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시포스

시시포스 6

by 남킹

6부


니콜라이 흘라디는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차렸다. 공중을 자유롭게 가로지르던 그의 몸을 갑자기 누가 심하게 잡아당긴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서 대롱거렸다. 흐릿한 달빛 속에 그는 자기 낙하산이 나뭇가지에 걸린 것을 깨달았다. 강한 바람이 그를 숲속으로 데려간 것이다. 그는 버둥거려보지만, 낙하산을 덮어쓴 나무는 그를 놔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바람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가지를 흔들었다.

젠장, 목표지점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진 거야?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잠시 후, 그의 발밑에서 고함이 들렸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

그래, 좀 더 지켜봐야 해.

그는 아래를 유심히 살폈다. 지금으로서는 그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었다. 지금 낙하산 줄을 끊고 내려가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총을 든 군인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들은 모두 반쯤 수그린 채 총구를 전방으로 향하고 천천히 발소리를 죽여가며 전진하고 있었다. 이윽고 가까운 거리에서 격렬한 총소리가 들렸다. 일부 군인들이 급하게 뒷걸음치며 물러났다.

꼼짝달싹 없이 나무에 매달린 그는 낭패감에 사로잡혔다. 발밑에 움직이는 군인들의 형태로 봐서 저자들은 적들이 틀림없었다. 만약 저들 중 하나라도 위를 쳐다본다면 그는 꼼짝없이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젠장, 상황이 더럽게 꼬였네.

전투는 더욱 격렬해졌다. 번쩍이는 섬광과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이 어둡게 드러누운 숲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파괴와 피의 흐름이 그의 발아래에 펼쳐졌다. 반군들은 처음에는 밀리는가 싶더니 점점 숫자가 늘어 나면서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그의 시간은 허공에서 정지해버렸다. 그는 이제 사지를 늘어뜨리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아래를 지켜보기만 하였다.

다행히 반군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들은 이제 그의 시야에서 자취를 감췄다. 총소리도 간간이 들리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딱 멈췄다. 적막감이 숲을 다시 덮었다. 바람 소리가 더욱 커졌고 새소리도 다시 시작되었다. 니콜라이는 정강이에 찔러 둔 베인(bayonet)을 꺼내 낙하산 줄 하나를 잘랐다. 그리고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마치 나무 꼭대기에서 그네를 타는 꼴이었다. 다행히 그의 몸이 앞으로 점점 더 나아가며 나뭇가지 하나를 손으로 잡을 수 있었다. 그는 찬찬히 낙하산 하네스를 벗고 나무에 매달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아래로 내려갔다.

나무는 무척 높았다. 그는 나무에 꽤 오랜 시간 매달린 채 끙끙거리다 겨우 지상으로 발을 디뎠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총기와 무기, 통신 장비가 여전히 나무에 매달려 있다는 거였다. 그에게는 칼 한 자루가 가진 것 전부였다. 그거라도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는 잠시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했다. 흐리고 어두운 숲속. 별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 빽빽한 산림. 그는 나침반도 없이 순전히 그의 직감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그는 적들이 간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젠장, 그래도 답답한 감옥보다는 이게 낫지. 적어도 지금은 내 의지로 가는 거니까.

*************

숲에 날이 밝을 때쯤 니콜라이는 탈수로 거의 쓰러질 듯 피곤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물소리를 들었다. 그는 죽을힘을 다해 산길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돌부리에 무릎이 까이고 나뭇가지에 얼굴을 긁혀도 그는 꿋꿋하게 계곡으로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세차게 물이 쏟아지는 폭포수에 몸을 풍덩 담갔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은 그를 활력으로 가득 채웠다. 그의 상처와 지친 몸을 달래주었다. 폭풍처럼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더없이 맑고 투명하였다. 머릿속의 그 어떤 걱정이나 애환도 이 순간에는 물결과 함께 온전히 사라졌다. 그는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꼈다.

이 마법 같은 순간에 그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경계를 넘어서는 듯한 희열을 간직하고 싶었다. 그를 쥐어짜던 과거의 악행과 탐욕이 마치 비늘처럼 떨어져 나가는 후련함을 짜릿하게 몸에 새기기를 원했다.

나는 그저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던 거야. 새롭게 태어나고 싶었단 말이야.

