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커플 _ 새벽 3시, 배달의 민족 VIP

by 남킹

EP 005. 새벽 3시, 배달의 민족 VIP

"으음… 무슨 냄새지?"

새벽 3시. 곤히 잠들어 있던 수현이 코를 킁킁거리며 잠에서 깼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풍겨오는 고소하고도 치명적인 냄새. 그것은 바로… 치킨 냄새였다.

수현은 살금살금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살짝 열었다. 거실에는 희미한 TV 불빛만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그 불빛 아래 소파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는 지훈의 실루엣이 보였다.

"장지훈…?"

수현의 낮은 목소리에 지훈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그는 황급히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등 뒤로 숨기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수현은 성큼성큼 거실로 걸어 나왔다.

"너… 지금 뭐 먹냐?"

수현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지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물 마시고 있었어."

"물? 그 향긋한 치킨 냄새는 환각이고, 네 입가에 묻은 기름기는 신기루냐? 손에 들고 있는 건 뭔데, 투명 치킨이라도 개발했어?"

수현이 매섭게 쏘아붙이며 지훈의 등 뒤로 손을 뻗었다. 지훈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결국 수현의 손에 붙잡힌 것은 바삭한 튀김옷을 자랑하는 닭다리였다.

"이게… 이게 바로 네가 말한 '물'이냐? 이 배신자! 우리 같이 다이어트하자며! 야식 절대 금지라며! 네 의지는 두부보다 더 물렁하냐?"

수현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듯했다. 지훈은 닭다리를 든 채 쩔쩔맸다.

"아니, 그게… 오늘따라 유난히 치킨이 당겨서… 딱 한 조각만 먹으려고 했는데…"

"한 조각? 이게 어딜 봐서 한 조각이야! 거의 반 마리는 먹은 것 같은데! 너 혹시 밤마다 몰래 배달의 민족 VIP 등극하고 있는 거 아니냐? 내 눈을 속이고 야식 파티를 벌여?"

"VIP는 무슨… 그냥… 가끔… 아주 가끔 시켜 먹는 거야."

"아주 가끔? 지난주에도 족발 시켜 먹다 걸렸잖아! 그 전주에는 보쌈이었고! 네 '아주 가끔'의 기준은 일반인이랑 다른가 봐? 혹시 '매일'을 '아주 가끔'으로 착각하는 희귀병이라도 앓고 있냐?"

수현은 팔짱을 끼고 지훈을 심문했다. 지훈은 닭다리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내가 다이어트의 적이다… 유혹을 이기지 못했어."

"유혹? 이건 유혹 수준이 아니라 거의 생존 본능 아니냐? 네 위장은 블랙홀이야? 밤만 되면 음식물을 빨아들여?"

"아, 배고픈 걸 어떡해… 낮에 네가 하도 쪼아서 저녁도 조금밖에 못 먹었더니…"

지훈이 억울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수현은 어이가 없었다.

"뭐? 내 탓이라고? 지금 이 상황이 내 탓이라는 거야? 내가 너 살 빼라고 잔소리하는 게 죄냐? 네 건강 생각해서 그러는 거잖아!"

"알아, 아는데… 그래도 너무 심하잖아. 풀만 먹고 어떻게 살아. 인간적으로 닭가슴살은 너무 퍽퍽하다고."

"그래서 몰래 치킨을 뜯어? 그것도 새벽 3시에? 너 진짜… 괘씸해서라도 용서 못 해!"

수현이 씩씩거리자, 지훈은 슬그머니 치킨 박스를 그녀 앞으로 밀었다.

"…한 입만 먹어볼래? 진짜 맛있는데… 바삭함이 살아있어."

수현은 잠시 고민했다. 고소한 치킨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바삭한 튀김옷은 너무나도 유혹적이었다. 하지만…

"됐어! 안 먹어! 난 너처럼 의지박약 아니거든?"

"에이, 그러지 말고. 딱 한 입만. 진짜 후회 안 할 텐데. 이 집 양념이 기가 막히거든."

지훈이 능글맞게 웃으며 치킨 조각을 수현의 입가로 가져갔다. 수현은 잠시 갈등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음!"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속살, 그리고 매콤달콤한 양념의 조화. 역시 치킨은 배신하지 않았다.

"거봐, 맛있지?"

"…흥! 맛은 있네. 하지만 이건 이거고, 넌 여전히 유죄야!"

결국 수현도 치킨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두 사람은 새벽 3시에 나란히 앉아 치킨을 뜯었다.

"근데… 진짜 맛있다. 어디 치킨이야?"

"비밀. 나만의 야식 성지거든."

"치, 알려주지도 않을 거면서. 근데 우리 다이어트는 어떡하냐?"

"내일부터.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부터 진짜 열심히 하자."

지훈이 비장하게 선언했다. 수현은 피식 웃었다. 그들의 '내일'은 과연 언제쯤 올까?

새벽 3시의 야식 파티는 그렇게 또 한 번의 '내일부터 다이어트' 약속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알고 있었다. 아마 다음 주 이 시간에도, 둘 중 누군가는 배달의 민족 앱을 켜고 있을 거라는 것을. 그게 바로 '위험한 남과 여'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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