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는 들뜬 마음을 누른 채, 플라잉택시를 타고 <에로돌스> 고객센터로 향했다. 평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그는 오늘만큼은 약간의 사치를 부리고 싶었다.
일주일간의 제품 사용 교육과 적응 단계를 모두 마친 그는, 드디어 그의 여자를 오늘 만나게 되는 것이다.
제품명 : <핫세 프리미엄 에로 버전 13.44F>
원산지 : Made in America
이미 7년 전에 출시되어 2번의 주인을 거친 중고제품이었다. 하지만 정비센터에서 무상 초기화 및 업그레이드가 잘 진행되었고, 무료 <안마 서비스> 모듈 및 최신 유행 신음까지 보너스로 탑재한 상태였다. 그의 재정적 능력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셈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Made in America>라는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최고 품질의 섹스 로봇은 한국산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제임스가 감당할 수 없는 고가 제품이었다. 심지어 중고제품도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팔렸다. 그나마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중국산이었다. 한국산 대비 가격은, 삼 분의 일 정도였지만 품질면에서는 일반인들이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다만 중국 내 노총각 수가 급증함에 따라, 내수 시장의 수요도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중국 정부는 원천적으로 자국의 로봇 수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말았다.
아메리카 제품은 한 때 최상의 품질로 인기를 누렸으나, 보안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급락하고 말았다. 즉, 수많은 제품이 불법 개조 및 복제가 되어 전 세계로 팔렸으며,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예를 들자면, 섹스 도중 주인의 성기를 입으로 절단하는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제임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거의 40년 세월을 고독한 싱글로 보낸 그로서는, 여인의 품속이라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옮기며, 안내에 따라 지정된 69번 만남 방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2시간의 첫 만남을 보내고 나서, 최종 구매 계약서에 사인하고 나면, 그녀는 완전히 그의 것이 되는 것이다.
방은 작지만, 침대는 넓었다. 약간 어두운 붉은 조명 속에 로맨틱한 재즈 음악이 흘렀다. 그는 약간 엉거주춤한 상태로 선 채 여자를 기다렸다. 그의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쳤다. 일 초 일 초가 영원히 멈추듯이 천천히 흘렀다. 동시에 그의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그는 탁자에 놓인 음료수를 병째로 벌컥벌컥 마셨다. 그가 병을 비우는 사이 그녀가 들어왔다. 진한 재스민 향이 좁은 공간을 금세 가득 채웠다. 그녀는 반투명의 실크 란제리 차림이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에게 사뿐 사뿐히 다가와 익숙한 듯이 그에게 안겼다. 그리고 그가 말할 틈도 없이 그녀는 그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개었다. 그녀는 탁월한 섹스 기계였다.
남자의 옷을 한풀 한풀 벗긴 뒤, 자연스러운 자세로 그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는 자신이 왜 좋은 제품인지를 마치 홍보라도 하듯이 아주 부드러운 손끝으로 그의 전신을 안마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이 스르르 자동으로 감겼다.
제임스의 입에서는 삶의 희열이 터져 나왔다. 그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기쁨을 노래했다. 지나간 모든 고통과 외로움이 한꺼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는 비로소 세상의 한 가운데, 주인공으로 우뚝 선, 자존감을 한껏 내뿜는 수컷 사자로 돌아왔다.
그는 이제, 그녀를 쓰러뜨리고 자기 성기를 그녀의 몸속으로 깊숙이 집어넣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그런데 그 순간, 묵직한 압박감이 팔에서 느껴졌다. 그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여자의 손에 쥐어진 주사기를 보았다. 그녀는 익숙한 듯 자신의 왼쪽 유방을 열어 투명 유리병 속에 담긴 액체를 주사기에 담고 있었다.
순간, 제임스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젠장!!!, made in America!!!”
그의 여자는 마약 로봇으로 개조된 복사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