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맨 우들스. 그의 별칭. 물론 본명은 따로 있다. 제롬 르 제주스 데 샹. 샹은 중립지역 기형 아기집단소 출신을 의미하며 제롬은 그의 외할아버지 이름이다. 제주스는 그가 29살이 되던 해, 아름다운 풀들이 자란다는 어머니의 고향을 떠올리며 스스로 집어넣었다. 어머니는 죽을 때까지 고향을 그리워했다. 대멸종 직후, 아버지에게 납치되어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탄광 거주지역에서 40년도 채 살지 못하고 그녀는 요절하였다.
그녀는 이제 고운 가루가 되어 그의 두퍼스에 안치되었다. 그는, 언젠가 그녀가 태어난 곳을 방문하게 되면 그곳에다 유해를 뿌릴 생각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아니다. 그녀가 죽은 지 6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녀의 고향은 여전히 고밀도의 방사능 오염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즉, 인간이 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간이 떠나간 자리.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변하였다. 비로소 자연이 돌아왔다. 그는 홀로그램 영상에 비췬 황홀한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곤 하였다. 바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땅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는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죽음은 사실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병은 언제든지 고칠 수 있고 낡은 장기는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고민스러운 건 이 기나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저 막막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꼭 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꼭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숱한 의문부호만을 남기게 되었다. 죽음으로써 아름다울 수 있었던 낭만은 이제 고전에서나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예정해 두었다. 그는 자기 삶에 마침표를 두어야 한다는 현실을 그의 나이 69살 때 깨달았다. 삶의 진행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목적을 부여함으로써 그 타당성을 인정받고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목적의 단절을 느꼈고 그러한 상태는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한마디로 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마치 바람 속의 먼지와 같다.
그는 지령을 받고 수행을 한다. 그의 직업은 인간의 매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 그는 킬러다. 동족을 죽이는 일. 하지만 보통 킬러와 좀 다르다. 그는 영혼을 죽인다. 즉, 고스트 킬러다. 신종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직업을 알면 매번 이런 의문을 가진다. ‘그냥 킬러와 차이가 뭐지?’ 차이는 없다. 단지 좀 더 어렵고 복잡할 뿐이다.
아마겟돈에서 살아남은 인간은 이제 거의 죽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되었다. 과학은 숱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발전하였고, 그 기술은 인간에게 불멸이라는 선물을 남겼다. 물론 불멸이 선물인지 아닌지는 아직 따질 단계는 아니다. 이 기술이 시작된 건 이제 겨우 50년 정도 되었고, 혜택을 보는 이도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아직은 소수의 재력과 권력을 가진 자만 가능하다.
오래전, 킬러는 편하고 간단한 직업이었다. 총과 같은 원시적인 도구로, 제대로 한번 쏴버리면 끝나는 게임이었다. 이 얼마나 수고스럽지 않은 직업인가! 표적이 정해지면 그냥 찾아가서 적당한 곳에서, 적당한 시간에 속수무책인 표적을 향하여, 빵 하고 한 방 날려버리면 끝나버리니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복잡해졌고, 인간은 지나치게 영악하고, 과학은 정말이지 숨 돌릴 새도 없이 빨리 발전하였다.
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깃을 산산조각을 내더라도, DNA 단 한 조각만 있으면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다. 아니 한 조각도 필요하지 않다. 녀석을 파이어둔으로 흔적도 없이 날리더라도 녀석과 100% 똑같은 쌍둥이가 세상에 최소한 1명 이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녀석을 죽이는 순간, 쌍둥이 형제는 <라이브이머전스> 상태가 된다. 즉, 타깃은 2배가 된다. 살인은 2배의 생존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곧바로 실시간 동기화를 시작한다. 즉, 모든 기억과 경험을 공유한다. 그들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말이다. 적어도 지구와 중립지역, 7개의 식민지 서클에서는 동기화에 단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말하자면, 그들의 몸은 복수지만, 영혼은 하나가 되는 셈이다. 영생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우들스는 기형이다. 그는 식민지 서클에서 1만 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난다는 외둥이다. 제너루스 DNA 혁신과 유전자 조작으로, 모든 인조인간은 복수로 태어난다. 신체적 정신적 영혼적으로 정확히 같은 존재가 세상을 4개의 눈으로 지켜보는 것이다. 2개의 뇌는 각각 2배의 경험을 담고, 교차 동기화로 하나의 개체로 인식한다. 하지만 기형은 영혼의 교감을 받을 수가 없다. 그의 복제는 단지 같은 모습의 다른 인간일 뿐이다.
그가 행한 첫 살인은 그의 복제를 없애는 거였다. 그 당시 그의 뇌는 죽은 아내로 가득했다. 그리움은 절망의 다른 이름이다. 상실은, 그의 몸에 가시로 자랐다. 가시투성이의 몸. 그런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목적이 되었다. 그러므로 그의 임무 수행은 죽기 위한 전위행위였다.
그리고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 운 좋게도? 아니면 운 나쁘게도?
럭키맨 우들스는 서늘한 바람 속에 무기를 챙기기 시작한다. 벌레가 전구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