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의 밤거리, 흔들리는 영혼

by 남킹


렘브란트의 방을 나온 세 사람은 마치 깊은 물속에서 막 빠져나온 사람들처럼 한동안 말을 잃었다. 미술관의 다른 방들에 걸린 그림들은 이제 그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라파엘로의 성모는 그저 예쁘장한 여인으로 보였고, 티치아노의 황제는 화려한 옷을 입은 마네킹에 불과했다. 그들의 정신은 여전히 저 어둠 속에서 신과 대면하던 늙은 아브라함의 떨리는 손에, 그 빛과 그림자의 장엄한 투쟁에 머물러 있었다. 그들은 예술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산맥을 함께 등반했고, 그 정상에서 잠시나마 같은 풍경을 목격한 참이었다. 이제 다시 평지로 내려가는 길은 어색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미술관의 육중한 문을 밀고 밖으로 나왔을 때, 바깥세상은 그들이 들어갈 때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아침을 지배하던 짙은 안개는 옅어져, 마치 젖은 수채화 물감이 마르면서 색이 옅어지듯 희미한 흔적만을 남기고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지만, 구름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나마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뮌헨의 거리들은 이제 점심시간을 맞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토비 스티븐은 이 현실 세계의 공기가 반가웠다. 그는 두 시간 동안 계속된 형이상학적이고 강렬한 대화에 거의 질식할 뻔했다. 그는 이제 딱딱한 빵과 시원한 맥주, 그리고 알아들을 수 있는 평범한 대화가 절실했다.

"자, 이제 정말 배가 고프군." 그가 일부러 과장되게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근처에 괜찮은 식당을 알고 있네. 바이에른 소시지와 사워크라우트를 아주 잘하는 곳이지. 두 사람 생각은 어떤가?"

그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버지니아는 아직 그 강렬했던 지적 모험의 여운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식당의 소음과 음식 냄새, 격식을 차려야 하는 테이블은 렘브란트의 어둠 속에서 나눈 그 섬세한 교감을 깨뜨려 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는 방금 태어난 연약한 나비의 날개가 마를 때까지, 그것을 세상의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었다.

"조금만 더 걷지 않을래, 토비?" 그녀가 제안했다. "머릿속이 아직도 그림들로 가득 차 있어서, 조금 걷고 싶어.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해."

그녀는 카프카를 돌아보았다. "카프카 씨는 괜찮으시겠어요?"

카프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토비의 제안에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다. 식당이라는 닫힌 공간, 정해진 예법에 따라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해야 하는 그 모든 절차는 그에게 또 다른 형태의 시험이었다. 그는 음식을 씹고 삼키는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화불량에 걸릴 것 같았다. 걷는 것은 그에게 훨씬 더 안전하게 느껴졌다. 움직임 속에서는 언제든 군중 속으로 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토비는 두 사람의 기묘한 합의에 어깨를 으쓱했지만, 별수 없이 따랐다. 결국 세 사람은 목적지 없이 뮌헨의 거리 속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들의 산책은 침묵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미술관 입구에서의 어색한 침묵과는 달랐다. 이제 그들의 침묵 속에는 공유된 경험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그들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처럼, 조용한 이해 속에서 나란히 걸었다.

그러나 그들이 도시의 심장부로 깊이 들어갈수록, 그들의 내면에서 도시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카프카에게 뮌헨의 거리는 거대한 미로이자, 잘 짜인 기계 장치였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사람들'이 아니라 '군중'이었다. 목적지를 향해 무표정하게 움직이는 익명의 흐름. 그는 그 흐름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그의 시선은 도시의 표면이 아니라 그 이면의 구조를 향했다. 육중한 석조 건물들의 기하학적인 선, 끝없이 이어진 전차 선로의 차가운 금속성, 우체국의 창구처럼 사람들을 분류하고 처리하는 시스템의 입구들. 그는 자신이 이 거대한 도시라는 기계 속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이 움직이는 하나의 부품, 혹은 시스템의 오류로 간주되어 언제든 제거될 수 있는 이물질(Gegenstand)처럼 느껴졌다.

