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시대이자 몽매의 시대였다.
희망의 봄이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미래가 장미였으나 실제로는 썩어가는 낙엽이었다.
2017년 3월 10일. 세상이 달라졌다.
프로젝트 <헬퍼 아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90여 일 만에 <아이 테크>에서 상업제품 <써드 아이 버전 1.8>를 발표하였다.
기존과 가장 달라진 점은, 렌즈가 달린 모자가 사라진 점이다.
그냥 렌즈 자체를 이마에 박는 것이다. 인도 여성처럼, 눈썹과 눈썹 사이, 즉 미간에 극소형 렌즈를 고정하는 방식이다.
그야말로 세 번째 눈이다.
그리고 영상도 확연히 선명해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렌즈 및 뇌에 장착된 수용체는 평생 교체가 필요 없으며, 단지 자동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품질 개선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회사는, 우선 희망하는 시력 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 시술을 전국적으로 펼쳐 나갔다.
시술에 걸리는 시간은 채 5분이 되지 않았으며, 일주일 정도의 적응 및 보정 기간이 필요했다.
시력 회복 성공률은 95%가 넘었다.
일부 과민한 알레르기 증상의 환자 및 신경 관련 합병증이 있는 분, 혹은 노령이신 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력을 되찾게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지 성명도 뒤따랐다.
마거릿 챈 사무총장은 ‘이 위대한 발명품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구원과 축복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하였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헬렌 켈러 연구 프로젝트>를 발족하여,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장애인을 구제하는 연구 계획을 조만간에 수립할 뜻을 내비쳤다.
이 기적 같은 이야기는 이제 전 세계로 삽시간에 퍼졌다.
동시에 전 세계의 장애인을 흥분시켰다.
그러자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기술 제휴를 제안하고 나섰다.
아이테크는 비록 사기업이지만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았다.
설립자 김관홍의 어머니, 박인숙 여사의 조언에 따라, 회사가 보유한 모든 기술은 무료 공개가 원칙이었다.
단, 기술 이전을 할 회사는 까다롭게 선정했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 사회에 존경받는 기업일 것, 둘째, 직원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일 것, 셋째, 이윤 일부를 선한 일에 사용하는 기업일 것, 넷째, 경영진은 지연, 학연, 혈연으로부터 자유로울 것 등이었다.
이에 합당한, 전 세계 49개 업체가 1차로 선정되었다.
아쉽게도 한국 재벌 기업들은 모두 탈락했다.
물론 예상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기업의 선명도에서 하위권을 맴돌았고, 총수 일가의 가족 세습이 거리낌 없이 자행되는 한, 회사의 도덕적 가치는 밑바닥을 벗어 날 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외국의 많은 기업은, 지역 사회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경제적 및 문화적 동반 상승을 이어주는 훌륭한 잣대의 역할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면, 우리나라의 재벌 기업 문화는 마치 끊임없이 허기를 채우는 아귀와 다를 바 없었다.
주민들을 갉아 먹기만 하였다.
대한민국 거리 곳곳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대기업 빵집을 보라! 단언컨대, 유럽 어디를 가더라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빵집은 없다.
유럽인들의 주식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선정된 기업들은 우선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신속하게, 북극 오지에서부터 아마존 밀림에 이르기까지, 보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서 구제하기를 꺼리지 않았다.
일명 <써드 아이 도움 프로젝트>는 두 달여 만에, 지구촌 곳곳에서 고통받는 시각 장애인들의 눈을 되돌려 놓았다.
동시에 상업적 판매도 시작되었다.
초기 제품의 구매자들은, 대부분 노안으로 고통받는 장년층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판매가 호전됨에 따라, 구매층의 나이도 점차 내려갔다.
하지만 무분별한 남용을 피하고자, 미성년자들에게는 엄격한 제한을 두었다.
즉, 청소년들에게는 안과 의사의 소견을 의무적으로 첨부하도록 하였으며, 안과 질환에 대한 치료용으로만 허용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WTO에서 마련하였다.
그리고 치료용 <써드 아이>를 <메디 아이(Medi Eye)>라는 용어로 통일시켰다.
