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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a Rani - Eden

by 남킹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보라. 그들의 미래, 불행과 행복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노자


늦가을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니콜라스는 군에 징집되었다. 그의 나이 스물이었고 막 결혼한 때였다.

그는 가난한 농사꾼이었고 고향을 떠나 본 적이 없었다. 학교에 다녀 본 적도 없으며, 당연히 글을 읽고 쓸 줄도 몰랐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하늘과 땅, 가족과 가축, 옥수수와 밀이었다.

그 해는 무척 가물었다.

사실, 해가 갈수록 강수량이 줄어들고 있었다. 농작물은 고사하고 가축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람이 마실 물도 부족했다. 자연히 농촌을 등지는 주민이 늘어났다.

게다가 멀지 않은 곳에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어 이주민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마을 청년 대부분이 그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니콜라스는 고향에 머물렀다.

그리고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그는 어느 날,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머지않아 탐욕이 부른 전쟁이 나서 자신이 끌려가게 될 거 같아….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우리는 아주 아주 먼 곳으로 가게 될 거야….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곳으로 말이야….”

그녀는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종종 그녀에게 꿈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그 내용은 대부분 먼 미래나 과거에 관한 거였다.

그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 남편이 단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얼마 뒤, 그의 말대로 다이아몬드 광산 이권을 둘러싼 두 민족 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그는 보병으로 참전하였다. 광산이 내려다보이는 힐마리아 언덕에는 여러 개의 진지가 구축되었다. 각 진지는 참호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군사 물자를 나르는 일을 하였다.

전투는 치열했다.

밤낮으로 포격과 총격전이 이루어졌다. 매일 수많은 군인이 전사하였다. 하지만 좀처럼 한쪽으로 전세가 기울지 않았다.

팽팽한 상태가 한 달 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니콜라스는 그의 동료에게 꿈 이야기를 하였다.

“내일이면 적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것 같은데…하지만 그게 더 무서운 일이지….”

이 말을 전해 들은 동지들은 하나같이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매일 밤 그들은 사방에서 올라오는 적들과 치열한 전투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언은 정확했다.

이튿날부터 주변에 산재했던 수많은 적들이 자취를 감춘 거였다.

이게 바로, 니콜라스의 명성이 알려진 첫 번째 사건이었다.

그는, 적들이 그다지 효과가 없는 포위 격멸이나 거점점령 식 작전을 포기하고 게릴라전으로 바꾸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챈 것이다. 이 얘기는 곧바로 대대장 귀에 들어갔다.

그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니콜라스를 일단 곁에 두고 좀 더 지켜보기로 하였다.

이후 니콜라스는 여러 작전회의에 참석하여 그의 예언을 말하였고, 이는 곧바로 사실로 드러났다. 덕분에 그의 군은 차츰차츰 승기를 잡아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말대로, 적이 휴전 제안을 해 왔다.

이 기쁘고 놀라운 소식은 나라 전역에 삽시간에 퍼졌다. 하지만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니콜라스의 예언 능력이었다.

그는 군이 하사한 최고 훈장과 좋은 보직 제안도 마다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를 보려는 사람들이 매일 구름처럼 몰려왔다.

니콜라스 가족은 결국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에 관한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 가우타를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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