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6

by 남킹

제사의 서막을 알리는 것은 어머니가 가게 귀퉁이 창고에서 자동차 타이어 만한 프라이팬과 접시, 제기 용품들을 꺼내면서부터다. 그러고 나서 어머니는, 삼촌들이 미리 부쳐준 돈을 우체국에서 찾아, 우리 형제들을 앞세우고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수산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버스를 2번이나 갈아타면서.


어머니는 그날 올라온 제수용 생선 중 가장 큰 놈들만 사는데, 이건 순전히 아버지 뜻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특이한 또 한가지 버릇이라면, 바로 제사상에 올라오는 생선의 크기에 집착하는 것이다. 마치 작은 생선이면 조상님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듯이, 아버지는 수박만 한 대가리의 문어와 족히 1미터쯤 되어 보이는 민어에, 큰 접시에 꽉 찰 정도로 넓은 도미를 고집하시는 거였다.


우리는 버스를 온통 비린내로 채우다시피 하면서, 낑낑거리며 겨우 생선들을 가져오지만, 부푼 기대와 설렘으로 나의 마음만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두둑한 용돈으로 평소에 사고 싶었던 조립품을 머릿속에 그려 보느라 사실 정신이 없었다.


아무튼, 제삿날은 나에게 축제 기간과 마찬가지였다. 생선 외의 것은 모두 우리 시장에서 해결했다. 채소야 당연히 우리 집 것 그냥 가져오면 되고, 과일은 바로 옆 청과물 가게에서 사 오는데, 그 집 주인은 우리 이모다. 이모는 제사 며칠 전부터 크고 싱싱한 과일들을 따로 빼놓았다가, 거의 염가로 어머니에게 넘겨주곤 했다.


사실 우리 가게도 예전에는 이모 가게였다. 이모는 처녀 시절부터 독립하여 이곳에서 과일가게만 쭉 해온 이곳의 터줏대감과 같은 존재였다. 장사 수완도 남다르고 어머니와 달리 붙임성도 좋아 처음 2평 남짓으로 시작한 가게는 이제 스무 배도 넘게 커졌고, 콩나물 공장과 어묵 공장을 겸하여 운영하는 지금의 이모부를 만나 사실상 우리 시장의 최고 갑부 반열에 올랐다.


반면, 재물에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고 놀이 문화에만 집착하던 아버지는 팔도를 떠돌며, 두 집 살림 혹은 세 집 살림을 살다 보니, 물려받은 토지며 집이며 심지어 선산까지, 결국 곶감 빼 먹듯 다 날려 버렸다. 그러자 무뚝뚝하고 자존심 강한 어머니지만, 당장 끼니 걱정에, 별수 없이 동생 가게 귀퉁이를 빌려 장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착한 이모는 임대료 한 푼 받지 않고 가게 귀퉁이를 선뜻 잘라서 내주고는 필요한 선반이나 각종 물품을 제공하였다. 더욱이 장사에는 젬병에 지나지 않는 어머니에게 여러 가지 노하우도 제공해 준 덕분에, 어머니는 비교적 수월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간판도 하나 내 걸었는데, 형 이름을 따 <인수네 야채 상회>라고 지었다.


아무튼, 그 날. 더운 여름날. 제사가 있던 날. 어머니는 정수에게 가게를 일찌감치 맡기고 오랜만에 내려온 막내 고모와 제사상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사전에 쥐약 놓는 날이란 걸 알고 있던 정수는 온종일 그의 개를 예의 주시하며 가게를 지키던 중 잠시 한눈판 사이에 개가 사라졌다. 정수는 급하게 뛰쳐나가 개를 찾았고 이내 정말로 10분도 안 되어 그의 개를 찾았다고 했다.


온통 짧고 하얀 털로 덮인 그 개는 정수를 향해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주인을 맞이하고, 이내 가게 평상 밑에 마련된 그의 보금자리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리고 1분쯤 흘렀을까? 기묘하고 섬뜩한 신음이 점점 강도를 더하더니 낮은 평상의 천장을 쿵쾅거리며 부딪히는 소리가 격렬하게 이어지는 거였다.


이 소리를 듣고 이모가 달려와, 그 광경을 보지 못하게, 정수의 손을 잡고 어머니에게 끌고 가고, 그사이에 이모부가 죽은 개를 양지바른 곳에 잘 묻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장소가 어디인지는 아무에게도 알려 주지 않았다. 정수가 그렇게 사정사정했는데도 그저 먼 공동묘지라고만 하였다.


그리고 먼 훗날, 어머니와 이모가 대화하는 중에 나는 얼핏 알게 되었다. 이모부가 손수레에 죽은 개를 싣고 가던 중 마침 개장수를 만났다고 했다. 버릴 거면 달라고 해서 줬다고 한다. 그의 포대기에는 이미 죽은 개와 고양이 몇 마리가 담겨 있었고, 그의 아들로 보이는 녀석도 한 포대기 짊어지고 있었다는 거였다. 언제부터인가 쥐약 살포하는 날을 용케 알고 나타난다고 했다.


<끝>


하니은 매화 (1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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