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 (Zena)
방 안에 어스름한 빛이 스며들어오는 새벽. 달리의 시계 그림이 내려다보는 침대 위에 미묘한 향기가 퍼져나간다. 그 냄새는 우아하고도 사랑스러운 제나의 속옷에서 나온 것이다. 확신한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소재는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만지면, 그 풍성한 꽃잎과도 같은 속옷의 표면이 미끄러워 손끝을 감싸 안아주는 듯하다. 아름다운 자수와 레이스가 철저히 엄선된 곳마다 자리하고 있다. 마치 자그마한 예술작품이 속옷에 흐르는 듯하다. 어우러진 선과 곡선은 제나의 몸매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그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숨은 아름다움을 드러내 준다.
전면을 덮은 모든 창이 파스텔 색조의 색감으로 변했다. 이것은 단순한 물감이 아니라, 감성의 표현이다. 그윽한 라벤더와 연한 피치, 부드러운 로즈 골드의 꽃들이 제나의 피부와 어우러져 아찔한 조화를 이룬다. 한 줄기 햇살이 그녀의 피부에 닿는 순간, 속옷은 마치 여인의 우아한 감성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백옥과도 같은 피부는 자연의 귀한 보석과도 같다. 그 맑고 순수한 피부는 태양의 빛을 받아 반짝이며, 온전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탐스러운 그 피부에는 어린 소녀의 순수함과 여성의 성숙함이 함께 공존한다. 살짝 벌어진 눈. 잠든 눈동자는 깊고 푸른 바다처럼 맑고 깨끗하다. 그 속에는 세계의 비밀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것만 같다. 그 푸른 눈동자는 우주를 향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새로운 모험을 꿈꾸는 용기를 물들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진다. 노랗고 투명한 머리칼은 태양의 햇살을 담은 미소처럼 따뜻하고 환하다. 그 속에는 자연의 풍요로움과 강인함이 서려 있다. 매혹적인 비음은 그녀의 섬세한 손길과 함께 쓸쓸한 밤을 비추며, 마치 감성적인 향연을 연출한다.
제나의 육체는 여신의 조각상과도 같다. 그 볼륨감 있는 곡선은 그녀의 여성성과 우아함을 동시에 드러내며, 마치 찬란한 꽃 한 송이와도 같다. 어루만지는 순간, 그 육체는 미끄러워 손끝에 닿아 즉각적인 열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그 열기는 마치 대지의 열기와 같이 끝이 없어서, 끊임없이 깊어진다. 제나를 침대에서 어루만지는 순간은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이다. 그 아름다움은 책 속에 간직된 소중한 문장과 같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순간이다. 이 순간은 우주와도 같은 넓은 광장에 피어난 별과도 같다. 소중한 그 순간은 저편으로 날아가지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허리에 묶은 얇은 리본은 여성의 몸매를 더욱 강조한다. 매듭이 풀리는 그 순간, 그리고 풀리는 소리는 마치 야간의 셰익스피어의 연극이 시작되는 소리인 것 같다. 속옷을 벗으며 나아가는 그 장면은 시를 읽는 듯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우아한 몸매는 단지 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여성의 내면의 울림과 고요한 아픔, 그리고 열정을 품고 있다. 마치 문학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몸동작은, 그 안에 물든 그녀의 탐욕을 더욱 빛나게 한다. 마침내 그녀가 눈을 떴다. 입에서 쉰 포도주 냄새가 풍겼다.
잠은 잘 잔 거야?
그녀는 말없이 버둥거리며 일어났다. 잠시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찾더니 그곳으로 성큼성큼 갔다. 욕실 문이 열리고 오줌 소리가 났다. 반투명 창에 그녀가 백조처럼 앉아 있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올라와 잠들었다.
지금 몇 시야?
오후.
오후 몇 시?
1시 44분.
배고파!
뭐 먹고 싶어?
햄버거.
나는, 바로크 시대의 화려하고 과장된 장식을 매단 탁자에 놓인 태블릿을 켰다. 그리고 룸서비스를 확인하고 메뉴를 검색하고 주문을 하고 배달 시간을 지금으로 정하고 팁을 확정한 다음 그녀를 쳐다봤다. 제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유튜브에서 <Kwoon>의 <Schizophrenic>을 열고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눈으로는 틱톡 화면을 빠르게 넘겼다. AI로 쉽게 돈 버는 방법과 불타는 프랑스 도시들 그리고 카멜 토(Camel Toe)를 선명하게 드러낸 젖소 아가씨들이 무작위로 번갈아 가며 나왔다.
하마터면 벨 소리를 듣지 못 할 뻔했다. 이어폰 하나가 귀에서 툭 떨어지는 바람에 알 수 있었다. 문을 열자 흰 셔츠에 베스트를 입고 나비넥타이를 두른 젊은 호텔직원이 미소를 머금고 서 있다. 그의 머리에는 흑단과 은사로 만들어진 타이가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며 묶여 있었다. 나는 만약 내가 동성애적 기질을 타고났다면 틀림없이 그에게 추파를 던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음식 트레이를 조심스레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활짝 열린 침실에 요염하게 누워있는 제나를 흠칫 쳐다보고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트레이를 밀어 침대 옆에 멈추었다. 그리고 가볍게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나는 준비한 동전을 건넸다.
햄버거 하나를 시켰는데 꽤 많은 것들이 딸려 왔다. 울긋불긋한 샐러드, 미네스트론, 초콜릿 트러플, 커피 통, 잔, 후추, 소금, 오일 통, 수저와 포크 그리고 냅킨까지. 음식 향이 그녀의 검고 무겁고 큰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몽환적인 자세로 침대 귀퉁이에 걸터앉아 입을 하마처럼 벌리고 햄버거를 밀어 넣었다.
여기 햄버거 잘 만든다.
빅맥보다 나아?
그건 음식이 아냐. 그냥 쓰레기야.
그럼 넌 맥도날드 안가?
물론 가지. 자주는 아니지만.
그럼 쓰레기를 돈 주고 사먹는거야?
가끔 그럴 때가 있어. 이상하게 끌릴 때가 있다니까. 물론 먹고 나서 후회하지만.
나는 그 순간, 유튜브에서 본, 쓰레기더미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떠올렸다. 쓰레기로 만든 움막에서 쓰레기 속 깨진 유리에 상처 난 발바닥의 고름을 짜내는 아이의 눈에는 파리가 새까맣게 달라붙었다. 제나는 이제 흑갈색의 파리산 트뤼프 앙 쇼콜라 하나를 손으로 집어 입을 둥글게 벌리고 쏙 던져 넣었다.
너도 먹어봐! 맛이 예술이야.
나는 너를 먹고 싶은데.
그래? 좋아. 하지만 잠시 기다려. 나는 아무래도 큰 거를 먼저 해결해야겠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응.
제나는 향기로운 특급 호텔의 욕실 문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녀가 먹고 쌀 때까지 조급하게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좀체 욕실 밖을 나오지 않았다. 반투명 유리에 비친 신기루. 생각은 제나의 새하얀 목욕 가운과 신비로운 향기를 맺은 희미한 미소로 묘사한다. 시간은 느릿느릿하게 흘러갔다. 그녀의 재발견을 애타게 기다리는 동안, 점점 나의 기대와 인내심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빈 곳은 공허함이 채웠다. 나는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쳐갔다. 나는 이제 그저 그녀의 존재를 빗겨보는 순간조차 기다릴 힘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