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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 옆 칠규

by 남킹


1. 엘리베이터 / 낮


엘리베이터 안.

미자와 칠규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

칠규

저, 저기요. 아니, 엘리베이터에서 끼면 어떡합니까?

미자

뭘요?

칠규

아니, 금방 끼셨잖아요.

미자

제가 뭘 꼈다는 거예요? 나 참,

별꼴을 다 보겠네.

칠규

아니, 냄새가 나잖아요? 안 나세요?

미자

무슨 냄새 말이에요?

나 참 오래 살다 보니 별 떨거지

같은 경우를 다 보겠네.

칠규

아니, 척 보니 그다지 오래 살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그렇게

마구잡이로 독가스를 발사하시면…. 그런 건 결례라는 겁니다.

미자

결례인지 걸레인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제가 꼈다는 증거가

있어요? 네?

칠규

아하, 참. 아니 여기 지금 우리

단둘뿐이데 그럼 뭐

귀신이 꼈다는 겁니까?

미자

아니, 그러는 본인은 안 꼈다는

확증이라도 있으세요?

칠규

아하, 참. 아니 제가 꼈으면

모른척하지 제가 떠벌리겠어요?

미자

여보세요.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어마무시하게 교훈적인

속담도 못 들어보셨나?

바로 댁 같은 분을 일컫는

말이네요.

칠규

어휴, 말을 말아야지….

제가 웬만하면 그냥 참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자

그런데?

칠규

하! 완전 시궁창 구석에서 한

십 년쯤 썩은 냄새가 제

오장육부를 이렇게 지금 뒤틀어놓고 있잖아요.

지금 안 보이세요.

이 괴롭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도대체 뭘 드셨길래 이런 오묘한

조합의 악취 아로마가

생성되는 겁니까?

미자

아니, 근데 이 남자가….

남이야 취두부에 낫또 바르고

블로뉴 치즈 얹어 홍어를 안주

삼아 수르스트뢰밍 샌드위치로

입가심을 하고

디저트로 두리안을 먹었든 말든

그게 댁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이에요?

참, 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칠규

아하! 이제 본인이 낀 거는

인정한다는 거군요?

코가 막혀서니 정작 본인의

냄새도 못 맡았을 거고….

미자

여보세요. 총은 쏘라고 있는 거고 똥꼬는 끼라고 있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가스 방출구.

고귀하고 소중한 생명 유지

장치랍니다.

칠규

에구, 아무튼 감사합니다.

인정해주셔서.

근데 혹시 몇 호에 사세요?

미자

그건 왜요? 뭐 검찰에

고발이라도 하시게요?

칠규

아, 아니, 그냥 제가 영화

초대권이 있어서….

미자

됐네요. 댁 같은 과민성 비염 군과 밀폐된 공간에서의

데이트는 절대 사양입니다.

그럼…. 이만.

미자가 내리고 칠규도 따라 내린다.

2. 복도 _ 낮


미자 뒤에 칠규가 따라간다.

미자

아니, 근데 왜 자꾸 절 따라오세요?

반려동물이 스컹크고 취미가 스토커예요?

칠규

무슨 그런 악담을? 집에 가는 길입니다.

미자

아하! 그러시구나. 실례지만 몇 호이신가요?

칠규

2111호입니다. 어제 이사 왔습니다.

미자

어휴! 썩 유쾌하지 않은 이웃사촌의 환영 인사였네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옆에 사시는 무척이나 후각이 예민하신 아저씨.

칠규

저 아직 총각입니다. 보기와 달리.

미자

네 다행이네요. 아무튼, 혹시 또

모르니 방독면 하나 사두세요.

그럼….

미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돌아선다.

미자

아! 그런데 그 제목이 뭐예요?

칠규

무슨 제목?

미자

그 초대권.

칠규

아하! 기생충입니다. 봉 감독이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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