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상상 혹은 죄와 벌 #06

제나 (Zena)

by 남킹

지금은 몇 시야?

밤.

밤 몇 시?

7시 44분.

내가 깰 때까지 기다린 거야?

응.

고마워.

고맙긴. 이제 너 깼으니까 우리 섹스하자.

그거 좋지.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

뭔데?

지난밤 우리 섹스 기억나?

물론이지. 내가 술에 완전히 곯아떨어진 줄 알았어?

아니. 그냥. 너가 다른 사람 이름을 중얼거리길래….

내가? 누구?

마르셀.

아, 마르셀. 내 직장 동료. 내가 말했지? 그 다큐멘터리 좋아한다는 녀석.

사랑하는 거야? 마르셀.

아니. 그냥 친구야. 섹스도 포함해서.

그럼 나는? 나도 친구야? 섹스도 포함해서?

너는 좋은 친구. 섹스는 덤이야.

그 차이가 불분명한 데.

섹스 안 할 거야?

아, 물론 해야지.

*************

우리는 몸을 섞은 지 약 20분 뒤에 호텔 뒤편을 둘러싼 정원을 걸었다.

푸근한 이 밤에 너와 함께 거닐면서 대화를 나누는 건 참으로 기발한 일이야. 뭐라도 이야기하며 서로를 훔쳐보는 건 어떨까?

그래, 나도 마음에 들어. 이런 분위기에 어울리는 대화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 무엇을 얘기해볼까?

어쩌면 너의 꿈에 관해 얘기해볼까? 나는 항상 꿈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묘한 끌림을 느껴. 너의 꿈은 어떤 종류야?

나의 꿈이라면, 세계 각지를 뒤지며 다양한 녀석을 체험하는 것이야.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관계하고 그들의 욕망을 듣는 것. 그게 내가 꿈꾸는 모험이야. 지금처럼. 너는 어떤 꿈을 꾸고 있어?

나의 꿈은, 나의 반대편에 있는 녀석들을 혼내는 거야.

반대편?

어떤 멍청한 감독이 만든 영화인데,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인간의 반대편에 늘 부서지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거야.

그럼 너는 절대 부서지지 않는 인간인 거야?

내가 금방 말했잖아. 멍청한 감독이라고. 반대편을 잘 못 이해하거나 착각하고 있는 거지. 대다수 인간처럼.

그럼 너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거야?

물론이지. 좌와 우. 흑과 백. 부자와 가난한 자는 반대라고 우리는 배우지. 뭔가 쉽고 명확하고 편리하니까.

그럼 너는?

그래, 나는 반대지. 뭔가 어렵고 불명확하고 불편한 것에 물들려고 노력하니까.

어려운데?

내가 쉽게 예를 들어보게. 나도 너처럼 세상의 모든 사람과 채팅하지. 매일 수많은 여인을 새로 만나지. 그리고 대다수는 며칠 내로 헤어지지. 내가 섹스라는 용어를 꺼내는 순간, 그들은 나를 변태로 규정하고 떠나지. 뭔가 쉽고 명확하고 편리한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너를 사랑해.

너를 변태라고 규정하지 않아서?

응.

나도 너가 좋아. 물론 다른 의미에서.

다른 의미?

그래, 너의 부드러운 손길이 좋은 거야. 나를 만지는 그 촉감 말이야.

나도 그래. 누군가가 나를 만져주기를 좋아하지. 그래서 나도 만지려고 노력하는 거고.

그럼. 우린 천생연분이네.

그렇다고 봐야지.

아무튼 우린 지금까지 잘 지냈잖아. 물론 실제로 몸을 섞은 것은 어제부터이지만.

난 우리가 서로에게 나체 사진을 보낼 때부터 연인이 되었다고 생각해.

언제부터였지?

우리가 채팅한 지 사흘 뒤.

그렇게 빨리?

응. 너가 그만큼 뜨거웠다는 거지. 나에 대하여.

나만 뜨거웠던 거야?

아니 우리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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