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은 언제나 텅 빈 자들을 지배한다.
아니룻은 기자 출신이었다. 그녀는 가우타를 그냥 보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예정된 것이고, 당신이 알고 있다면, 왜 당신은 바꾸려고 하십니까? 어차피 그렇게 흘러갈 것을…”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저는 우리에게 예정되었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신념 말입니다.”
“당신이 바꾸었군요?” 그녀는 흥미로운 듯 가우타의 눈을 쳐다봤다.
“네, 소의 방귀와 성마른 대통령의 이야기입니다.”
“소의 방귀?” 죽음에서 깨어난 이후, 그녀는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네. 검색해보면 그날의 에피소드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아마겟돈이 발생하기 40년 전의 일입니다. 예언에 의하면 어처구니없는 일로 재앙에 가까운 전쟁이 발생하는 거였습니다…” 가우타는 오래전 그날을 회상이라도 하는 듯,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때 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모든 게 불확실했지만, 사업은 생각만큼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었습니다. 꽤 많은 수익을 첫해부터 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마음속에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바로 예언의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예언자의 따님이 받아 적은 일기장에 적힌 <글을 전달하는 기계>를 팩스라고 추측은 하였습니다. 그곳에는 조급한 지도자가 글을 전달하는 기계가 보낸 잘못된 글을 읽고 분노하여 전쟁을 일으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바로 그 해였습니다.
저는 막 사업을 시작했고 성공 대로를 달리고 있는 참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전쟁을 막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여러 차례 팩스를 믿지 말라는 내용의 편지를 띄웠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팩스를 믿지 말라는 내용의 편지를 어느 누가 받아 본들 곧이곧대로 믿겠습니까? 단순한 장난 편지라고 치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모험했습니다. 광고를 냈어요. 우리 회사가 벌어들이는 모든 수익으로 미국 전역에 광고를 냈습니다.
내용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팩스를 믿지 마세요> 입니다.
그렇게 두 달이 넘게 광고를 냈습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저희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죠. 얼토당토않은 내용의 광고로 인해 많은 돈을 낭비하니 어쩔 수 없었겠죠…
그러던 어느 날 워싱턴 포스트에 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리고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제목이 <전쟁을 막은 광고>였습니다. 제가 낸 광고로 인하여 미국과 중국의 전쟁 직전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그때 깨달았죠. 운명을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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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소의 방귀 때문이었다.
지방 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갑충은 자신의 지지율이 형편없이 낮음에 심기가 불편했다. 투표일을 불과 일주일 남겨 놓은 시점이었다. 그동안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을 모두 쏟아부으며 고군분투하였지만, 이상하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였다. 날이 갈수록 심리적 압박만 더해갔다.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참모들이 쏟아낸 각종 아이디어도 모두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는 이제 거의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다.
아들 녀석이 우연히 내뱉은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버지, 가축이 내뿜는 방귀가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보다 86배 더 해롭다고 그러네요. 헤헤헤.”
착한 아들은 침울해 있는 아빠를 돕자는 순수한 마음에 그냥 우스갯소리를 내뱉은 거였다.
그런데 민갑충의 표정이 묘했다. 마치 관속에 들어가는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던 그는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각성제를 맞은 듯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다그치듯 아들을 붙잡고 물었다.
“그게 사실이여?”
“그럼요. 다큐멘터리에서 봤어요.”
“다큐멘터리?”
“네, 넷무비스에서요.”
그날 밤, 그는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또 보고 또 봤다. 그리고 열심히 무엇인가를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선거 참모들 앞에 그 쪽지를 내놓았다.
- 온실가스 농도가 350ppm이면 지구에 위험하다. 그런데 이미 400ppm을 넘었다.
- 지구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서 공룡이 사라진 이래로 최대의 멸종 위기.
-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가뭄, 기근으로 기후전쟁 발발.
- UN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을 기르며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모든 교통수단의 배기가스보다 많다.
-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의 51%는 축산업 때문이다.
- 가축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일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원을 소비하고 있으며 지구 환경을 파괴한다.
- 70억 인류는 하루에 200억 리터의 물을 마시고 952만 톤의 음식을 먹는다.
- 15억 마리의 소는 1,700억 리터의 물을 마시고 6,123만 톤의 먹이를 먹는다.
- 현재 10억 명가량의 인간이 굶주린다.
- 인류가 생산하는 곡식의 절반은 가축이 먹는다.
“어떤가?”
그는 참모들의 눈빛을 하나하나 살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우리의 정적인 부유한 후보가 뭣으로 돈을 벌었지?”
그제야 다들 고개를 끄덕거리기 시작했다.
“그야 축산업이죠. 이 동네 최대 규모의 현대식 축산 공장 주인이죠.”
“우리는 이제 지구를 구하는 환경주의자가 되는 거야. 아니, 이 동네를 환경오염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구세주가 되는 거야. 알겠지? 무슨 말인지.”