2017년 5월 10일. 또 한 번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미래를 선도하는 거대 IT 기업인 구골, 파인애플, 마이존, 페이스노트 그리고 매크로소프트는, 세계적 기업의 선두주자로 떠오르는 글로벌 연구 기업, 아이테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아이 클라우드 스토리지>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사업의 요지는, 10억 명에 달하는 <써드 아이> 사용자들의 실시간 영상을 원격으로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즉, <써드 아이>를 착용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바라보는 모든 시각적 영상들이 빠짐없이 기록된다는 뜻이다.
사람의 일생을 다루는 <캠 아이 (Cam Eye)>가 탄생한 것이다.
이날, 한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캠 아이> 시범서비스 출시 행사를 여의도에서 개최했다.
대상자는 자발적 참여 시민 200여 명과 각 여야 대표를 포함한 국회의원 100여 명으로 구성되었다.
국회의원들은 사실, 자발적 참여라기보다는, 전국에 걸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캠 아이>가 가장 필요한 직업군 1위로 등극함에 따라,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참가를 결정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모든 기록 영상은 본인의 허락 없이는 일체 공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기록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동안 누려왔던 각종 부당 혜택과 비밀리에 자행한 여러 비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바야흐로 투명한 정치 시대가 이제 시작된 것이다.
참고로, 설문조사에서 상위에 자리매김한 직업군에는 고위 공무원, 대기업 및 공기업 임원, 검사와 판사, 대학교수 등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캠 아이>를 통하여 밝혀내고 싶은 항목은 부정, 부패, 뇌물, 성희롱, 외유성 해외 출장, 업무 능력 등이었다.
아울러 촬영과 공개가 꼭 필요한 장소로는 룸살롱, 요정, 골프장, 외국의 출장지, 각종 퇴폐업소 등이 꼽혔다.
이날 행사를 주도한 이는, 김관홍 박사의 대학교 동문이자, 아이테크 정신연구소 대표인 이도 소장이었다.
그는 하버드 대학원에서 교육 심리학 및 언어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30년간 보스턴 의과 대학 정신분석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그는 헬프 아이 초기 개발 단계부터, 김관홍 연구팀에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아이테크 창립 위원으로서, <캠 아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수행하였다.
그가 이번 프로젝트에 주안점을 둔 이유는, 실시간으로 쉼 없이 기록되는 영상물을 효과적으로 분석하여, 인간 행동의 근본적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함이었다.
특히, 그는 인간의 부정적 행위 – 폭력, 위선, 증오, 배신, 비난, 걱정, 공포, 타락, 부정, 우울, 무력감 등등 –를 유발하는 인자들을 영상 분석을 통하여 감지할 수 있는 패턴화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이를 통하여, 그는 향후 개개인의 행위 및 정신상태가 부정적으로 바뀌기 전에, 이를 감지하고, 그에 대한 경고 및 대청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복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랐다.
바야흐로 개인의 행복 시대가 열린 것이다.
<써드 아이>는 젊은이들에게 또 다른 유행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다양한 색상의 렌즈가 쏟아지더니 다양한 장식을 한 렌즈들도 앞다투어 시장에 출시되었다.
소위 패션 아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렌즈의 위치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미간 혹은 이마의 정 중앙에서 탈피하여 인중이나 턱에 붙이고 다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눈 밑에 각각 1개씩 붙이기도 하였다.
또 어떤 이들은 귓불이나 목, 심지어 배꼽에 붙이는 이들도 생겨났다.
일부 엉큼한 이들은 중요 부위에 붙여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가 하면, 모 프로축구 선수는 비밀리에 뒤통수에 붙이고 경기에 참여하였다가 발각되어 영구 제명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이제 패션 아이는, 스마트 폰 만큼 현대인의 필수항목이자 다양한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아이템으로 등극하였다.
과학계에서도 <써드 아이>는 다양하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생물학 분야에서는, 기존의 광학 현미경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급속도로 퍼졌다.
고배율의 마이크로 아이 (Micro Eye)가 탄생한 것이다.
