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넓고 조용했다. 그리고 복층이었다. 2층 계단 모서리에는 뜬금없이 고딕 석상 풍의 포효하는 사자상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나는 구석진 자리를 잡으려다가, 넓은 창에 비친 푸른 바다에 매료되어 창가로 앉았다. 그리고 냉커피를 주문했다.
전망은 훌륭했다. 넓은 8차선 도로 너머에 좁은 몽돌해변이 뉘었고, 백색의 물거품이 마치 경계처럼 길게 줄을 그은 너머는 온통 바다와 하늘뿐이다. 푸르름이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대기는 아직 먼지 자국이 남아 흐렸다. 하지만 끔찍한 스모그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덮은 어제를 생각하면, 오늘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바닷바람이 해변에 꽂아 놓은 깃발들을 간간이 흔들고 있다. 나의 가슴도 덩달아 뛰었다. 이따금 간헐적으로 깊은 한숨이 올라왔다. 바지에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정장이 불편했다.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가?’ 나는 답답하기만 한 넥타이를 살짝 잡아당겨 풀고는 길게 숨을 한번 내뱉었다. 그러자 입이 바싹 마르기 시작했다.
창가로 쏟아지는 햇살이, 에어컨 바람의 날카로움을 상쇄시켰다. 나는 냉커피에 꽂혀 있는 빨대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쭉 빨아 댕겼다. 달콤한 차가움이 목을 타고 텅 빈 속을 훑어 내려갔다. 그러자 주변을 감도는 여성 재즈 싱어의 끈적한 목소리가 귓가에 이명처럼 들려왔다.
공기는 커피 향으로 엉겨있었다. 잠시 멍한 상태로 있던 나는, 휴대전화 버튼을 눌러 시간을 확인했다. 여자가 오려면 아직 3시간 30분이나 남았다.
언제나 나는 그랬다. 약속 시각보다 항상 많이 일찍 온다. 기다림을 좋아한다. 멍하니 앉아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게 좋다. 한가로우면서도 여유로운 냄새를 본능적으로 좋아했다.
나는 외로이, 안락한 레스토랑에 앉아 오랫동안 하늘과 바다, 스치는 사람, 그리고 레몬과 코코아가 그려진 메뉴를 바라봤다. 스치는 사람과 망설이는 사람들의 몸짓에 시선을 따라가거나 주변 손님들의 수다에 저절로 집중하여 관심을 돋우기도 하였다.
레스토랑은 천천히 비었고, 하루도 덩달아 저물어가기 시작했다. 오고 가고 앉아 마시고 말하고 쳐다보고 걷던 이들이 사라짐을 느낀 건 잠깐 한순간이었는데, 그 순간은 오싹하게도 나 자신이 처량하고 고독하기 짝이 없는, 그래서 정말이지 절망적인 비련을 느꼈다고 해야만 할 것이다.
사실 그다지 나쁘지 않은 상황인데도 말이다.
계산을 마친 나는 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빈 탁자가 놓여 있는 테라스로 나갔다. 파리한 초저녁 하늘 사이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건널목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