하지만 그의 행복은 그의 귓전을 스치는 굉음에 깨지고 말았다. 니콜라이가 돌아보니 어느새 반군들이 그를 향해 총을 쏘고 있었다. 그는 세찬 물살이 흐르는 계곡으로 몸을 맡겼다. 그는 빠른 속도로 하염없이 떠내려갔다. 그의 몸은 맹렬한 물살과 함께 춤을 추었다. 거친 파도에 부딪히며 거의 물속에 잠겨 숨이 멎을 듯한 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렇게 속절없이 한참을 떠내려간 그는 마침내 물살이 줄어들고 고요함마저 느껴지는 물웅덩이에 다다랐다.

물가로 나와보니 그의 옆구리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총알이 그의 옆구리를 관통한 게 분명하였다. 그는 한쪽 손바닥으로 지혈을 한 채 절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걸을 때마다 바늘로 살을 꿰매는 고통이 찾아왔다. 지혈한 손가락 마디 마디로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는 그렇게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그러다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

니콜라이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옆을 보니 흰 가운을 걸친 간호사 두 명이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오른손에는 수갑이 채워진 채, 침상 철제 난간에 묶여 있었다. 왼쪽 상완부에는 정맥 주사가 꽂혀 있었다. 링거병에는 노란 액체가 반쯤 담겨 있다.

여기가 어디 인가요?

니콜라이는 간호사를 보며 말을 걸었다.

간호사들은 대화를 멈추고 니콜라이를 바라보며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오, 깨셨군요. 담당 의사 부르겠습니다. 잠시만요.

잠시 후, 젊은 의사가 나타났다. 그는 오자마자 그의 눈을 살피고 청진기로 맥박을 잰 뒤, 니콜라이 옆구리를 손으로 가볍게 누르면서 물었다.

어떻습니까? 통증이 느껴지나요?

네, 네, 조금. 조금 느낍니다.

의사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좋습니다. 수술은 잘 된 것 같습니다.

저 그런데 의사 선생님. 여기는 어딘가요?

아, 네. 여기는 시립병원입니다. 그러니까 민족해방전선 직영 병원입니다.

의사는 니콜라이가 찬 수갑 주변의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이거 불편하지는 않습니까?

네, 저도 금방 깨어나서 그런지 아직은 괜찮습니다.

네, 다행이군요. 우선 귀하는 포로 자격으로 치료를 받으시는 거고요. 신분 확인을 위한 절차를 곧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무쪼록 마음 편히 계시기 바랍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의사가 나가고 난 뒤 얼마 후, 중년의 남자가 검은 돋보기안경을 낀 채 병실로 들어왔다. 그는 니콜라이의 침상에서 다용도 테이블을 꺼낸 뒤 그 위에 두툼한 서류를 올렸다. 그리고 니콜라이를 지긋이 쳐다보며 건조하게 물었다.

저는 포로 관리 담당 사정관 앤드리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니콜라이입니다.

전체 이름은?

니콜라이 흘라디입니다.

출생은?

시시포스입니다.

서류에 볼펜으로 니콜라이의 기록을 적던 앤드리는 갑자기 손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 니콜라이를 빤히 쳐다봤다.

당신이 정말 니콜라이 흘라디입니까?

네, 맞습니다.

시시포스의 위스키 제왕 니콜라이가 바로 당신인가요?

네, 주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여기에?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앤드리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니콜라이를 스캔하듯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는 휴대폰을 꺼내 니콜라이 이미지를 구글에서 검색한 뒤 사진과 니콜라이를 번갈아 보며 대조 작업을 하였다. 그동안 니콜라이는 시선을 어디 둘지 몰라 계속해서 천장만 바라봤다. 뭔가 확신이 섰는지 앤드리는 펼쳐놓은 서류를 다시 주워 담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투명한 셀로판지처럼 생긴 것을 꺼내 니콜라이 앞에 놓았다.

두 손바닥을 이곳에 꾹 눌러주시기를 바랍니다. 니콜라이 님.

이것이 뭔가요?

지문을 뜨는 필름입니다.

앤드리의 표정과 말이 이전보다 공손하였다. 니콜라이는 손바닥을 필름에 꾹 눌렀다. 앤드리는 조심스레 필름을 봉투에 밀어 넣고 밀봉한 뒤 가방에 넣고 일어섰다.

신분 확인이 끝나는 대로 다시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니콜라이 님.

앤드리는 다정하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그가 나가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니콜라이의 병실이 바뀌었다. 그는 병원의 맨 꼭대기 층 1인실로 옮겨졌다. 그리고 수갑 대신 전자발찌가 채워졌다.

