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 (Zena)
여자는 와인 한 모금을 머금고 양치하듯이 꿀럭꿀럭하더니 꿀떡 삼켰다. 그리고 잔을 다시 웨이터에게 내밀었다. 제나의 살짝 벌어진 입가가 붉게 빛났다. 웨이터는 좀 더 많은 와인을 그녀의 잔에 따랐다. 제나는 마시기 전, 나를 한번 힐끗 보면서 윙크하고 다시 한번 꼴깍 삼켰다. 나는 그 순간, 이 식당의 물탱크가 궁금했다.
앙증맞은 접시에 트뤼프 튀김이 요란한 장식과 함께 나타났다. 나는 죄스럽게도 이 장식을 깨부수는 작업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왜냐하면 첫 만남의 긴장을 벗어버리자 허기가 심하게 솟았다. 목구멍에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집어넣었다. 제나는 술을 과하게 마셨다. 그녀는 잔을 바닥에 놓을 때마다 입술에 묻은 와인을 매번 혀끝으로 쓸어 담았다. 그리고 오목한 표정으로 포커를 사용해 트뤼프 조각 하나를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창은 서서히 구름에서 벗어나 단조로움에 식상한 제나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봐요! 마침내 비가 멈췄어요. 지겨운 비.
나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에게 맴돌았다. 나는, 나의 여인이 벗은 옷에서 나는 향수에 심취한 듯 가늘어지는 눈으로, 음탐한 상상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욕망의 절정은 바로 다음이었다. 푸아그라가 슬픔을 가득 안은 고통을 표현하며 식탁의 중앙을 차지했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갈망을 묻힌 포크로 콕 찍어 톡 쑤셔 넣었다. 나는 푸아그라의 지나친 끌림에 대하여 가끔 고단한 실연을 느끼곤 한다. 그 이유는, 이 음식이 풍기는 끔찍한 단면 때문이었다.
그래! 모든 것은 우리가 봄으로써 간직할 수밖에 없는 추함에 이르곤 한다. 그날, 내가 본 영상은 틀림없이 그러하였다. 썩은 냄새가 뿌려놓은, 낡고 거친 농장에서 눈물 없이 반짝이는 눈으로 우리를 지켜보는 거위. 그의 목에 망설임 없이 깊이 박히는 작대기. 그 속을 파고드는 사료. 캑캑거리는 거위. 그 위에 겹치는 외계인. 나는 내가 상상하고 만들고 싶은 인간 사육 영화를 그려본다. 어쩌면 AI로 일 분이면, 내 노트북 동영상 폴더에 그럴싸한 외계인 영화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에서 외계인이 나타난다. 혹은 땅에서. 혹은 바다에서. 아니면 우리 파충류 중 어느 날, 돌연변이로 인하여 심하게 똑똑한 종자가 나타난다. 아무튼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좋다. 그들은 지구를 정복하고 인간을 사육한다. 지나치게 좁은 공간에 수백의 인간이 더럽게 벌거벗은 채 서성거린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플라스틱 사료. 바닥에 똥이 가득하고, 여름 더위는 천장에 먼지 가득 붙어 있는 팬을 돌리기도 벅차다. 인간의 피부는 모두 벗겨지고 진물이 흐르고 벌레 유충이 살을 파고든다. 모든 게 완벽하다. 이보다 더 멋있는 환경 보호 영화가 있을까. 인간은 그들이 15세가 될 때를 마지막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긴 트럭이 나타나고 인간은 모두 갈고리가 채워진 채 실려 도살장으로 간다. 긴 행렬을 지키는 건, 변함없는 우리의 영원한 친구, 개. 그들은 인간이 쓰러지거나 이탈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가차 없이 물어 재낀다.
마침내 도살장 입구. 맛있는 고기를 위해, 외계인은 끝이 뾰족한 망치를 인간의 정수리에 세게 내리쳐 단박에 죽인다. 그리고 거꾸로 매단 다음 피를 쭉 뽑는다. 다음 차례는, 음 그렇지. 목을 절단하고 사지를 절단하고 거위의 부풀어 오른 간을 절단한다.
그녀는 웃음을 흘리며, 고상한 피아노 음악이 시작할 때쯤 나온, 이 음식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주저 없이 이빨 사이로 집어넣는다. 마치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나의 외람된 사치와 도도한 상념이 마주치는 이 순간에 대한 느낌은, 그녀를 꼭 매달고 싶다는 충동이었다. 목을 절단하고 사지를 절단하고 그녀의 부풀어 오른 간을 절단한다. 타일 바닥을 흥건히 수 놓은 고급 와인.
웨이터가 다시 나타났다. 누가 봐도 이 녀석이 범인이다. 그는 탐욕에 절은 눈으로, 내 여자의 볼록한 가슴골을 훑어 재낀다. 그는 카비아를 우리 중간에 놓고, 와인 병을 조금 안쪽으로 당긴 뒤, 랍스터 비스크를 두고 간다. 나는 그의 빛나는 눈을 줄곧 지켜봤다. 제나가 물탱크의 문을 여는 순간, 그의 손은 이미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 사타구니로 향하고 있다. 검은 카비아는 별처럼 빛났다. 랍스터는 형체도 없이 비스크 속으로 붉게 물들었다. 나는 무엇이라도 홀릴 수밖에 없는 이 순간에 대한 보답과 상대할 수밖에 없는 환상에 젖는다. 제나는 실크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 더 풀었다. 그녀의 봉긋한 흰색 투명 유방을 타고 내리는 부드러운 숨결은, 메스를 꽂았을 때 주르르 흐르는 피의 자국이 선명하게 불타는 그 지점으로, 나의 시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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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높고 우리 방은 가장 높았다. 침대 위에 그녀는 십자가처럼 엎어졌다. 얇은 천이 그녀의 엉덩이골을 가렸다. 금빛 머리칼이 고불고불 사방으로 기괴하게 뻗었다. 나는 이제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이 환경에 대해, 익숙함을 지니기 위한 몇 가지를 상기했다. 그건 오래전에 홍콩의 공항에서 마주친 승무원과 나눈 이상한 진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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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군요. 그런데 저 기장님이 문을 열지 못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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