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ie Holiday - Comes Love

음악, 상념

by 남킹

https://youtu.be/NoQR08auOsA


새로운 직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이곳에서 매년 봄마다 개최되는 국제 악기 박람회에 참관하는 고객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들은 7명으로 구성된 재즈 뮤지션으로, 3박 4일간의 마지막 일정을 끝낸 일요일 저녁, 그들이 인터넷에서 찾았다는 유명한 - 어쩌면 한국인들에게만 잘 알려진 - 작센하우젠에 있는 독일 식당으로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이번 방문의 마지막 만찬에 기꺼이 나를 초대했고, 우리는 아펠바인이라는 사과로 담근 술과 독일의 전통 음식이라고 알려진, 돼지 족발 튀김 요리인 슈바인스학세를 주문하였다.


홀은 적지 않은 손님들로 떠들썩했고, 웨이터는 유창한 한국어 인사말로 우리에게 한바탕 웃음을 선사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아주 친한 듯, 짓궂은 말장난들이 난무하였는데, 대부분이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났다. 하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상당한 대식가였다. 접시에 수북이 담긴 감자와 두툼한 족발을 쉴 새도 없이 먹어 치웠다. 또한, 그들은 술도 엄청나게 마셨다. 사과술은 우리네 백자와 같은 흰 항아리에 담겨 나왔는데, 홀서빙 담당자가 쉴 틈도 없이 빈 항아리를 채워 날랐다. 그들은 입으로 떠들고 마시고 채워 넣었다.


나는 운전을 핑계로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았다. 사실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였다. 물려받은 체질이었다. 알코올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소주 몇 잔만 마셔도 속이 울렁거리고 편치 않았으며, 다음날 꼭 설사하였다. 아버지와 닮은 몇 안 되는 특징 중의 하나였다. 반면 아내는 술을 잘 마셨다. 당연히 술을 좋아하기도 하였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항상 소주와 맥주가 비치되어 있었고, 베란다 끝에는 늘 빈 술병들이 상자째로 포개져 있었다. 그녀는 종종 가벼운 저녁 식사를 한 뒤, 홀로 식탁에 앉아, 간단한 안주와 함께 긴 시간 동안 두세 병의 술을 마시곤 하였다. 그러고도 아침이면 거뜬하게 일어나 뒷동산으로 달리곤 하였다. 나는 베란다에 나와 담배를 피우면서, 그녀가 멀어지는 광경을 가끔 지켜보곤 하였다. 그럴 때면 묘한 서글픔 같은 것을 느끼곤 하였다. 마치 기차 철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달려도 우리는 좁아지지 않았다.


식당의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어난 늦은 밤이 되어서야 우리는 그곳을 나왔다. 하지만 이 요란한 재즈 패거리들은, 이국땅에서의 마지막 밤을 그냥 잠으로 때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몇몇은 각자 휴대폰을 꺼내더니 다음 목적지를 부산하게 찾는 듯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희끼리 쑥덕거리더니, 공론화된 그들의 뜻을 내게 전했다. 재즈바의 주소였다.



Comes Love



허름한 입구만큼 내부는 작고 단출하였다. 흐린 조명이 적갈색의 벽을 물들였다. 일행은 객석의 빈자리를 채우고도 남았다. 어쩔 수 없이 몇몇은 벽에 기대거나 포개 앉았다. <September in the Rain>이 홀에 흘렀다. 갈색 머리의 여인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다. 흥겨움이 절로 묻어났다. 일행은 벌써 드럼 박자에 맞추어 고개를 끄덕이거나, 발을 바닥에 가볍게 두드렸다. 젊고 구부정한 백인 남자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콘트라베이스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몇몇은 자신의 술잔을 홀짝거렸고, 가수로 보이는 흑인 여성은, 검은 파이프가 드러난 천장을 바라보며 웅얼거렸다. 그녀의 손에는 굵고 독특한 반지가 모든 손가락에 끼워져있었다. 요란한 장식의 팔찌와 목걸이도 그녀의 하얀 이빨처럼 반짝였다. 홀의 중앙에는 유난히 다정스러운 커플도 눈에 띄었다. 그들은 이제 막 사랑의 열정에 빠진 듯, 서로를 손으로 감싸고 잠시도 쉬지 않고 서로의 살갗을 비벼대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에게서 떨어지는 순간은, 연주가 끝났을 때뿐이었다. 손뼉을 치기 위해서. 그 순간에도 그들의 눈은 서로를 향하고 있었다.


조금 지나지 않아, 바에 있던 중년의 남자가 색소폰을 들고 홀에 나타났다. 그리고 가수는 무대 중간에 있는 마이크로 이동하였다. 그녀는 좌중을 빙 둘러보며 고개를 숙였다. 간간이 박수가 다시 터졌다. 드럼연주자의 신호에 따라 연주가 다시 시작되고 커플은 다시 붙었다. 익숙한 노래가 흘렀다. <Comes Love>. <Billie Holiday>가 부른 이 노래는 가사를 외우고 있는 거의 유일한 재즈곡이다. 안나의 베스트곡이었다.


Comes love, nothing can be done.


“사랑이 오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요?” 그녀는 내게 이어폰을 건네며 그냥 흘리듯 속삭였다. 지독하게 노란 유채꽃이 세상을 덮은 4월이었다. 폭설이 유난을 떨었든 그해 겨울, 첫 만남을 지나면서, 우리는 벤치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로 음악과 소설 이야기였다. 그녀는 독일과 프랑스 작가에 푹 빠져있었다. 우리는 서로가 읽기를 원하는 책을 돌려가며 읽었다. 행복했다. 오랜만에 삶의 기쁨을 느꼈다.


Lyrics


Comes a rainstorm, put your rubbers on your feet
Comes a snow-storm, you can get a little heat
Comes love, nothing can be done

Comes a fire, then you know just what to do
Blow a tire, you can buy another sure
Comes love, nothing can be done

Don't try hiding 'cause there isn't any use
You start sliding when your heart turns on the juice

Comes a headache, you can lose it in a day
Comes a toothache, see your dentist right away
Comes love, nothing can be done

Comes a heat-wave, you can hurry to the shore
Comes the summer, you can hide behind the door
Comes love, nothing can be done

Comes the measles, you can quarantine the room
Comes a mousy, you can chase it with the broom
Comes love, nothing can be done

That's all brother, if you've ever been in love
That's all, brother, you know what I'm speaking of

Comes a nightmare, you can always stay awake
Comes depression, you may get another break
Comes love, nothing can be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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