*************

니콜라이는 진통제를 복용하고 거의 새벽에 막 잠이 들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를 흔들어 깨웠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밤늦게 곤하게 주무시는데…. 니콜라이 흘라디님.

아뇨, 괜찮습니다. 막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누구신지?

저는 민족해방전선 사령관 아르템입니다.

아, 반군 지도자시군요. 그런데 야심한 시각에 왜 저를?

우선, 본의 아니게 니콜라이 님에게 총상을 입힌 점에 대해서 사죄를 드립니다.

네 괜찮습니다. 그다지 큰 상처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여기 병원 종사자분들의 극진한 치료를 받고 있으니 오히려 제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무척 감사합니다. 사실 동생분의 요청으로 니콜라이 님의 안전에 대하여 저희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제 동생의 요청으로?

네, 올리거 님과는 1년 넘게 거래하고 있습니다.

제 동생 올리거를 아시는 건가요?

네, 저희 물건을 동생분이 제삼 세계에 판매하는 일을 하셨습니다.

어떤 물건인가요?

대량 파괴 무기들입니다.

그럼, 핵무기 같은 것들인가요?

네, 그것도 포함해서입니다.

아니, 그런 위험한 물건을 생산한다는 말씀인가요?

구소련 때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시시포스 지하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시시포스 지하에요?

네, 무척 많은 양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러시아가 그것을 되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무력으로 말입니다. 사실 이미 교전 상태입니다. 뭐 니콜라이 님이 지금 직접 겪고 있으니까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흑해 연안 3개 도시에서 반군을 몰아내는 것입니다.

네,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용병 그룹이 정부군을 지원하여 저희 반군을 도시 외곽으로 몰아내는 것이죠. 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시시포스입니다. 우리나라가 핵으로 무장하는 것을 저들은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는 서방 강대국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저희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 동생 올리거도 지금 매우 위험한 상태인가요?

네,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지금 시시포스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도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사실 동생분이 저와 처음 접촉할 당시, 저희 내부의 반역자로 인해 정부군에게 잡혀갈 뻔하기도 하였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음…. 그러니까…. 참, 막내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요?

제 막내 말입니까? 세르게이라고 합니다만….

네, 맞습니다. 세르게이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제 막내가요?

네, 세르게이는 특수 부대 요원으로 저를 잡으러 왔다가 올리거 님을 우연히 만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하늘이 도운 거죠.

지금 세르게이는 무사한가요?

그날 이후, 아직 별다른 소식을 접하지는 못했습니다.

니콜라이는 모처럼 만에 동생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반가웠지만, 그들이 지금 겪고 있을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허전한 그리움의 그림자가 그의 얼굴을 흐리게 적셨다. 특히 막내가 전쟁터에서 힘들고 험난한 여정을 겪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하게 아팠다.

세르게이는 늘 웃는 아이였다. 심지어 형에게 맞을 때도 돌아서서 털털하게 웃으며 모든 것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니콜라이는 그런 그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늘 짐으로 남아 있었다. 니콜라이의 어두운 표정을 지켜본 아르템은 조용히 앉아 그가 다시 운을 뗄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니콜라이가 말 문을 열었다.

그래서 사령관님, 저를 찾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면목 없습니다. 왜냐면 저는 올리거 님에게 부탁했던 거와 유사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돈입니다. 돈이 무척 부족합니다.

사령관님, 죄송하지만 돈에 관해서는 제가 도와드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제가 갇히면서 제 은행 계좌는 모두 동결이 되었습니다. 부동산은 모두 아내 명의로 되어 있고 금고에 약간의 현금과 금붙이 정도가 있습니다만 제 금고가 아직 남아있는지는 불확실합니다.

니콜라이 님의 돈을 요청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미로바 가문에 관해서 묻고자 합니다.

아, 그미로바 가문 말씀이시군요. 우선 저와 친분이 있는 이고르는 도벽에 낭비벽도 심해 거의 남아있는 게 없을 것입니다. 가능한 옵션은 레오입니다. 그는 은행 시스템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현금과 금괴를 집에 보관합니다.

저희도 그렇게 파악을 했습니다. 그래서 니콜라이 님에게 이렇게 찾아온 것입니다. 레오 집 내부를 알고 있는 유일한 분이니까요.