한 무리의 군인들이 대열을 맞춰 그들 옆을 지나갔다. 똑같은 제복, 똑같은 보폭, 똑같은 무표정한 얼굴. 카프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저것은 질서가 아니라, 개별성을 말살하는 폭력이었다. 그는 저 대열 속에서 한 명의 군인이 넘어진다면, 혹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했다. 그는 즉시 대열에서 끌려 나와 처벌받을 것이다. 도시란, 국가란 바로 저런 보이지 않는 규율과 처벌의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반면 버지니아에게 도시는 거대한 강이었다. 모든 것이 흘러가고, 변화하고, 서로 뒤섞이는 생명의 강. 그녀는 군중 속에서 위협을 느끼는 대신, 무한한 이야기의 원천을 발견했다. 그녀는 관찰자이자 수집가였다. 그녀의 눈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순간의 인상들을 포착했다. 상점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얼굴 위로 겹쳐지는 마차의 형상, 방금 스쳐 지나간 여인의 모자에 달린 보라색 깃털의 미세한 떨림, 길모퉁이에서 자신들만의 언어로 속삭이는 연인의 비밀스러운 몸짓, 군밤 장수의 외침과 전차의 경고음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도시의 불협화음.

그녀는 카프카가 보았던 군인들의 대열도 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주목한 것은 그들의 획일성이 아니라, 그 속에서 간신히 드러나는 미세한 차이점들이었다. 대열의 맨 끝에서 살짝 뒤처지는 병사의 지친 어깨, 동료를 훔쳐보며 미소 짓는 한 군인의 입꼬리, 규율에 맞지 않게 삐져나온 머리카락 한 올. 그녀에게 전체는 결코 부분을 압도할 수 없었다. 삶의 진실은 언제나 그 거대한 구조의 균열 속에서, 그 미세하고 개별적인 순간들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이 모든 감각의 파편들을 어떻게 하면 하나의 문장 안에 담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쉼표와 세미콜론을 사용해서, 서로 다른 인상들을 끝없이 이어 붙이는 긴 문장을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짧고 단속적인 문장들을 나열해서, 의식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파편적인 방식을 그대로 모방해야 할까? 그녀의 머릿속은 또 다른 종류의 소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들은 마리엔 광장에 이르렀다. 광장 중앙에는 신 시청사의 거대한 고딕 양식 건물이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었고, 그 정면에는 복잡하고 정교한 인형 시계(Glockenspiel)가 달려 있었다. 마침 정오를 알리는 시간이 되자,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기사와 귀족, 상인과 춤추는 여인들의 인형들이 나타나 정해진 궤도를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넋을 잃고 그 광경을 올려다보았다.

토비는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그 장관을 구경했다. 하지만 카프카는 그 인형들의 움직임 속에서 섬뜩한 공포를 느꼈다. 저것은 삶의 축제가 아니라, 죽음의 희극이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길을 따라 영원히 춤춰야 하는 인형들. 저것이야말로 인간 운명의 가장 정확한 비유가 아닌가. 우리 역시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시계 장치에 매달려, 태어나고, 사랑하고, 싸우고, 죽는 연극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광장의 군중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구경하며 박수를 치고 있는 셈이었다.

버지니아는 인형 시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그것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더 매료되었다. 감탄, 경이, 지루함, 무관심. 똑같은 광경을 보면서도 그들의 내면에서는 저마다 전혀 다른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녀는 저 수많은 의식의 흐름 속으로 뛰어들어, 그 모든 것을 동시에 그려낼 수 있는 전지적인 시점을 상상했다. 한 문단 안에서 시점은 아이의 순수한 경이감에서 노인의 회의적인 시선으로, 사랑에 빠진 연인의 황홀경에서 소매치기의 계산적인 눈으로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을 터였다.

인형들의 춤이 끝나고 군중이 흩어지기 시작하자, 카프카가 먼저 침묵을 깨고 물었다. 그의 질문은 뜬금없었지만, 그의 머릿속을 계속 맴돌던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스티븐 씨는... 런던에 돌아가면 무엇을 하십니까?"

