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그리고 침묵

by 남킹


의자에서 발을 떼는 순간, 시간은 그 흐름을 멈추고 영원처럼 늘어졌다.

세상은 소리를 잃었다. 내 귓가에는 오직 내 혈관 속을 흐르는 피가 내는 아우성, 압력을 이기지 못해 터져나가는 미세한 세포들의 비명만이 들려왔다. 목을 조르는 비단 손수건의 압박은 단순한 물리적 고통을 넘어섰다. 그것은 내 평생의 삶이, 내가 저질렀던 모든 행위와 내가 내뱉었던 모든 말이 응축되어 내 존재의 숨통을 끊는 것만 같았다.

내 몸은 허공에서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살고 싶다는 원초적인 본능. 짐승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나의 의식은 이미 육체를 떠나, 차갑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 추한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늙고 앙상한 몸뚱이가, 한때는 혁명의 구호를 외치고, 한때는 사랑을 속삭였으며, 한때는 사형을 선고했던 바로 그 목이 매달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뻐끔거리고 있었다. 이 얼마나 희극적인가. 이 얼마나 비참한가.

의식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점점이 부서지는 빛의 파편들 사이로, 내 인생의 장면들이 마지막 영사기 필름처럼 빠르게, 순서 없이 스쳐 지나갔다. 천안문 광장의 붉은 함성, 옌안 토굴의 희미한 등잔불, 상하이 무대의 눈부신 조명, 그리고… 나를 향해 삽을 휘두르던 아버지의 핏발 선 눈.

나는 이 모든 기억의 폭풍 속에서 마지막 닻을 내리듯, 하나의 생각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나는 옳았다. 나는 혁명 전사였다. 나는 마오 주석의 가장 충실한 아내이자 동지였다.’

하지만 내가 그 생각을 붙잡으려 할수록, 그것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거짓말. 내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속삭였다. 그것은 내가 평생 억눌러왔던, 리칭윈의 목소리였다.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혁명도, 동지애도, 심지어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마저도. 그것은 모두 너의 상처 입은 자존심을 감싸기 위한 화려한 포장지에 불과했다. 너는 단 한 번도 무언가를 진심으로 믿어본 적이 없다. 너 자신 외에는.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내 주변의 풍경이 변했다. 병원 화장실의 차가운 타일 바닥이 사라지고, 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내가 평생을 바쳐 쌓아 올렸다가 단 하루 만에 무너져 내린, 나의 거대한 유리성의 폐허가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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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법정이었다. 하지만 베이징의 특별법정과는 달랐다. 판사석도, 검사석도, 변호인석도 없었다. 오직 중앙에 놓인 피고인석 하나와, 그 주변을 끝없이 둘러싼 방청석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방청석은, 내가 죽음으로 내몰았던 원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가장 앞줄에 왕광메이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늙고 병든 노파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는 내가 가장 질투했던 그 시절의 모습, 몸에 딱 붙는 하얀 치파오를 입고 진주 목걸이를 한 채, 우아하고 기품 있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증오나 분노가 담겨 있지 않았다. 오직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과 연민만이 담겨 있었다.

나는 소리치고 싶었다. 당신은 부르주아였어! 수정주의자였고, 혁명의 적이었어! 하지만 내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맑은 눈빛 앞에서, 나의 모든 정치적 구호들은 힘을 잃고 먼지처럼 흩어졌다. 나는 그녀의 눈 속에서 나의 진짜 죄를 보았다. 그것은 이념의 차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추하고 뒤틀린 질투심이었다. 나는 단지 그녀가 나보다 아름답고, 나보다 학식 있고, 나보다 더 나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를 증오했다. 나는 혁명의 이름으로 나의 가장 저열한 감정을 포장했던 것이다.

그녀의 옆에는 쑨유스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저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에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 녹슨 대못이 박혀 있었다. 그 끔찍한 형상이, 그 어떤 웅변보다도 더 강력하게 나의 죄를 고발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차마 마주 볼 수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방청석은 끝이 없었다.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자들, 그리고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수많은 얼굴들. ‘미국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옥사한 배우 왕잉, 나의 과거를 안다는 이유만으로 숙청된 옛 동료들, 내가 만든 혁명 경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맞아 죽은 작가들, 그리고… 홍위병들의 광기 속에서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백만의 무고한 영혼들.

