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전날 그에게 당한 3명의 젊은이 외에 6명이 더 있었다. 간단한 통성명이 이어지고 그들은 각자 할당된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블라디미르는 토마스라는 키 작고 말이 무척 빠른 녀석과 파트너가 되어 그의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한 30분 정도를 달려 그들이 맡은 구역으로 갔다. 그곳은 전형적인 할렘가였다.
건물 대부분이 낡고 초라했으며 거리에는 어슬렁거리는 부랑자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렇게 그는 조직폭력배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는 그곳에서 거의 2년 동안 수금원 생활을 하였다. 어느새 그는 영어에 능숙해졌고 뉴욕 생활에 적응하였다. 하지만 그동안 보스를 볼 수는 없었다. 아놀드는 감옥에 투옥되었다.
한편, 블라디미르의 파트너인 토마스는 영리하였다. 두목이 없는 틈을 타, 그는 블라디미르의 힘을 발판으로, 서서히 다른 사업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지극히 위험하지만, 큰돈을 벌 수 있는 것. 바로 마약이었다.
그들은 우선 플로리다 휴양지의 한 자그마한 나이트클럽을 인수했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립 걸들을 끌어들였다. 쇼는 화려하고 선정적이었다.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단시간에 플로리다의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그 일대의 갱들이 몰려들었다.
블라디미르는 그곳에서 그레고리를 알게 되었다. 그레고리는 코스타리카 출신 자동차 딜러였다. 하지만 자동차만 파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돈이 될만한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팔아치웠다. 한마디로 판매의 신이었다.
그는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레고리는 갱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상관없이 팔았다. 그중에는 고가의 초고속 모터보트가 있다. 그는 중고보트를 헐값에 사들여, 고성능의 엔진을 부착하고 마약을 은닉하기 위한 비밀공간을 만든 뒤 비싼 값에 그들에게 되팔았다.
그는 단숨에 플로리다의 백만장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와 카르텔과의 관계는 이제 단순한 판매자와 고객을 넘어 동업자로 변해갔다.
이 시점에, 블라디미르와 그레고리의 만남은, 그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리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전개가 되기 시작했다.
우선, 그레고리는 잠수함이 필요했다. 갱들은 좀 더 은밀하게 마약을 미국으로 나르기 위한 운송장비가 필요했다. 잠수함이 안성맞춤이었다. 그는 러시아의 낡은 잠수함을 생각했다. 그레고리가 그의 생각을 블라디미르에게 털어놓자마자 블라디미르는, 그를 특전사로 보낸 전직 KGB 요원을 생각했다.
그들은 우선, 착수금으로 천만 달러의 현금을 갱들에게서 받았다. 그리고 KGB 인맥을 이용하여 부패한 러시아 관료를 구워삶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뒤, 그들은 폐기 직전의 러시아 잠수함들을 싼값에 넘겨받았다. 그리고 미국 망명을 원하는 러시아인 선장, 선원, 기술자들을 모집했다.
어느 화창한 봄날, 1대의 핵잠수함과 2대의 구형 잠수함, 그리고 각종 군수물자와 러시아 선원들의 가족을 태운 여객선은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발하였다. 그들은 콜롬비아에서 1년 정도 인수인계 작업을 한 다음 미국 플로리다로 비밀리에 입국하여 각자의 삶을 살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그들이 출발한 날짜는 2066년 6월 1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태평양 한가운데를 유영하고 있는 사이 아마겟돈이 시작되었다. 블라디미르는 실시간으로 긴급 속보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그들의 도착지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아비규환으로 변모한 영상을 생생히 지켜보고 있었다.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왔다고 그는 느꼈다.
그는 각 책임자를 불러 모아 결론을 낼 때까지 기나긴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태평양의 한 섬에 정박하여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폴리네시아로 향했다.
그들은 비교적 폴리네시아에 가까운 위치에 있었으므로, 다른 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이 도착하고 연이어 피난민을 태운 배들이 속속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블라디미르 일행은 우선 폴리네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사실 어마어마한 군사 장비를 갖춘 상태이므로 진작에 그들의 입항 소식은 대통령의 귀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레고리는 장사의 귀재답게 회유와 협박, 당근을 적절히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실상 그들이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에 무차별적으로 배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버렸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이때를 틈타 블라디미르는 가장 경비가 삼엄한 대통령 궁을 접수했다. 실질적인 쿠데타였다. 그리고 발 빠르게 정계를 휘어잡기 시작했다. 우선 난민 중에 건장한 젊은이를 뽑아 자체 군을 만들었다.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많은 혜택을 줌으로써 이 소식은 삽시간에 섬에 퍼졌다.
많은 지지 세력이 몰려들었다. 결국 블라디미르는 배들의 무덤이라고 일컬어지는 이곳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되었다.
이후, 블라디미르의 힘, 토마스의 영리함 그리고 그레고리의 협상 능력은 아마겟돈 이후, 혼탁한 세상의 패권을 다투는 가장 두려운 존재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