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상상 혹은 죄와 벌 #03

제나 (Zena)

by 남킹

맙소사!

그래, 그거야! 어머나! 그 쥐가 언제부터 물탱크에 빠져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대형 사고인 것만은 확실하지. 만약 SNS에 그 장면이 실렸다면, 그 식당은 문을 닫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야. 틀림없이 줄소송이 이어지겠지. 왜냐하면 그 식당의 단골 중에는 꽤 힘 있는 사람들이 많거든.


그런데 어떻게 찾은 거야? 원래 물탱크도 조사하고 그러는 거야?

아니, 전혀. 지금까지 한 번도 물탱크를 조사한 적은 없었어.

그런데 왜 한 거야?

순전히 넷플릭스 때문이야.

넷플릭스?

응, 전날 호텔에서 다큐멘터리를 봤거든. 그냥 보고 싶어 본 것도 아니고, 나와 같이 있던 녀석이 다큐멘터리 광이었거든.

무슨 내용인데?


제목도 잘 기억이 안 나. 뭐, 대충 내용이 이런 거야. 조현병을 앓고 있는 한 여대생이 미국 여행하다가 어떤 호텔에서 실종이 되었어. 며칠 뒤, 물탱크에서 그녀는 벗은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경찰이 그녀의 CCTV 일부를 공개했어. 그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지. 소름 끼치기도 하고. 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에 말을 하고 거부하고 버튼을 누르는 장난을 치기고 하고 얼굴을 문밖으로 내밀기도 하는 거야. 그런데 그 엘리베이터에는 오직 그녀뿐이었어. 아무도 없지. 오직 그녀만 보이는 누군가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이 뭔지 알아?

뭔데? 나는 마치 비밀 첩보원처럼 속삭였다.


그 호텔이 이상해. 그곳에서 수십 명의 사람이 지난 10년 동안 죽어 나갔지. 이유는 다양해. 우선 그 호텔의 위치야. 호텔 주변은 그야말로 노숙자의 천국이더구먼. 그러니 그 호텔에 투숙하는 이들은 정상은 아니겠지. 아니면 그 호텔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투숙하던가. 왜냐하면 호텔 홈페이지 사진을 보면 정말이지 기가 막히게 좋거든. 마치 중세시대 귀족의 성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야.

그럼 너는 그 식당에서 전날 본 다큐멘터리에 이끌려 물탱크를 보게 된 거구먼?


그렇지. 그게 문제야. 내가 물탱크의 뚜껑을 열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완벽했거든. 식당 주인과 주방장은 대단한 자부심으로, 내가 하는 모든 검사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응했거든. 그러므로 그 뚜껑을 연 게, 어찌 보면 우리 모두의 운명을 두려움으로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인지로 모르겠어.

그럼 너는 너의 행동을 후회하는 거야?

지금은 후회해.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쳐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나는 너무 오싹한 기분을 느꼈지.

그래서 사후 처리는 어떻게 한 거야?

나는 돈을 받았어. 이건 비밀이야. 절대로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되는 거야. 이 비밀은 나와 너, 그 식당 주인과 주방장. 이렇게 4명만 알고 있는 거야.

그거, 그러니까. 내가 알아도 되는 거야? 이 사실. 내가 누군가에게 발설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너는 가진 거야?


뭐, 사실 그런 확신은 없어.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잖아. 단지, 나는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입이 간지러울 뿐이야. 그리고 그 순간, 너를 만난 것뿐이고. 그러니 제발 부탁이야. 오늘 나는 너에게 기분 좋은 선물을 안겨줄 거야. 왜냐하면 그들이 쥐여준 돈은 나의 한 해 봉급보다 많아. 바로 이런 게 행운이라는 거지. 왜냐하면 누구도 이 사실을 발설하지는 못할 테니까. 설령 하더라도 누가 알겠어. 이미 쥐는 끄집어냈고 물통은 깨끗이 비웠으니까. 단지 내가 찍은 사진이 다였지. 그리고 물론 나는 그 사진을 그들이 보는 앞에서 깨끗이 지웠지. 두툼한 돈 봉투를 지갑에 넣으면서 말이야.

