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돔

by 남킹

내행성 안전 총괄 책임자이자 비상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샘튼 시바트가, 지구로 급하게 파견하여야 하는 이유는 극비사항이었다. 그는 남극에 도착하고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의 앞에 펼쳐진 3D 화면은, 얼핏 보면 위성에서 촬영한 넓은 평야를 옅은 회색으로 덧칠한 뒤, 깨알 같은 점을 찍어 놓은 듯하였다. 하지만 줌 스틱으로 점점 확대하자, 그 점들은 모두 반원형 모양의 돔으로 바뀌었다.


“모두 999개의 크고 작은 미확인 건축물을 확인하였습니다. 최초 발견에서 6일 동안 광범위 초정밀 스캔으로 얻은 결과입니다.” 긴급회의를 주관하는 한닐 박사는, 각 점에 표시된 숫자의 마지막을 가리키며, 불안한 눈빛으로 참석자를 둘러봤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모양은 모두 똑같습니다만 크기는 다양합니다. 작게는 대략 지름이 100m에서 크게는 2km까지 됩니다. 색상은 모두 검은색이고, 출입구로 판단되는 표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조형물이 남극 빙하 속에 숨겨져 있었단 말인가요?” 샘튼이 조급하게 질문을 던졌다.


“네, 그렇습니다. 평균 빙하 두께 1.8km 속입니다. 그리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 샘튼의 질문에 박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현재…. 인간의 기술로는…. 아무래도…. 힘들 것입니다. 빙하를 뚫고 돔을 만드는 일은…. 도저히….”


“그렇다면?”


“지금까지 어떤 것도 단정 지을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전혀 단서가 없는 거요?” 샘튼은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원반이 있습니다.”


“원반?”


“네, 모든 돔의 정중앙에는 지름 3m 정도의 원반이 새겨져 있습니다. 마치 파이스토스 원반 (Phaistos Disc)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파이스토스 원반? 알 수 없는 이상한 기호들이 그려져 있는 미스터리 한 그 원반 말인가요?”


“네, 다음 화면을 보시기 바랍니다.” 박사는 연구원들이 그동안 촬영한 각 돔의 원반 사진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기 시작했다.


검은 바탕에 붉은 글씨의 기호들이 중앙을 중심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현재 30개의 돔 원반 사진 촬영이 수행되었습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면 모든 돔의 원반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무슨 뜻일까요? 이 원반들….”


“아직은…. 전혀…. 전 세계 유명 기호학자들에게 이미 문의는 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돔의 내부는 파악이 되었나요?”


“전혀 뚫리지 않습니다.”


“어떤 장비로도?”


“네, 어떤 것도…. 심지어 폭파도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돔을 감싸고 있는 빙하를 방사성-크립톤-연대 결정법으로 분석해 본 결과 80만 년으로 추정이 됩니다. 아무래도 이 세상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음….” 샘튼은 신음과 가까운 한숨을 내며 머리를 천천히 젖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이것의 정체를 알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인가요?”


“제 생각으로는…. 원반의 기호를 해석하는 방법밖에 없을 듯합니다.”


**********


그로부터 2개월 뒤, 전 세계 암호 관련 사이트에는 총 999개의 돔 원반 사진이 실렸다. 그리고 이것을 해석하는 사람에게는 범 태양계 행정처에서 천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석 달 뒤, 암호 관련 모든 잡지에 돔 사진이 실렸다. 상금은 오천만 달러로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10살 소년 사이먼은 잡지를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우주 쓰레기 저장소 546호. 매우 위험.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길에 내리는 빗물 - 2023-12-21T163807.577.jpg
알리칸테는 언제나 맑음 - 2023-12-15T201605.46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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