하지만 그의 집은 100만 평이 넘는 부지에 저택만 10개가 넘습니다. 그리고 중무장한 경호 부대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자칫 엄청난 병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니콜라이 님이 꼭 필요합니다. 저희를 꼭 도와주십시오. 이는 시시포스를 지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혹시 제가 레오에게 팽 당한 것도 알고 계시나요? 사령관님.

네 동생에게서 들었습니다.

네, 좋습니다. 사령관님을 돕겠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지요.

하나는 제 동생들을 보호해주시기 바랍니다.

약속합니다.

그리고 레오의 목은 제가 직접 따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

니콜라이는 반군과 함께 완전무장 한 상태로 어두운 숲을 조용히 걸으며 레오의 저택으로 향했다. 무거운 침묵이 숲을 감쌌다. 그는 어깨에 짊어진 육중한 무선 장비로 인해 땀을 비 오듯이 흘렸다. 하지만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그는 감옥에서 이런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했다.

더러운 건달 새끼! 레오를 꼭 내 손으로 작살을 내고 말겠다.

마침내 높은 담장과 그 위에 끝없이 이어진 철망이 나타났다. 작전 대장은 양쪽 감시탑을 망원경으로 번갈아 가며 보고는 안심한 듯, 대원들에게 실행 명령을 내렸다. 수동 굴착기를 이용해 군인들이 땅을 파기 시작했다. 나머지 병들은 줄곧 사방을 예의주시했다.

작은 땅굴이 만들어졌다. 대원들은 한 명씩 한 명씩 그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여전히 세상은 고요했다. 그저 바람 소리뿐이었다. 그들은 다시 저택 근처로 천천히 다가갔다. 이윽고 흐리지만, 집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니콜라이에게는 꽤 익숙한 집이었다. 다만 오늘은 이전과는 다른 목적과 의지로 인해서 그런지 그저 낯설기만 하였다.

저택은 압도적인 위세로 줄지어 서 있었다. 하지만 니콜라이는 저 저택 중 어디에 니콜라이가 묵으며 어디에 돈을 숨겨 두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선발대가 4번째 저택으로 서서히 접근했다. 그리고 그 순간, 숲의 고요한 밤이 번쩍이며 어둠에서 깨어났다. 지나치게 큰 비상 사이렌 소리와 함께 모든 가로등이 불을 환히 밝혔다. 저택들도 모두 잠에서 깨어났다.

삽시간에 교전이 시작되었다. 총성과 울림이 폭발했다. 반군들은 가까운 지형지물로 숨은 채 레오의 경호 부대에 반격했다. 저택 주변은 혼돈과 전투의 파동으로 점철되었다. 몇 명은 검은 그림자처럼 빠르게 전진하며 저택 근처로 들어갔다. 니콜라이는 자신의 병기를 쥐고 저돌적으로 싸웠다. 이제 레오의 저택은 혼란과 혈투로 뒤덮였다. 니콜라이는 일부 대원들이 저택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감을 키웠다.

그래! 레오 이 녀석! 오늘이 너 제삿날이다!

레오의 대저택은 점차로 반군들의 손에 떨어져 갔다. 저택의 문은 마침내 열리고, 그 안으로 대원들이 한 명씩 한 명씩 빨려 들어갔다. 니콜라이도 문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 순간을 기억하기로 마음먹고 주위를 찬찬히 살폈다. 그 순간 총소리가 뚝 멈췄다. 하지만 다른 소리가 들렸다. 니콜라이는 그 소리가 자동차 엔진소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레오! 이 녀석이 차로 도망간다!

니콜라이는 급하게 도로로 나왔다.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은 세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니콜라이는 사정없이 그 차에 총격을 가했다. 차의 전면 유리창이 박살 나고 보닛에 수십 개의 구멍이 난 차는 니콜라이 바로 코앞에서 핸들이 심하게 꺾이면서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니콜라이는 급하게 전복한 차량으로 달려갔다. 차에서 튕겨 나온 이가 신음하며 도로 옆 풀밭에서 누워 있었다. 잠옷 차림을 한 레오였다.

레오! 나를 똑바로 봐! 내가 누군지 알겠지!

니콜라이는 큰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레오는 그저 누운 채 입맛 벙긋거렸다. 니콜라이는 총구를 레오의 입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한 말 기억하고 있냐? 이 더러운 양아치 새끼야! 시시포스를 더럽히면 언젠가 후회하게 될 거라고. 바로 오늘이 그 날이다. 나중에 지옥에서 보자!

니콜라이는 힘껏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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