이제 미생물학자들은 더는 슬라이더에 시료를 올려놓고 현미경에 눈을 갖다 댈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스위치 켜고 보는 것만으로 천 배 이상 확대된 시료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미생물학자가 자기 전에 스위치 끄는 것을 깜빡하고 잠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 남편의 얼굴 모근에 기어 다니는 어마어마하게 확대된 모낭충을 보고는 기절하는 소동을 겪기도 하였다.
천문학 분야에서도 곧 적용 가능한 <써드 아이>가 개발 중이라고 하였다.
어쩌면 달착륙 음모론을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2022년 5월 9일.
이도 박사가 주관하고 가우타가 전격 지원한 <행복 프로젝트>의 최대 결과물이 탄생하였다.
<퓨쳐 아이>가 완성되었다.
이는 30억 명에 달하는 <캠 아이> 사용자들의 모든 영상 데이터를, 5년 동안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집요하게 분석하고 도출한 결과였다.
<퓨쳐 아이>는 한마디로 인간의 현재 행동을 분석하여 미래를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달 동안, 개인의 말과 행동, 인간관계, 사회적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하여 그 사람의 1년 뒤, 혹은 10년, 20년, 30년 뒤의 삶을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제작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학창시절 전교 1등 하는 친구와 꼴등 하는 친구의 미래에 펼쳐질 삶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예단하곤 했다.
또한, 주먹 쓰기를 좋아하는 학우와 도와주기를 즐기는 이의 미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을 터이다.
<퓨쳐 아이>는 이러한 모든 개인의 영상을 비교 분석하여, 신뢰도 95%의 미래 모습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도 박사는 우선,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출소가 임박한 소년원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퓨쳐 아이>가 그려낸 그들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과는 예상과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상당수의 대상자가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다.
심할 때는, 인생의 절반을 교도소에서 보내게 된다는 예측이 나오는가 하면 자살 가능성도 크게 나타나는 예도 있었다.
이러한 자신의 미래 모습을 바라보는 재소자들은 대부분 엄청난 충격을 받는 듯하였다.
그들은 이제 막 인생의 황금기를 시작한 청소년들이 아닌가!
그리고 이 박사는 찬찬히 그리고 지속해서 그들의 변화하는 표정을 지켜보며 또 다른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영상을 그들에게 보여주기 전 항상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미래는 너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단다.
네가 좀 더 노력하고, 좀 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좀 더 이웃을 도운다면, 너의 미래는 네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단다···.”
그리고 영상이 끝나면, 그는 충격적인 자신의 미래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출소 후, 한 달 동안만 좀 더 웃고, 좀 더 노력하고, 좀 더 가족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도록 노력을 해보렴···.
그리고 나서 너의 달라진 미래를 같이 보자꾸나.···.
네가 이 약속만 지킨다면, <퓨쳐 아이>가 그려내는 달라진 세상 속에서 너는 실제로 살게 될 거란다···.”
그리고 한 달 후, 약속을 지킨 청소년들의 미래는 확연히 다르게 나왔다.
그들의 영상 속에는, 을씨년스러운 창살 대신에 안락한 가정이 등장하고, 도시의 어두운 뒷골목은 직장 동료로 가득 찬 사무실로 바뀌어 있었다.
“인생은 습관의 연속이란다.
지금의 현실이 괴롭고 슬프더라도 조금만 힘내고 좋은 습관들이기를 하기 바란다.
그러면 일 년 뒤, 다시 우리가 만났을 때, <퓨쳐 아이>가 보여주는 너의 미래는 네가 꿈꾸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 약속하마.”
2022년 6월 23일.
이도 박사는 사기죄로 수용된 한 여성을 접견했다.
그녀의 이름은 조필녀.
이제 스무 살이었다.
하지만 이미 전과 3범이었다.
열여섯부터 시작된 그녀의 사기 행각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가 커졌다.
이 박사는 출시를 앞둔 열여섯 명의 수감자 중 그녀의 만남을 가장 기대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퓨쳐 아이>가 내놓은 결과가 아주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퓨쳐 아이>가 제시한 영상은 다른 재소자들과 다름없이 감옥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사기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40년 후의 미래 모습에서는 거의 한 나라의 경제를 쥐락펴락할 정도로 커지는 거였다.