하지만 혹시 해서 물어보는 건데. 양심에 찔리거나 그러지는 않아?


당연히 양심에 찔리지.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불쌍하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그 식당을 찾지는 않거든. 그곳 단골손님은, 무척 많은 돈을 벌거나 대단한 권력을 간직하거나 얼굴이 여러 사람에게 알려져 자긍심이 대단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 그들에게는 좀 위해가 되는 뭔가를 해도 돼. 난 그렇게 생각해. 그들에게는 좀 가혹해도 된다고 느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응, 알겠어. 그런데 그 여자는 누가 죽인 거야?

누구? 그 다큐멘터리 여자?

응.

내야, 모르지. 결론이 명확하게 나지 않았거든. 그냥 음모만 무성해. 하지만 그들은 자살로 보고 있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 나는 아냐. 나는 누군가에게 살해되었다고 봐. 왜냐하면 이상하고 만만한 여자를 보면 남자들은 우선 겁탈부터 하려고 들거든.

그 남자들에 나도 포함되는 거야?

뭐, 글쎄, 내가 보기에 너는 아닌 것 같아.

왜 나는 아냐?

너는 내게 이상한 영상을 요구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

하지만 나의 내면에도 변태의 자격은 갖추고 있어. 단지 그게 끔찍하다고 느낄 뿐이지만.

그러니까 너는 아니라는 거지. 바보야!


흐린 하늘이 맑았다, 다시 구름이 잔뜩 끼기를 반복했다. 우수수한 빗방울이 비스듬히 내리는 공간 사이로, 그녀와 나는 끝없이 걸었다. 종잡을 수 없는 도시의 바람이 발밑을 간지럽히고 우산 끝을 휘게 했다. 나는 그녀의 푸른 눈에 물방울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혀끝으로 그녀의 눈 가장자리를 훔쳤다. 그리고 다시 키스했다. 우리는 많은 차가 동서남북으로 느리게 지나가는 도로 옆 인도에 서서 꽤 오랫동안 서로의 혀를 홡았다.


그럼, 너는 누가 범인이라고 추정하는 거야?

범인은 웨이터야. 단언하건대.

왜?

최초의 발견자거든. 이전에 물탱크의 뚜껑을 열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지. 경찰도 관리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 그런데 그 녀석이 나중에 다시 연 거야.


그건 좀 이상한데. 그가 범인이라면 자기가 죽인 여자를 굳이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을까?

그건 그렇지. 당연히 숨기겠지. 하지만 물탱크야. 물통에 시체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맛있게 물을 마시겠지. 하지만 녀석은 아니지. 너 같으면 물통에 시신이 있는 물을 마실 수 있겠어?

웨이터가 물을 안 먹을 수는 없는 거야?

당연하지. 그 물탱크에서 모든 물이 나오니까. 녀석이 외부에서 물을 가져오지 않는 한. 설령 물을 가져왔다고 하더라고 그가 먹는 음식에는 당연히 그 물이 쓰일 수밖에 없는 거지. 즉, 녀석은 사람들이 물통을 뒤졌는데도 시체를 발견하지 못하자 답답한 거지. 빨리 물통을 비우기를 바란 거야.


와! 대단하다! 우리 제나!

그녀와 나는 기분 좋게 무거운 하늘을 벗 삼아 도로를 건너고 강 옆을 벗어나 낭만과 사치가 흘러내리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익숙하게 메뉴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리스트를 꼼꼼히 읽고 나서, 내게 묻지도 않고 웨이터를 불러 음식을 주문했다.

가장 비싼 것만 주문했어. 오늘은 행운이 깃든 날이니까.


잠시 후, 포도주가 웨이터의 품에 아기처럼 누워서 왔다. 그는 조심스레 아기 얼굴을 제나에게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익숙하게 와인 뚜껑을 비틀어 땄다. 목에서 하얀 연기가 흐느적거리며 나타났다. 나는 그때, 어두운 물통에서 눈을 부릅뜬 채, 창백한 얼굴을 내미는 죽은 여자를 떠올렸다. 웨이터는, 제나의 엉덩이보다 더 볼록한 유리잔에 붉은 피를 짜냈다.


와인 잔 바닥이 피로 흥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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