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도착했지만, 인기척이 없다. 아버지는 이틀째, 오빠는 벌써 한 달째 집을 비우고 있다. 오빠는 투견 꾼이다. 투견장을 따라 전국을 돌아다닌다. 그는 아마 투견장만 열린다면, 지옥 끝까지라도 주저 없이 따라갈 것이다.
아버지의 직업은, 이걸 직업이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개장수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개를 사기 위해 동네방네 돌아다녔다. 오빠는 수집한 개를 보신탕집에 넘기는 일을 한동안 하기도 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우리를 개판 가족이라고 했다.
나는 줄곧 개장수 딸이고, 오빠는 개장수 아들이다. 그러니 유명한 보신탕 마을에 우리 집이 있는 건 당연지사.
나는 문을 따고 조심스레 방 안으로 들어간다. 어둠살이 움찔하며 따라 들어왔다. 혼자 있는 날에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나는 핸드백 속에 있는 스턴건을 꽉 움켜쥐고는 방의 불을 켰다. 형광등이 몇 번 껌벅이더니 이내 주위가 환해졌다.
다행히 방에는 정적만 있을 뿐이다. 긴장이 삽시간에 빠져나가 휑뎅그렁하다. 빈 곳은 다시 상실감 같은 묘한 감정이 채워진다. 혐오스러운 오빠지만, 이 순간에는 간절히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동네 양아치치고, 오빠가 투견에 미치면서, 적지 않은 밤을 나 홀로 지새는 우리 집을 모를 리가 없다. 그들은 우리를 백정이라고 하고, 나는 그들을 개새끼로 취급한다.
한낮에는, 길가는 초등학생 돈이나 뜯던 녀석들이, 밤이 되면 슬그머니 이 골목 저 골목에 죽치고 앉았다가, 내가 나타나면 낄낄거리면서 전봇대에다가 개들 하는 흉내를 내곤 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한 녀석이 대담하게 내가 홀로 자는 방에 들어와 밤새도록 나를 괴롭힌 적이 있는데, 나중에 오빠에게 잡혀서 불알이 깨지도록 두들겨 맞았다. 그 녀석은 나를 개처럼 엎드리게 하고는 혓바닥을 내고 짖으라고 협박하였는데, 오빠 패거리가 무서웠는지 아니면 고자였는지, 나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지금은 진짜 고자가 되었지만. 그리고 나를 보고 ‘백정 새끼, 백정 새끼’하고 놀리던 녀석도 있었는데, 우습게도 그 녀석은, 오빠가 한때 몸담았던, 불법 개 도살장에서 진짜 백정 일을 아직도 하고 계신다.
나는 마치 폐가처럼 낡고 병든 집을 낯선 방문객처럼 한동안 천천히 쳐다봤다. 내 속의 어두운 곳에서부터 부추기고 꿈틀거리며 기어이 끓어오르려 하는 고통의 자국들은, 마치 박물관처럼 이곳에 나열되어있다.
가난, 폭력, 쾌락, 눈물, 배반, 몽상, 나태, 죽음이 침범할 수 없는 상태로 가득 쌓여있다. 별 고통 없이 되씹을 수 있는 어제는, 이 집에서는 단 하루도 용납하지 않는다.
나는 삐꺽거리는 창문을 힘들게 열어젖혔다. 창문 틈에 새까맣게 더께가 앉아 있다. 어른거리는 불빛 사이로, 낮은 담벼락에 붙은 까막까치밥나무가 힘겹게 바람에 한들거린다. 채소밭 한 뙈기가 흐린 불빛에 누워 있다.
구석에는 앙상한 과실수, 잡초와 퇴비 더미, 부엽토 통들이 뒹굴고 있다. 엄마가 떠나고 방치된 곳. 한순간에 씁쓸하고 고약한 생각들과 어설픈 회고가 뒤엉켜 올라온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고 창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