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필름이 마침내 현재의 시간과 조우했다. 1976년 10월 6일의 그 밤. 총구를 든 군인들의 거친 손길이 내 팔을 잡아채는 순간, 영사기는 멈추고 나는 다시 그 굴욕의 한가운데로 내던져졌다. 이것은 과거의 회상이 아니었다. 이것은 나의 몰락, 나의 현실이었다.
“감히 누구의 명령으로!”
내 절규는 텅 빈 복도에서 힘없이 흩어졌다. 그들의 얼굴에는 경외심도, 두려움도 없었다. 오직 차가운 경멸과 기계적인 임무 수행의 의지만이 서려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나를 ‘장칭 동무’나 ‘주석 부인’으로 보지 않았다. 나는 그저 제거해야 할 목표물, ‘죄수 번호 1호’일 뿐이었다.
나는 군용 트럭의 짐칸에 돼지처럼 내던져졌다. 덜컹거리는 차체에 온몸이 부딪혔다. 한때 내 전용 열차는 전국의 철도망을 멈추게 할 만큼 위세 등등했지만, 이제 나는 짐승처럼 운반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함께 체포된 장춘차오, 왕훙원, 야오원위안의 겁에 질린 실루엣을 보았다. 혁명의 불길을 함께 지폈던 나의 동지들.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은 동지가 아니라 나의 몰락을 증명하는 초라한 증거물처럼 보였다. 왕훙원은 흐느끼고 있었고, 장춘차오는 돌처럼 굳어 있었다. 오직 나만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일시적인 혼란일 뿐이다. 화궈펑(華國鋒)과 예젠잉(葉劍英) 같은 늙은 군벌들이 일으킨 반혁명 쿠데타다. 그들은 주석의 유지를 배반했다. 하지만 인민들은, 특히 나의 홍위병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상하이에는 여전히 나의 세력이 건재하다. 그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민병대를 이끌고 봉기하여 나를 구출하고 저 반역자들을 처단할 것이다. 그래, 이것은 끝이 아니다. 새로운 투쟁의 시작일 뿐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속삭이며, 공포를 억눌렀다. 이것은 내가 평생 해온 일이었다. 현실을 부정하고, 내가 믿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나는 내 인생이라는 연극의 작가이자 감독이었고, 지금 이 순간은 단지 클라이맥스를 위한 잠시의 위기일 뿐이라고, 나는 필사적으로 믿으려 했다.
트럭은 한참을 달려 어느 이름 모를 건물 앞에 멈췄다. 나는 지하로 끌려 내려갔다. 길고 축축한 복도를 지나, 육중한 철문 앞에 섰다. ‘철컥’ 하는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은 한 줄기 빛도 없는 완전한 어둠이었다. 누군가 내 등을 거칠게 밀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섰고,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쾅!’
그 소리는 단순한 문이 닫히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세계의 막이 내리는 소리였다. 나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장송곡이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혼자였다. 완벽한 고독. 완전한 무(無). 나는 처음으로 내 연극의 다음 대사를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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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몇 시간인지, 며칠인지 알 수 없었다. 어둠과 침묵은 시간의 감각을 마비시켰다. 나는 먹지도, 마시지도, 잠들지도 않았다. 나는 꼿꼿이 선 채로, 혹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은 채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어디서부터 어긋났나.
아니, 잘못된 것은 없다. 잘못된 것은 저들이다. 역사를 배반한 자들. 나는 죄가 없다. 나는 주석의 가장 충실한 전사였을 뿐이다. 나의 모든 행동은 혁명을 위한 것이었다.
문득, 다시 철문이 열리고 희미한 빛이 들어왔다. 두 명의 여군 간수가 들어왔다. 그들은 내게 죄수복으로 갈아입으라고 명령했다. 뻣뻣하고 거친 감촉의, 잿빛 인민복이었다.
“싫다! 나는 죄수가 아니다! 나는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의 부인이다!”
나는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은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제로 내 옷을 벗기려 했다. 내가 입고 있던, 내 권위의 상징이었던 그 맞춤 군복을. 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손톱으로 할퀴고, 발로 찼다. 하지만 젊고 힘센 두 명의 여자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내 군복은 갈가리 찢겨져 나갔고, 나는 속옷 차림으로 그들 앞에 내동댕이쳐졌다. 수치심과 분노로 온몸이 떨렸다.
그들은 내 몸을 수색했다. 머리핀을 뽑고, 시계를 풀고, 내가 숨기고 있었을지 모를 모든 것을 찾아내려 했다. 그것은 단순한 수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정체성을 박탈하는 의식이었다. 그들은 ‘장칭’이라는 인물을 구성하고 있던 모든 상징물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내 손가락에서 결혼반지를 빼내려 했다.
