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뒤의 영국 정원(Englischer Garten)은 막 세례를 받은 세계처럼 깨끗하고 고요했다. 공기 중에는 젖은 흙과 축축한 낙엽의 냄새가 싱그럽게 배어 있었고, 나뭇잎 끝에 매달린 물방울들은 저물어가는 하늘의 희미한 빛을 받아 작은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였다. 그들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시냇물을 따라 난 좁은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 길은 부드러운 흙으로 되어 있어 그들의 발소리를 거의 완벽하게 흡수했다. 세상은 다시 한번 소리를 잃었고, 그 침묵 속에서 세 사람은 각자의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토비 스티븐은 이 자연의 풍경 속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그는 나무와 흙, 물과 같은 단순하고 명백한 존재들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는 누이동생과 저 기묘한 프라하 청년이 나누는, 현기증 나는 관념의 세계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는 몇 걸음 앞서 걸으며, 일부러 두 사람에게 그들만의 공간을 내어주었다. 그것은 그가 베풀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이자, 자신이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대화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하는 소극적인 방식이기도 했다.
카프카에게 이 정원은 또 다른 종류의 불안을 야기했다. 도시의 명확한 기하학은 그에게 공포를 주었지만, 동시에 예측 가능한 질서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자연'을 모방하여 만들어진 이 인공의 자연은 그에게 기만적으로 느껴졌다. 모든 것이 의도적으로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었다. 구불구불한 길, 무심하게 서 있는 듯한 나무들, 우연히 그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바위. 이것은 진정한 자연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이름의 잘 짜인 연극 무대였다. 그는 이 무대 위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이 풍경 속에 어울리지 않는, 잘못 배치된 소품처럼 느껴졌다. 그는 끊임없이 발밑을 살폈고, 나뭇가지에 옷이 걸릴까 봐 몸을 움츠렸으며, 시냇물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비합리적인 공포에 시달렸다.
오직 버지니아만이 이 순간을 온전하게 누리고 있었다. 그녀에게 이 정원은 자연도, 인공도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인상(impression)'이었다. 그녀의 의식은 거대한 스펀지처럼 주변의 모든 감각을 빨아들였다. 시냇물에 비친 구름의 느린 움직임,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이 일제히 몸을 뒤집으며 내는 은빛 속삭임,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희미한 웃음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옆에서 걷고 있는 남자의 침묵이 만들어내는 무겁고도 미묘한 존재감. 그녀는 이 모든 것을 하나의 문장으로 엮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소설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먼저 침묵을 깨고, 식당에서의 대화를 이어갔다.
"블룸즈버리가... 천국처럼 들리셨나요?" 그녀의 목소리는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처럼 부드러웠다. "그렇게만 들렸다면, 제가 너무 미화해서 이야기한 거겠죠. 물론 그곳에도 지옥 같은 순간들은 있어요."
카프카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지옥이요?"
"그럼요." 버지니아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정직함은 때로 가장 잔인한 무기가 되기도 하거든요. 제 친구 리튼은 독설가예요. 그는 제 글을 읽고 나서, 제가 가장 공들여 쓴 문장을 가리키며 '이건 감상적인 쓰레기야, 버지니아. 네 머릿속에 든 건 솜사탕뿐이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죠. 또 다른 친구인 클라이브는 제 그림 그리는 언니의 남편인데, 그는 예술에 대해 너무나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서,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것을 경멸해요. 우리는 밤새도록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토라지고, 때로는 몇 주 동안 말도 하지 않기도 해요."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시냇물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모든 상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모인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는 알고 있거든요. 그들의 비판이 악의가 아니라, 나를 더 나은 작가,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주려는 애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나 역시 그들에게 똑같이 잔인한 거울이 되어줄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것을요. 우리는 서로의 환상을 깨뜨려주죠. 하지만 그 폐허 위에서, 우리는 더 단단한 무언가를 함께 지을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해요. 그것이 바로 블룸즈버리의 본질이에요. 우리는 서로를 구원하지 않아요. 우리는 서로가 스스로를 구원하도록, 서로의 등을 떠밀어주는 공모자들이죠."
카프카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평생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관계를 상상했다. 상처를 줄 수 있는 자유와, 그 상처를 신뢰할 수 있는 용기. 그에게 타인과의 관계란 언제나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숨기는 끝없는 방어전이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글을 보여주는 것을, 자신의 내장을 꺼내어 해부대에 올려놓는 행위와 같다고 생각했다. 막스 브로트의 칭찬조차도 그에게는 위안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하는 친구의 선량한 오해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저는... 그런 비판을 견딜 수 없을 겁니다." 카프카가 마침내 고백했다. "누군가 제 글을 '쓰레기'라고 말한다면, 저는 그 자리에서 부서져 버릴 겁니다. 제 글은 제가 가진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부정당하는 것은 제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강하지 못합니다."