민갑충 후보는 참석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적하며 자신의 구상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자네는 최근 5년간 이 지역에 발생한 오염 관련 기사를 수집하게.”
“그리고 자네는 대형 걸개그림을 만들도록 하게. 소가 방귀를 뀌는 모습을 풍자한 그림말일세. 모든 사람의 주목을 한 눈에 받을 만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으이….”
다음날, 거리 곳곳을 장식한 기묘한 그림을 보러 행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림 속에는 소의 엉덩이가 몸통보다 유난히 크게 그려졌고, 사탄의 모습을 한 검은 가스가 항문에서 뿜어져 나와 사람들을 질식시키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밑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있었다.
‘소가 내뿜는 메탄과 다른 가축의 가스가 전체 인구의 배설물보다 130배 더 많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민갑충 후보 기호 3번.’
태그도 있었다. #소방귀 #환경오염주범 #멸종주범 #환경파괴
그의 기대는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아니, 가히 폭발적이었다. 각종 SNS를 통해 무섭게 퍼져나간 이 그림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다. 수십만 개의 댓글이 달리고 온갖 종류의 방귀 사진, 동영상, 그림들이 패러디하면서 전 세계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결국 소 방귀 태그는 구골 올해의 검색어로 뽑혔다.
하지만 선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민갑충 후보는 유권자 13%의 저조한 득표로 탈락했다.
그리고 그렇게 소 방귀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자연스레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듯하였다. 적어도 그날, 두 강대국 대표가 그렇게 흥분하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방귀가 초래한 이 끔찍한 위기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말이다.
하지만 운명의 수레바퀴는 파국으로 일찌감치 예정되어 있었나 보다. 마치 쩌그노트처럼, 어리석은 인간은 그 바퀴로 뛰어들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미·중 고위급 회담.>
양국 외교부 수장이 모처럼 만에 모인 자리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그동안 두 나라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있었다.
미국은 소련의 몰락과 함께 그동안 절대 1강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서운 경제 성장과 어마어마한 인구를 바탕으로 한 중국이 미국의 턱밑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향후 패권을 향한 두 나라의 보이지 않는 냉전이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양국 회담. 전 세계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 20분 정도의 공개 회담과 이후 비공개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보통 공개 회담에서는, 다분히 형식적이지만 화기애애한 덕담을 양국 대표가 나누면서 시작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그날은 아니었다. 외교 의전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미국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중국은 세계 안정을 유지하는 질서를 위협한다. 소수 민족, 홍콩, 대만의 탄압을 즉각 중지하기를 바란다.”
그러자 중국이 반격하였다.
“내정 간섭하지 마라. 너희 나라나 잘해라. 미국 인권은 최저 수준이다. 유색인종 탄압하지 마라.”
이 말을 들은 미국 대표는 화를 참지 못하고 카메라에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
“당신들에게 경고하는데, 미국의 반대편에 서는 것은 언제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이에 질세라 중국 대표는 벌떡 일어나 미국 측에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거들먹거리는 투로 말을 쏟아냈다.
“너네는 세상을 파멸로 이끌고 있어. 세계 최대 쇠고기 소비국. GMO 옥수수, 콩으로 가축을 키우지. 가축의 배설물 53t이 미국에서 1초에 발생하는 양이야. 1년이면 샌프란시스코 전역을 덮고도 남지. 내가 좋은 그림 하나 보여주지.”
중국 대표는 큰 액정의 휴대전화기에서 사진 한 장을 검색하여 기자들에게 보여주었다.
바로 소 방귀 그림이었다.
회담은 그 자리에서 끝장이 났다. 이 모든 게 생중계로 전 세계에 송출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자존심이 무척 상한 미국 대통령은 대중국 전쟁 선포를 하였다. 데프콘 3단계였다. 그리고 중국이 48시간 이내에 공식 사과를 하지 않으면 데프콘 1단계로 격상하고 선제공격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데프콘 1단계는 미국 역사에 전례가 없는 상황이었다.
긴장의 이틀이 차곡차곡 흘러갔다. 중국 수뇌부의 고민이 점점 짙어졌다. 그 사이 미국은 발 빠르게 유럽과 동아시아에 군사적 동맹을 맺으며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중국. 결국 마지막 날, 마감 시간 10여 분을 남기고 한발 물러서기로 결심한 중국 주석은 신중하게 사과 용어를 채택하여 팩스로 백악관에 전송하였다.
‘Pardon me.’
하지만 팩스를 받아 본 미국 대통령은 심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자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지하 벙커로 내려갔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신이시여, 저희를 용서하소서.”
그는, 놀라운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던 국방부 장관에게 팩스의 내용을 공개하였다.
흐릿하지만 다음과 같았다.
‘Farton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