그들은 나를 향해 소리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침묵 속에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들의 침묵이, 그 어떤 고함보다도 더 무겁게 나를 짓눌렀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피해 달아나고 싶었지만, 내 발은 바닥에 뿌리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나의 진짜 법정이었다. 변명도, 항변도 통하지 않는 곳. 오직 나의 죄의 무게만이 나를 심판하는 곳. 나는 피고인석에 주저앉았다. 나의 오만했던 혁명 투사의 가면은 산산조각 났고, 나는 벌거벗은 죄인의 모습으로 그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때, 방청석의 모든 원혼들이 길을 열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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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

그는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늙고 병든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옌안 시절의, 가장 카리스마 넘치고 위엄 있던 모습으로 내 앞에 섰다. 그는 여전히 허름한 인민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옥황상제처럼 장엄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일 뻔했다. 내 몸은 여전히 그에 대한 복종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간신히 버텨냈다. 그리고 내 평생 처음으로,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의 눈은 깊은 우물과도 같았다. 그 안에는 지혜와 교활함, 이상과 냉소가 뒤섞여,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나는 그 눈을 바라보며, 내 평생을 짓눌렀던 단 하나의 질문을, 내 마지막 힘을 다해 내뱉었다.

“왜… 왜 저를 버리셨습니까?”

내 목소리는 갈라지고 떨렸다.

“저는 주석의 가장 충실한 개였습니다. 주석께서 물라고 하면 물었고, 짖으라고 하면 짖었습니다. 주석의 손을 더럽히는 모든 궂은일을 제가 다 맡았습니다. 그런데 왜, 마지막 순간에 저를 이 늑대들의 소굴에 혼자 던져두고 떠나셨습니까? 왜 저를 보호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은 원망이자, 애원이었다. 나는 그에게서 마지막 위안을, 나의 모든 행위가 결국에는 그의 뜻이었으며, 나는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는 그 한마디의 확인을 받고 싶었다.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나를, 마치 처음 보는 낯선 곤충을 관찰하듯, 무심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내가 기억하던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였지만, 거기에는 어떤 온기도 담겨 있지 않았다.

“버리다니? 나는 너를 버린 적이 없소.”

그의 말에 내 심장이 잠시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그렇다면…!”

“나는 애초에 너를 가진 적이 없기 때문이오.”

그의 말은 얼음송곳처럼 내 심장을 꿰뚫었다.

“장칭 동무.” 그는 나를 그렇게 불렀다. 연인이나 아내가 아닌, 수많은 동지들 중 하나를 부르듯이. “당신은 훌륭한 도구였소. 아주 예리하고, 쓸모 있는 칼이었지. 나는 그 칼을 이용해 나의 적들을 제거하고, 나의 권력을 지켰소. 하지만 칼은 칼일 뿐이오. 칼에게 감정을 주거나, 칼과 미래를 약속하는 대장장이는 없소. 사냥이 끝나면, 칼은 칼집에 넣거나, 혹은 무뎌지면 버리는 것이오. 그뿐이오.”

“도구라고요…?”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저는… 저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의 입가에 옅은, 그러나 지독히도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랑? 당신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은, 당신의 권력욕과 복수심의 다른 이름이었을 뿐이오. 당신은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내 뒤에 있는 권력의 그림자를 사랑한 것이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소. 그리고 그것을 이용했지. 당신의 그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은, 나의 혁명을 위해 아주 유용한 땔감이 되어주었소.”

그는 내게서 시선을 거두고,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마치 혼잣말을 하듯이.

“당신뿐만이 아니오. 린뱌오도, 류사오치도, 저우언라이도, 그리고 지금 나를 배신하고 권력을 잡은 덩샤오핑마저도… 모두 나의 대의를 위한 도구이자 장기판 위의 말이었을 뿐이오. 나는 역사의 흐름을 움직이기 위해 기꺼이 그들을 희생시켰고, 또 이용했소. 그것이 바로 혁명이오. 위대한 목표 앞에서는, 개인의 삶과 감정 따위는 먼지처럼 하찮은 것이오.”