"강한 게 아니에요." 버지니아가 부드럽게 정정했다. "그건 혼자서는 강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예요. 우리는 혼자 있을 때 가장 약해요. 우리 자신의 불안과 자기기만에 잡아먹히기 쉽죠. 공동체는 바로 그 약함을 서로에게 기댈 수 있게 해주는 안전망이에요. 물론 그 그물코 사이로 떨어져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적어도 추락해서 산산조각 나는 것만은 막아주죠."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솔길은 작은 언덕으로 이어졌고, 그 언덕 꼭대기에는 그리스 신전을 모방한 작은 원형 정자(Monopteros)가 서 있었다. 지붕을 받치는 열 개의 이오니아식 기둥이 고전적인 우아함을 뽐내고 있었지만, 벽이 없어 사방이 뻥 뚫려 있었다. 그것은 숭고하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비어 있고 쓸쓸해 보이는 건축물이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그 정자를 향해 올라갔다. 정자에 이르자, 그들 눈앞에 영국 정원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펼쳐진 잔디밭, 검푸른 숲, 그리고 그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시냇물. 저 멀리로는 뮌헨 시내의 뾰족한 첨탑들이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검은 실루엣을 그리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언덕 위를 세차게 불어왔다. 버지니아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며 외투 깃을 여몄다. 카프카는 그녀의 그 미세한 떨림을 보았다. 그는 망설였다. 그의 내면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격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하나는 이성적인 목소리였다. '그녀가 추워하고 있다. 신사라면 외투를 벗어주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그의 본능적인 공포의 목소리였다. '안 돼. 그건 너무 가까운 접촉이야. 네가 외투를 벗어주는 순간, 너는 너의 마지막 방어벽을 넘겨주는 거야. 너의 체취, 너의 온기, 너의 모든 것이 그녀에게 전달될 거야. 그리고 너는 무방비 상태가 될 거야.'
그는 평생을 후자의 목소리에 순종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오늘, 그는 너무나도 많은 경계를 넘어 버렸다. 그는 자신의 글을, 자신의 아버지를, 자신의 가장 깊은 불안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이제 와서 외투 한 벌을 지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는 아주 천천히, 마치 난생 처음 해보는 동작인 것처럼 어색하게, 자신의 검은 외투를 벗기 시작했다.
토비는 그 광경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이런, 버지니아. 추우면 진작 말을 하지. 내가..."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프카는 이미 버지니아의 어깨 위에 자신의 외투를 덮어주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아주 잠시, 찰나의 순간 동안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그 접촉은 번개처럼 강렬했다. 카프카는 마치 불에 덴 듯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그의 온몸이 경직되었다. 그는 자신의 심장이 멈췄다고 생각했다.
버지니아 역시 숨을 멈췄다. 그녀는 카프카의 외투에서 나는 희미한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오래된 종이와 마르지 않은 잉크, 그리고 아주 희미한, 그의 고독한 방의 냄새였다. 그녀는 외투에 남아 있는 그의 미미한 온기를 느꼈다. 그것은 열정적인 온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불을 피우지 않은 벽난로에서 간신히 느껴지는, 거의 꺼져가는 불씨 같은 온기였다.
그녀는 그 작은 온기 속에서, 그가 이 단순한 행위를 하기 위해 얼마나 거대한 내면의 전쟁을 치렀을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었다. 이것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형태의 자기 노출이자, 신뢰의 표현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글이 아니라, 그의 침묵이 아니라, 바로 이 어색하고 서툰 몸짓 속에서 그의 영혼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본 것이다.
"고마워요." 그녀가 간신히 속삭였다. 그녀는 감히 그를 쳐다볼 수 없었다.
카프카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정자의 기둥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얇은 셔츠 바람으로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그의 모든 감각은 방금 전의 그 짧은 접촉의 순간에 타버린 듯했다.
깊고 무거운 침묵이 그들 사이에 내려앉았다. 토비조차 이 순간의 무게를 느끼고 감히 말을 걸지 못했다. 바람 소리만이 정자의 기둥 사이를 흐느끼듯 지나가고 있었다.
그 침묵을 깬 것은 다시 버지니아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낮고 진지했다. 그녀는 더 이상 '블룸즈버리'나 '프라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그들의 눈앞에 놓인 가장 중요하고도 위험한 주제, 즉 '우리'에 대해 이야기해야만 했다.
"카프카 씨."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는...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 질문은 돌멩이처럼 공기 속으로 던져져, 그들 사이의 정적에 파문을 일으켰다.
카프카는 그녀를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명백한 회피였다.
"아니요, 그 말고요." 버지니아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어제 카페에서부터, 오늘 미술관을 거쳐, 지금까지. 이 모든 대화, 이 모든 논쟁... 이 모든 것은 대체 무엇을 위한 거죠? 우리는 서로에게서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요?"
카프카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이 질문에 대답할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의 만남은 그의 인생에서 일어난 그 어떤 일과도 닮지 않았다. 그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하나의 사건(Ereignis)이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바람 소리에 섞여 거의 흩어질 뻔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병을 진단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병이라고요?"
"네. 당신은 저에게서 제가 앓고 있는 병의 이름을 듣고 싶어 하고, 저는 당신에게서 제가 모르는 또 다른 종류의 병에 대해 듣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증상을 확인하고, 서로의 고통의 깊이를 가늠하고 있는 겁니다. 이것은 대화가 아니라, 상호 진찰(gegenseitige Untersuchung)에 가깝습니다."
