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나의 사랑 1

by 남킹
30년이 지났지만, 그 골목과 바람. 언덕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여전했다. 늘 그리웠고, 갈구하였지만 막상 이 자리에 다시 서니 마주침의 감격보다 회연의 슬픔이 앞선다. 나는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 토요일 오후에 머물러 있다.


남자


운명은 미련스러운 사실 속에 침착하고 녹아들어 어디로 흐를지 알 수 없는 것.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나의 지도교수가 파면되었다. 수년간에 걸친 부정 입학이 발각되었다. 수십 명의 피해자 중에는 나도 있었다. 특별 입학이 났다.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식을 접한 어머니가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내게는 고통스럽다. 나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 나는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애초에 나의 꿈은 허망한 신기루였다. 세상의 허위와 겉치레는 발끝에 차이는 돌조각보다 가벼웠다.


나는 세상이 나를 찾지 않기를 바란다. 잘 못 걸려 온 전화처럼. “아, 죄송합니다. 당신을 호출하려는 게 아니었습니다.”라고 읊조려주기를 바란다.


여자는 토요일 오후면 퇴근을 한다. 그래서 무성한 가로수 이파리들이 상쾌한 바람에 파들거리는 이 도시의 거리를 가로질러, 나는 전당포와 약국이 보이는 육교에서, 후드가 달린 카디건을 입은 그녀를 웃으면서 쳐다볼 수 있었다.


늘 그 모텔로 돌아갔다. 우리는 말 없이 샤워하고 섹스를 했다.


둥글게 올라온 비너스의 언덕. 서혜부, 음부, 회음부, 항문이 동시에 나타났다. 분홍과 갈색 그리고 짙은 회색. 흐릿한 윤곽. 욕망이 용솟음친다. 강한 몰입. 우툴두툴하고 까칠한 부분에 입술을 댄다. 지린내가 올라온다. 번질거리는 액체. 끈적거리는 살갗. 구멍이 꿈틀댄다. 경이로운 본능이 빚어낸 행위. 나는 참지 못하고 꺽꺽거리며 뱉어낸다. 찰나의 쾌감. 그리고 빈정거림이 뒤섞인 긴 나른함.


여자는 깊이 잠들었다. 나는, 새벽 3시가 넘었지만, 당최 잠이 오지 않는다.


나는 붉은 네온사인 불빛이 물감처럼 번진 창턱에 팔꿈치를 대고 양 손바닥으로 턱을 괸 채, 바람과 비를 보고 있다.


남킹의 문장 1 (10).png
1월의 비 Book Cover (1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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