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3

by 남킹

김진아


나흘 후 여자의 오피스텔 문을 두드렸다. 그동안 늘 궁금했다. 그녀는 김진아라고 했다. 담배 냄새가 훅하고 들어왔다. 침대는 어질러져 있다. 이불과 베개가 구석에 나가자빠져 있었다. 누군가 방금 다녀간 게 분명했다.

간단한 흥정이 이어지고 돈을 건넸다. 큰돈은 아니지만, 궁핍한 시절이었으므로 부담은 되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참을 수 없는 성욕이 찾아오곤 하니까. 곧바로 우리는 옷을 벗었다.


여자의 방은 좁았다. 아니, 좁게 보였다. 오피스텔의 모든 호실은 똑같은 크기의 원룸이다. 배치만 다를 뿐이다. 나의 방은 주도로와 닿아 있다. 햇빛과 그늘이 공존했다. 어둠과 밝음이 선명했고, 비는 늘 바람을 타고 왔다.


그녀의 방은 지나치게 어두웠다.


바람조차 스며들지 않았다. 그을음 같은 흐릿하고 음흉하기까지 한, 햇살이 비스듬히 구석을 쬐고 있었다. 이불을 들썩거리자 잔뜩 밴 땀 냄새가 올라왔다. 향수와 곰팡내, 땀내가 절묘하게 섞였다. 그리고 무척 푹신하고 끈적한 침대가 있었다. 섹스하기 불편했다. 마치 펄 속에 빠진 듯했다.


그녀는 정성스럽게 나의 모든 부위를 핥았다. 심지어 리밍까지 하였다.


그녀는 무척 크고 물컹한 유방을 지녔다. 털은 지나치게 꼬불꼬불하고 까칠하였다. 나는 그 순간, 그녀를 까맣게 물들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엉덩이만 컸다면 영락없는 흑인이었다. 나도 그녀의 음부를 핥았다. 약간 비릿하면서 시큼한 맛이 났다. 그녀는 냉이 외음부나 속옷을 적시고 발효하여 내는 묘한 냄새를 풍겼다. 땀이 찬 운동화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였다. 그다지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고인 침을 조금씩 조금씩 뱉어냈다.


여자의 연기력은 형편없었다. 제발, 형식적인 신음은 내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그저 날숨에 맞추어 비음을 삐져 냈다. 그럴 때면, 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환상에 취하고 싶었으나 현실은 불편하고 고단한 늪이었다.


여자는 숨이 턱 끝에 닿은 척, 헉헉거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멈추었다. 나는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관자놀이에서 피가 뛰는 것을 느꼈다.


아직 한 시간 50분이나 남았다. 나는 여자에게 배달 음식을 요청했다. 그리고 공간의 냄새와 빛깔을 음미한다. 나는 흐릿하게 절단되어 스스로에 갇혀있다.


나는 박카스 병을 쭉 들이키고는 탁하고 탁자에 놓았다. 쩝 하며 입맛을 한번 다시고는 먹다 남은 김밥과 단무지를 은박지에 다시 싸서 휴지통에 버렸다. 미련이 남는지 물끄러미 버린 곳을 쳐다봤다.


나는 물휴지를 한 장 꺼내 탁자를 정성스럽게 닦기 시작했다.


귀찮기 짝이 없는 결벽증이지만 당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찰싹 붙어서 괴롭히고 있었다. 나는 물휴지 한 장을 더 꺼내 탁자 전체를 다시 닦고 마른 휴지로 물기까지 없앴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신기한 듯 말없이 나를 쳐다봤다.


검은 복도로 다시 나왔다. 그리고 천천히 걸으며, 영수증에 찍힌 그녀의 본명을 중얼거렸다.


‘이순례’


내가 찾는 그녀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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