이 박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퓨쳐 아이>의 버그가 아니라면, 이 여성은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갈 사람인 것이다.
어쩌면 그가 지금까지 만나 본 수감원 중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그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그녀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는, 그녀의 패턴과 아주 흡사한 한 역사적 인물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그녀와의 일치율은 93%나 달했다.
출생 시기와 가족 관계만 다를 뿐 거의 데자뷔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첫인상은 덤덤함 그 자체였다.
그의 질문에 그녀는 아주 짤막한 답변으로만 이어갔고 무슨 말이든지 그다지 귀담아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이 시간이 빨리 흘러 잠자리에 눕고 싶은 마음뿐인 듯 보였다.
그녀의 미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여줘도 심드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박사는 그 순간 마치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영상 속의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패한 권력을 등에 업고 점점 더 대범한 사기 행각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동시에 이 박사가 느끼는 절망도 커졌다.
그녀는 이미 세상과의 소통을 끊어 버린 듯 보였다.
꽉 깨문 입술과 표정이 전혀 없는 얼굴.
그녀는 이미 세상을 적대적 관계로만 규정짓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그녀의 미래 영상은 후반부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영상이 끝나기 직전, 그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살짝 변하는 것을 이 박사는 감지해 냈다.
뭔가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그는 그녀를 돌려보낸 뒤, 곧바로 영상 후반부를 수차례 반복하여 유심히 지켜봤다.
영상 말미에는 애를 안고 있는 한 중년의 여성이 나타났다.
그런데 좁고 더러운 방에는 수십 마리의 개와 개똥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여자의 얼굴에도 오물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로서는 이 여자가 누구인지 도통 알 길이 없었다.
며칠 후, 이 박사는 조필녀의 수감 전 영상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전 행적에서 틀림없이 그 젊은 여성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필녀가 임신한 사실을 알아냈다.
그녀는 수감 전 딸을 낳은 것이다.
그녀의 나이 16살에. 그리고 묘하게도 그녀는 딸의 출산과 함께 사기 행각을 시작한 것이다.
그녀가 세상과 벽을 쌓게 된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이 박사는 딸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며칠 뒤, 제주도의 한 보육원에서 기록을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 보육원은 바로 고 박인숙 여사가 전국에 설립한 19개의 보육원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곳은 박 여사가 남편의 눈을 피해 도망간 바로 그 한적한 어촌이었다.
이 박사는 딸의 사진을 구해 40년 후의 모습으로 변형시켜 보았다.
영상 속의 중년 여성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조필녀는 딸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 박사는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
‘친애하는 조필녀님에게
우선 보고 싶은 딸의 최근 모습의 사진을 동봉해 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잘 아시다시피 댁의 따님은 제주도의 <미래 보육원>을 거쳐 지금은 미국의 저명한 사업가의 양녀로 입양이 되어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그 보육원은 고 박인숙 여사님이 사비를 털어 지으신 첫 보육원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분의 아들과 둘도 없는 대학 친구였고요.
박인숙 여사님이 제주도에 터를 잡게 된 거는 폭력 남편을 피하기 위함이었고, 이는 조필녀님에게도 유사하게 해당하는 사항이라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조필녀님의 미래 영상은 박인숙 여사님과 다르게 참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퓨쳐 아이>의 미래 예측률은 95% 이상이 됩니다.
즉, 조필녀님이 변하지 않는 한, <퓨쳐 아이>가 그려낸 세계로 점점 닮아갈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님과 아주 흡사한 패턴의 인물을 발견하였습니다.
저의 편지와 함께 그분의 최근 행적을 편집한 영상을 같이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 첫머리는 2016년 10월 24일 자 모 방송국 뉴스 영상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분은 아직도 수감 중이십니다.
부디 조필녀 님의 인생은 사랑하는 딸과 함께 하는 소박함으로 채워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이도 올림.’
이도 박사는 가우타에게도 연락을 하였다.
그의 양녀인 안나 조 로터스의 생모에 대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