그의 비유는 끔찍할 정도로 정확해서, 버지니아는 반박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진단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진찰의 목적은 치료가 아닐까요?" 그녀가 물었다. "우리는 서로를 치유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카프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희망도 섞여 있지 않았다. "우리의 병은 불치병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병을 확인하고, 결국 각자의 병실로 돌아가 홀로 죽음을 맞이할 뿐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과정에 대한 기록을 최대한 정확하게 남기는 것뿐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방식으로, 나는 나의 방식으로."
그의 절망은 바닥이 없는 우물과도 같아서, 그녀가 던진 희망의 돌멩이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바로 그때, 토비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끼어들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답답함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맙소사! 두 사람은 대체 왜 그러는 건가! 우리는 지금 뮌헨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에 와 있고, 멋진 저녁노을을 보고 있네. 그런데 두 사람은 왜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장례식에 온 사람들처럼 구는 거지? 병? 죽음? 제발, 우리는 아직 젊고 살아있지 않나! 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그냥 즐길 수는 없는 건가?"
토비의 외침은 상식의 외침이었고, 건강한 삶의 외침이었다. 하지만 그 외침은 두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세상의 언어처럼 공허하게 들릴 뿐이었다.
버지니아가 토비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그 표정에는 오빠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
"토비, 넌 이해 못 해."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이건 우울한 게 아니야. 이건... 이건 살아남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야. 너처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거야.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세상은 끊임없이 해독해야 하는 암호문과도 같아. 우리는 단어와 이미지를 가지고 그 암호를 풀려고 발버둥 치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미쳐버릴 테니까."
그녀는 다시 카프카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는 그의 외투를 더욱 단단히 여몄다.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카프카 씨.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치유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 어쩌면 우리는 결국 각자의 어둠 속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하지만 오늘, 바로 이 순간만큼은 아니에요."
그녀는 한 걸음 그에게 다가갔다.
"오늘, 당신은 제게 당신의 외투를 주었어요. 그것은 당신의 세계와 제 세계 사이에 놓인 작은 다리와도 같아요. 저는 그 다리를 건너 당신의 프라하를 잠시 엿보았고, 당신은 제 블룸즈버리의 창문을 들여다보았죠. 우리는 서로의 감옥 벽에 작은 구멍을 낸 거예요. 그 구멍으로 아주 희미한 빛이, 혹은 아주 낯선 어둠이 새어 들어오고 있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요?"
그녀의 말은 질문이었지만, 동시에 간절한 기도였다.
카프카는 대답 대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속에서, 아주 미세한, 거의 알아차릴 수 없는 파문이 일었다. 그것은 동의도, 부정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그녀의 말을, 그녀의 존재를, 그리고 그녀가 덮고 있는 자신의 외투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표시였다.
해가 완전히 저물었다. 정원의 모든 풍경은 이제 짙은 남색과 검은색의 실루엣으로 변했다. 도시의 불빛들이 저 멀리서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하며, 마치 땅 위에 내려앉은 새로운 별자리처럼 반짝였다.
그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나눌 수 있는 모든 말은 이미 허공 속으로 흩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침묵의 무게와, 서로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이 기묘한 위안과 불안을 견뎌내는 것뿐이었다.
그들은 천천히 언덕을 내려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공원을 가로질러 도시를 향해 걸었다. 토비는 여전히 몇 걸음 앞서 걸었고, 버지니아는 카프카의 외투를 입은 채 그의 옆에서 조용히 걸었다. 그들의 어깨는 스치지 않았지만, 그들 사이의 거리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그들은 호텔과 하숙집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교차로에 섰다. 이별의 시간이었다.
"그럼, 내일..." 토비가 먼저 말을 꺼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끝을 흐렸다. 내일은 그들이 뮌헨을 떠나는 날이었다.
"편지할게요."
버지니아가 불쑥 말했다. 그녀는 카프카를 보며 말했다.
"런던에 돌아가면 편지할게요. 제 주소를 알려드릴 테니, 괜찮으시다면... 당신의 글을 조금 보내주실 수 있나요?"
그것은 대담한 제안이었다. 그녀는 그의 성벽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요구하고 있었다.
카프카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편지. 글.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심판이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그 약속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만 했다.
그리고 그는 몸을 돌렸다. 그는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인사도 없이, 그저 자신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 듯, 어두운 골목길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버지니아는 그가 사라진 곳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녀의 어깨 위에는 여전히 그의 외투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외투를 벗어 팔에 걸쳤다. 외투는 이제 그의 온기를 잃고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그 무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게 느껴졌다.
"가자, 버지니아." 토비가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오빠와 함께 호텔을 향해 걸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틀. 불과 이틀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이틀 동안, 그녀의 세계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이제 혼자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펜을 들 때마다, 그녀의 어깨 너머로 프라하에서 온 한 남자의 검고 깊은 눈이, 그녀가 쓰는 모든 단어의 진실성을 심문하고 있을 테니까. 그들의 만남은 끝났지만, 그들의 진짜 대화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