그는 버지니아를 향해 물었다. 그녀의 그토록 생생하고 자유로운 정신이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버지니아는 그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삶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책을 읽고, 오빠의 친구들과 밤늦도록 토론하고, 가끔 서평을 써서 원고료를 받고, 보이지 않는 유리벽에 갇힌 채 자신만의 방을 갈망하는 삶.

"특별한 건 없어요." 그녀가 마침내 대답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노력하죠.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요. 오빠와 저, 그리고 몇몇 친구들이 자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눠요. 예술, 철학, 정치...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서요."

"친구들이요?" 카프카는 그 단어를 낯설게 되뇌었다. 그에게는 막스 브로트라는 유일한 친구가 있었지만, 그들의 관계는 지적인 교감이라기보다는, 막스가 일방적으로 카프카의 어둠을 이해하려 애쓰는 것에 가까웠다.

"네.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블룸즈버리 그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모여 사는 동네 이름이죠." 버지니아가 설명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애정과 자부심이 실려 있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해요. 우리는 부모님 세대의 위선적인 도덕이나 낡은 관습을 비웃죠. 여자도 남자와 동등하게 담배를 피우고, 밤새도록 토론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당신의 성별이나 지위가 아니라, 당신의 생각이 얼마나 정직하고 날카로운가 하는 것뿐이에요. 우리는 서로의 글을 읽고 비판하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죠. 그것은... 하나의 작은 공동체이자, 거대한 세상에 맞서는 우리만의 요새 같은 곳이에요."

카프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했다. 동등한 지성들이 모여 서로를 구속하는 대신 해방시키는 공동체라니. 그것은 그에게 천국처럼 들렸다. 그는 프라하를 떠올렸다. 그의 프라하는 아름다운 도시였지만,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감옥이었다. 그곳에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세계가 서로를 불신하며 공존하고 있었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배층, 체코어를 사용하는 민중, 그리고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유대인들. 그는 그 모든 경계선 위에서 위태롭게 서 있었다.

"프라하는..."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 곳이 아닙니다. 프라하는 오래된 돌과 그림자, 그리고 기억으로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그곳에서는 과거가 현재를 짓누르고, 서로 다른 언어들이 서로를 할퀴며 소음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그곳에서 언제나 이방인입니다. 체코인들 사이에서는 독일인이고, 독일인들 사이에서는 유대인입니다. 저는... 저는 제 자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비탄에 젖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자기 연민이 없었다. 그는 그저 하나의 사실을, 자신의 존재 조건을 담담하게 진술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가장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곳에는... 제 아버지가 계십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가게가 있죠."

'가게(Geschäft)'. 그 단어는 그의 입에서 마치 더러운 것인 양 뱉어졌다. 그에게 아버지의 가게는 그의 문학 세계와는 정반대에 있는, 물질과 현실의 견고한 왕국이었다. 온갖 종류의 장식품과 잡화를 파는 그 가게는 헤르만 카프카가 맨주먹으로 이룩한 그의 제국이었다. 그곳에서 모든 것은 무게와 가격으로 환산되었다. 아버지에게 아들의 글쓰기는 무게도 없고 가격도 매길 수 없는, 공기 중의 먼지 같은 것이었다.

"아버지는... 강한 분이십니다." 카프카가 말을 이었다. "그는 건강하고, 목소리가 크고, 모든 것에 대해 확신을 갖고 계십니다. 그는 현실이라는 단단한 땅 위에 두 발로 서 계시죠. 저는 그분에게 언제나 실망스러운 존재였습니다. 병약하고, 소심하고, '문학이라는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아들. 그는 제가 법률가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법은 아버지의 세계처럼 명확하고 견고하니까요. 제가 이곳 뮌헨에 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는 모든 것을 고백했다. 그 고백은 그의 어깨를 짓누르던 거대한 바위를 조금이나마 내려놓는 것과 같았다. 그는 버지니아가 자신을 동정하거나, 혹은 경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뜻 하나 거스르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라고.