“이것만은 안 돼!”
나는 절규하며 손을 움켜쥐었다. 그것은 그와 나를 연결하는 마지막 끈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손가락을 억지로 펴서 반지를 빼앗아갔다.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잿빛 죄수복을 입은 나는, 더 이상 ‘붉은 황후’가 아니었다. 나는 이름 없는 늙은 여자 죄수일 뿐이었다. 그들은 나를 다른 감방으로 옮겼다. 이전보다 조금은 나았지만, 여전히 감옥이었다. 작은 쇠창살이 달린 창문, 딱딱한 나무 침상, 그리고 구석에 놓인 양동이 변기. 이것이 나의 새로운 세계였다.
나는 며칠 동안 단식투쟁을 했다. 그들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자, 굶주림은 나의 자존심을 이겼다. 나는 차갑고 기름진 배추 국과 딱딱한 찐빵을 허겁지겁 먹었다. 음식을 삼킬 때마다 눈물이 함께 흘러내렸다.
나의 가장 큰 고통은 정보의 부재였다. 신문도, 라디오도, 그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길이 없었다. 상하이의 내 동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나를 위해 싸우고 있을까? 아니면 그들 역시 체포되어 배신자가 되었을까? 나는 매일 밤 잠 못 이루고 천장을 바라보며 온갖 끔찍한 상상을 했다.
나는 간수들에게 말을 걸려 했다. 혁명의 정당성에 대해, 마오 주석 사상의 위대함에 대해. 하지만 그들은 벽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욕설을 퍼붓고, 문을 발로 찼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나의 말 한마디는 천둥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제 나의 목소리는 이 작은 감방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공허하게 흩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형벌은 고문이나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완전한 무시였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당하는 것.
어느 날, 나는 감방 구석에 놓인 양동이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헝클어진 백발, 움푹 팬 눈, 경멸과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 거울 속의 나는 내가 아니었다. 나는 낯선 노파를, 내가 평생 경멸해왔던 그런 무력하고 추한 존재를 보고 있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양동이를 걷어찼다. 더러운 오물이 바닥에 쏟아졌고, 지독한 악취가 감방을 채웠다. 나는 그 악취 속에서 주저앉아 흐느꼈다. 나의 유리성이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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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가 지난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심문을 받기 위해 끌려 나갔다. 나는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저들의 반혁명적 음모를 폭로할 기회. 나는 다시 전사가 되어 싸울 준비를 했다.
심문실은 감방보다 더 차가웠다. 중앙에 놓인 낡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나는 피의자석에 앉았다. 맞은편에는 두 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왕둥싱(汪東興). 그는 오랫동안 그의 경호를 책임졌던 인물이었다. 그의 가장 충실한 심복이라고 알려졌던 남자. 그가 나를 심문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은, 이 쿠데타가 그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의미했다. 배신감에 피가 거꾸로 솟았다.
“왕둥싱! 네놈이 감히 나를 심문해? 주석께서 살아계셨다면 네놈의 목을 당장 쳤을 것이다!”
나는 소리쳤다. 하지만 왕둥싱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눈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옆의 다른 심문관에게 고갯짓을 했다.
심문관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건조하고 사무적이었다.
“이름.”
“네놈들은 내 이름도 모르나? 나는 장칭이다!”
“직업.”
“웃기지 마라! 나는…”
“우리는 당신을 중화인민공화국과 중국 공산당에 대한 반혁명 집단의 수괴로 기소한다. 지금부터 당신의 죄에 대해 진술하라.”
죄? 나의 모든 것이 ‘죄’가 되어 있었다.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죄라고? 나의 어떤 행동이 죄란 말이냐! 문화대혁명은 주석께서 직접 발동하고 영도하신 위대한 혁명이다! 나는 그분의 가장 충실한 도구였을 뿐! 나를 심판하겠다는 것은 곧 주석을 심판하겠다는 것이냐? 너희 따위가 감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꺼내 들었다. 바로 그의 이름이었다. 그의 이름은 여전히 이 나라에서 신성불가침의 것이었다. 그들은 감히 그를 직접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심문관은 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공격해왔다.
“주석의 이름 뒤에 숨지 마라. 우리는 당신의 개인적인 죄에 대해 묻고 있다. 당신이 문화대혁명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무고한 동지들을 박해하고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류사오치 동지는 어떻게 죽었나? 허룽(賀龍) 원수는? 타오주(陶鑄)는?”
그는 숙청된 간부들의 이름을 하나씩 읊었다. 그들의 죽음이 모두 나의 책임이라는 듯이.
