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상념
Chopin - Nocturne in C Sharp Minor (No. 20)
어디를 가나 폐허였다.
더럽거나 무질서하거나 거칠거나 황량하였다.
절망과 고통이 세상의 전부였다.
죽은 이의 악취와 살아 남은자의 악행이 곳곳에 스며들고 깃들여 있었다. (<릴리안 나리>의 <호모 사피엔스 기록> <대멸종 편> 84장 13절)
임마누엘은 진동을 느끼고 눈을 떴다.
무너진 벽돌, 낡은 선반 위로 먼지가 피어오른다.
뒤이어 '쾅' 하며 폭음도 들려왔다.
그는, 벽에 붙은 간이침대에서, 낡은 모포를 세차게 젖히며 벌떡 일어났다.
그는 멀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두려움이 그를 휘감았다.
그는 휘청거리며 몸을 맞은편 벽 쪽으로 붙였다.
긴장과 공포가 뒤섞인 어두움이 그의 발에 걸려있다.
늘 겪는 일이지만 언제나 익숙하지 않았다.
다양한 기계음 소리.
가까이 혹은 멀리서 들려오는 산발적인 폭발음.
그는 경험으로 이 상황을 이미 알고 있다.
‘드론의 침공’
그 순간, 깨진 유리창으로 광풍이 차가운 소음과 함께 세차게 몰려왔다.
뒤이어 진한 화약 냄새가 삽시간에 공간을 메웠다.
그는 아주 가까이에 그것이 있음을 인지했다.
그는 머리를 천천히 최대한 낮게 숙이기 시작했다.
먼지 나는 바닥에 코가 거의 닿을 때까지. 메스꺼움이 욱하고 올라왔다.
하지만 참아야만 했다.
그는 숨을 천천히 내 쉬며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거의 일자로 드러누웠다.
드론의 비행 소리가 점점 크게 다가왔다.
거친 회오리바람이 성긴 천으로 된 옷을 뚫고 그의 피부를 따갑게 긁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시선은 차가운 바닥에 고정하였다.
감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는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여 드론의 위치를 감지하려 애썼다.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존재.
그것이 점점 가까이 접근했다.
소음과 바람이 그를 집어삼킬 듯 할퀴기 시작했다.
그는 숨을 멈추었다.
약간의 움직임에도 드론의 총구가 사정없이 그에게 발사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붉은 광선이 그의 몸을 훑으며 한동안 머물렀다.
가슴에 강한 압박이 몰려왔다.
한 모금이라도 숨을 내쉬는 순간, 살상 드론은 증가한 CO2의 미세한 양을 감지하고, 그를 <아직 생존한 육지 인간>으로 판단할 것이다.
그는 점점 심한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