먼지.

그 한마디가 내 세계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나의 사랑, 나의 헌신, 나의 투쟁, 나의 죄. 그 모든 것이, 그에게는 한낱 먼지에 불과했다. 나는 그의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그저 수많은 도구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조금 더 예리하고, 조금 더 잔인했을 뿐인.

나는 무너져 내렸다. 나는 그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매달리고 싶었다. 아니라고 말해달라고, 당신에게 나는 특별한 존재였다고, 단 한 번이라도 나를 진심으로 아낀 적이 있다고 말해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내게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다시 어둠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은 거대한 산처럼 보이기도 했고, 텅 빈 그림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가 사라지자, 법정도, 원혼들도, 나의 유리성의 폐허도 모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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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아니었다.

나는 어느 춥고 바람 부는 겨울 마당에 서 있었다. 내 앞에는 술지게미 냄새를 풍기는 거대한 그림자가, 삽을 들고 서 있었다. 아버지. 그의 눈은 증오와 경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너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나는 여덟 살의 작은 소녀, 리칭윈이 되어 있었다. 부러진 앞니 사이로 피가 흘렀고, 온몸은 두려움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나는 평생 동안 이 순간으로부터 도망쳐왔다. 배우의 가면을 쓰고, 혁명의 갑옷을 입고, 권력의 성벽 뒤에 숨어, 이 상처 입은 어린아이를 외면해왔다.

나는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적으로 돌렸다. 나를 상처 입힌 아버지처럼, 세상의 모든 권위 있는 것들을 파괴하려 했다. 나를 무시했던 세상처럼, 나보다 나은 모든 것들을 끌어내려 짓밟았다. 나는 이 작은 아이가 다시는 상처받지 않도록, 세상 전체를 거대한 폐허로 만들려 했던 것이다.

나의 모든 혁명은, 결국 이 작은 소녀의 처절한 복수극에 불과했다.

나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울고 있는 작은 리칭윈을 끌어안았다. 미안하다. 내가 미안하다.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너의 상처를 보듬어주지 못하고, 너를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가서 정말 미안하다.

내가 그 아이를 끌어안는 순간, 나를 짓누르던 모든 것들이 눈 녹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오쩌둥의 거대한 그림자도, 원혼들의 침묵의 시선도, 혁명이라는 이름의 무거운 갑옷도. 모든 것이 흩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깨달았다.

내 평생의 적은 류사오치도, 덩샤오핑도, 나를 배신한 세상도 아니었다. 나의 진짜 적은, 바로 내 안에 있었다. 상처를 끌어안고 세상을 저주하던, 가엾고 어리석은 나 자신이었다.

…육체의 감각이 마지막으로 돌아왔다.

목이 부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폐 속의 마지막 공기가 터져 나왔다. 고통은 없었다. 오직 끝없는 추락감만이 존재했다.

나는 텅 빈 어둠 속으로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혁명도, 역사도, 사랑도, 증오도. 내가 그토록 집착했던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지는 완전한 공(空).

아, 이것이 끝이구나.

내 평생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한 줌 권력을 잡기 위해, 묵은 원한을 갚기 위해, 한 남자의 인정을 받기 위해, 나는 내 영혼을 팔고, 수많은 사람들을 해쳤으며, 결국 나 자신마저 파괴했다.

결국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의 개였다. 하지만 그 개는 주인을 위해 짖은 것이 아니라, 실은 자신의 공포를 향해 짖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 그 짖음마저 멎었다.

마지막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 나는 보았다.

병원 화장실의 쇠창살 틈으로, 한 줄기 새벽빛이 비스듬히 들어와, 더러운 타일 바닥 위의 먼지들을 비추고 있었다.

먼지.

그래, 결국 모든 것은 먼지였다.

나의 삶도, 그의 혁명도, 우리가 흘렸던 그 모든 피와 눈물도, 결국에는 저 이름 없는 먼지 한 톨과 다르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흔적도 없이 흩어질.

…침묵이 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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