그러나 버지니아의 반응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그녀는 동정의 말을 건네는 대신, 놀라울 정도의 공감과 이해가 담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가 그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는, 자신의 상처를 함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도 알아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그 거대한 그림자 아래서 사는 기분. 물론 당신의 아버지와 제 아버지는 전혀 다른 분이셨겠지만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녀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 아버지는... 작가이자 학자셨어요. 레슬리 스티븐 경이라고, 아마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카프카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의상 덧붙였다. "아버지는 가게 대신, 거대한 서재를 가지고 계셨죠. 그 서재는 제게 놀이터이자 동시에 감옥이었어요."

"아버지는 당신의 아버지처럼 폭군이 아니셨어요. 오히려 그 반대였죠. 그는 늘 저를 격려해 주셨고, 제 지적인 호기심을 칭찬해 주셨어요.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저를 더 힘들게 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아버지의 지성은 거대한 산과도 같았어요. 제가 어떤 생각을 하든, 어떤 글을 쓰든, 그것은 이미 아버지가 생각하고 썼던 것의 희미한 모방처럼 느껴졌죠. 그의 그림자는 물리적인 위협이 아니라, 지적인 무게감으로 저를 짓눌렀어요. 저는 평생 그분의 명성에 걸맞은 딸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살았어요."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의 아버지는 당신이 '견고한' 세계로 들어오기를 원하셨군요. 제 아버지는 제가 그의 '이성적인' 세계 안에 머물기를 원하셨어요. 제가 감상적인 소설에 빠져들 때마다, 그는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저를 말리셨죠. 그는 언제나 명료함과 논리를 강조하셨어요. 제가 지금 혼란스럽고 비논리적인 '의식의 흐름'에 그토록 끌리는 이유는, 어쩌면 평생 아버지의 그 질서정연한 세계로부터 탈출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그녀는 카프카를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이제 그녀를 단순한 지적인 토론 상대로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눈 속에서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똑같은 투쟁을 보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똑같아요, 카프카 씨." 그녀가 말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종류의 아버지와 싸우고 있는 거예요. 당신은 억압적인 힘에 맞서 당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하고 있고, 저는 거대한 지성의 유산 아래서 저만의 목소리를 찾으려 애쓰고 있죠. 우리는 모두, '아버지'라는 이름의 거대한 법정에서, 우리 자신으로 살아갈 권리를 변호하고 있는 피고인이에요."

그녀가 그의 말을, '피고인'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되돌려주었을 때, 카프카의 내면에 있던 마지막 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가장 깊은 고통과 불안은 그만의 것이 아니었다. 바로 여기, 뮌헨의 낯선 거리에서, 그의 언어를, 그의 세계를, 그의 상처를 온전히 이해하는 단 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바로 그 순간, 마치 그들의 감정에 화답이라도 하듯, 하늘에서 차가운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금세 굵어졌다. 사람들은 서둘러 처마 밑으로 뛰어들거나 우산을 펼쳤다.

토비가 현실적인 목소리로 그들의 깊은 교감을 깨뜨렸다.

"이런, 비가 오는군! 어서 어디든 들어가야겠어."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길 건너편의 작고 소박한 식당(Gasthaus)을 발견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따뜻하고 아늑해 보였다.

"저기라면 괜찮겠군. 어서 가세!"

토비가 먼저 길을 건넜다. 버지니아는 카프카를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은 빗물에 젖어 있었지만, 그 표정은 이전처럼 불안하고 겁에 질려 있지 않았다. 대신, 아주 희미하게나마 어떤 평온함이, 혹은 체념과도 같은 고요함이 감돌고 있었다.

그들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빗소리가 그들의 침묵을 채웠다. 그리고 버지니아는 아주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카프카를 향해 손짓하며, 식당을 가리켰다.

카프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버지니아와 함께 길을 건넜다. 그들은 지금 단순한 식당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뮌헨의 차가운 밤거리에서, 서로의 흔들리는 영혼을 위한 작은 피난처를 찾아 함께 들어가는 참이었다. 그들의 가장 깊은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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