.”

선생님의 안내로 가우타 부부는 작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방으로 들어갔다.

몇 평되지 않는 공간에는 가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작은 서랍장과 의자, 단정하게 개어놓은 이불과 베개가 전부였다.

하지만 서랍장에는 몇권의 책이 놓여있었는데, 대부분이 의학서적이었다.

가우타는 의외의 장소에 있는 책들을 훑어보며 약간의 호기심을 느꼈다.

그러다 책들 사이에 꽂혀있는 얄팍한 인쇄물을 꺼냈다.

논문이었다.

뇌에 관한 거였다.

그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 날 그는 그 논문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감격했다.

그 논문 작성자는 김관홍이었다.


남킹의 문장 2 - 2023-09-26T191113.11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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