“그들은 반혁명 분자였다! 주석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어! 그들을 제거한 것은 혁명을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
“그렇다면 당신의 사치스러운 생활은 어떻게 설명하겠나? 인민들이 굶주릴 때, 당신은 홍콩에서 비싼 식자재를 공수해 먹고, 당신의 개에게는 우유를 먹였다. 당신의 옷 한 벌 값은 노동자 일 년 치 임금보다 비쌌다. 이것도 혁명을 위한 것이었나?”
그는 나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나의 사생활, 나의 약점.
“나는… 나는 주석의 아내다! 그 정도는 당연한 대우였어! 내가 잘 쉬어야 인민을 위해 더 잘 봉사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나의 항변은 초라하고 궁색하게 들렸다. 심문관은 콧방귀를 뀌었다.
“인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더군.”
그가 서류 뭉치 하나를 내 앞에 던졌다. 그것은 전국의 인민들이 보내온 편지라고 했다. 나를 비난하고, 나를 사형에 처하라고 요구하는 내용들. 나는 그것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글씨체는 제각각이었지만, 내용은 한결같았다. ‘백골의 마녀 장칭을 죽여라!’, ‘인민의 피를 빤 흡혈귀에게 죽음을!’… 그 저주와 증오의 언어들이 활자가 되어 내 눈을 파고들었다.
“거짓말이야! 이것은 너희가 조작한 것이다! 인민들은 나를 사랑해! 홍위병들은 나를 지지한다고!”
“홍위병? 당신이 이용하고 버린 그 어린 아이들 말인가? 그들도 이제 당신의 실체를 깨닫고 당신에게 등을 돌렸다. 장칭, 당신은 지금 중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여자다. 만약 우리가 당신을 지금 당장 석방한다면, 당신은 아마 반 시간도 되지 않아 성난 군중에게 갈가리 찢겨 죽을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저우언라이의 장례식에서 나를 향해 “두들겨 패라!”고 외치던 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증오에 찬 눈빛들. 그것이 환상이 아니었단 말인가. 내가 인민을 위해 싸운다고 믿었는데, 그 인민들이 나를 죽이려 한단 말인가.
나의 유리성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이성을 잃고 발악했다.
“닥쳐라! 이 반역자 놈들! 너희는 모두 죽을 것이다! 내가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너희 일족을 모두 멸해버릴 것이다! 너희는 내가 누구인지 잊었나! 나는 이 나라를 만든 사람의 아내다! 너희는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없어!”
나의 발악은 심문실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공허하게 울렸다. 왕둥싱이 그때까지의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내가 알던 그 충직한 경호대장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승리자의 목소리, 나를 심판하는 자의 목소리였다.
“장칭, 아직도 현실을 모르겠나? 주석께서는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분은 당신을 보호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셨다. 왜 그랬을 것 같나? 그분 역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자신의 이름을 팔아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이제 그 모든 빚을 갚을 시간이다. 당신 자신의 이름으로.”
그의 말은 망치처럼 내 머리를 내리쳤다. 그가… 나를 보호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나를, 그의 가장 충실한 개를, 이 늑대들의 소굴에 그냥 던져두고 떠났다고?
그럴 리가 없다. 그는 나를 사랑했다. 아니, 사랑하지는 않았더라도, 그는 내가 필요했다. 나는 그의 더러운 일을 대신해 줄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나를 버렸다고?
심문은 그것으로 끝났다. 나는 넋이 나간 채 다시 감방으로 끌려왔다. 나는 침상에 쓰러져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왕둥싱의 마지막 말이 메아리처럼 뇌리에서 맴돌았다.
‘그분은 당신을 버렸다.’
나는 평생 동안 그의 그림자 속에서 살았다. 그의 총애를 얻기 위해 발버둥 쳤고, 그의 권력을 방패 삼아 칼을 휘둘렀다. 나의 모든 존재는 그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만든 거대한 유리성 안에 사는 붉은 황후였다. 그런데 이제 그 성을 지탱하던 기둥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니, 기둥이 스스로 무너지며 성 전체를 박살 내버린 것이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그의 동지도, 연인도 아니었다. 나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필요할 때는 실컷 부려 먹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내다 버리는. 사냥이 끝나자, 주인은 개에게 마지막 먹이조차 주지 않고 떠나버린 것이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소리 내어 울었다. 그것은 분노의 울음도, 억울함의 울음도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인간의, 완전한 절망의 통곡이었다. 나의 유리성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나는 그 폐허 속에서 홀로 남아, 나를 덮쳐오는 차가운 현실의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
(6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