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여지지 않을 편지

by 남킹


기차는 거대한 금속의 짐승이었다. 석탄을 삼키고, 증기를 내뿜으며, 철로 위를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리듬에 맞춰 뮌헨을 등지고 서쪽으로, 채널을 건너 런던으로 향하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버지니아 스티븐은 눅눅한 벨벳으로 덮인 좌석에 몸을 묻고, 창문에 이마를 기댔다. 차가운 유리가 그녀의 뜨거운 피부에 닿는 감촉이 유일하게 현실적인 감각처럼 느껴졌다. 기차의 움직임은 냉혹하고 되돌릴 수 없었다. 바퀴가 한 번 구를 때마다, 그녀는 그와의 거리, 그의 세계와의 거리가 물리적으로, 그리고 형이상학적으로 멀어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창밖의 풍경은 비에 젖어 흐릿하게 번져나갔다. 바이에른의 전원 풍경, 짙은 녹색의 침엽수림, 안개에 잠긴 작은 마을들. 그것들은 그녀의 눈에 들어왔지만, 그녀의 의식에 등록되지는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그 얼굴 위로 유령처럼 겹쳐지는 지난 이틀간의 기억들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이 기차라는, 움직이는 방 안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정신은 그보다 더 깊은, 기억이라는 이름의 방 안에 갇혀 있었다.

맞은편 좌석에 앉은 토비는 신문을 읽고 있었지만, 사실 그의 시선은 신문의 활자 위를 미끄러지며 건너편의 누이동생을 향해 있었다. 그는 그녀가 걱정스러웠다. 그녀는 로비에서 그 남자와 헤어진 이후로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침묵은 평소의 사색적인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쟁이 끝난 후의 폐허 위에 내려앉은, 깊고 무거운 침묵이었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평소 그녀를 빛나게 하던 지적인 호기심과 날카로운 활기는 간데없고,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도둑맞은 사람처럼 공허하고 창백해 보였다. 그는 그녀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상식적인 위로는 그녀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짓이 될 터였다. 그는 그저 그녀가 스스로 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오기를 기다려줄 수밖에 없었다.

버지니아는 그의 마지막 말을, 그 잔인하고도 완벽했던 비유를 머릿속에서 끝없이 되감고 있었다. '저는 저와 세상 사이에 두꺼운 유리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그 유리벽 너머의 세상에 속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웃고, 이야기하고, 손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 그녀는 그 규정이 모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를 모른다. 그녀 역시 그 유리벽의 안과 밖을 끝없이 오가며 고통받는 존재라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블룸즈버리는 유리벽 너머의 따뜻한 거실이 아니라, 각자의 유리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벽에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이는, 위태로운 수용소와도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그의 비유의 정확성에 전율했다. 그는 옳았다. 그들의 관계는 두 개의 유리벽이 마주 보는 것과 같았다. 그들은 서로를 볼 수 있었고,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지만, 결코 그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될 수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그들은 산산조각 난 유리 파편 위에서 서로 피를 흘리게 되었을 것이다. 그의 예술은 그 유리벽의 차가운 표면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었고, 어쩌면 그녀의 예술 또한 그러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예감이 그녀를 덮쳤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 저는 아무것도 쓸 수 없게 될 겁니다.’

그의 그 말은 그녀가 들었던 그 어떤 비판보다도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녀가 그의 뮤즈가 아니라, 그의 예술을 파괴하는 악마가 될 수도 있다는 선고. 그녀가 그의 구원이 아니라, 그의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판결. 그녀는 그에게서 달아나야 했다. 토비의 말이 맞았다. 그는 위험했다. 하지만 그 위험은 그가 그녀를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그녀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자신의 예술의 본질을 직시하게 만들어, 스스로를 파괴하게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기차의 단조로운 덜컹거림 속에서, 그녀의 슬픔은 서서히 다른 종류의 감정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노도, 체념도 아니었다. 그것은 차갑고 명료한, 거의 외과수술과도 같은 지적인 분석의 과정이었다. 그녀는 작가였다. 그녀의 슬픔조차도 결국에는 그녀의 해부대 위에 올려져, 단어라는 메스로 난도질당할 운명이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그의 '유리벽'과 그녀가 막연하게 꿈꾸던 '자기만의 방'은 어떻게 다른가. 그의 벽은 세상으로부터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했다. 그것은 창문이 없는 감옥이었다. 반면, 그녀가 원했던 방은 세상과 연결된 방이어야 했다. 소음과 혼돈을 차단할 수 있는 견고한 벽을 가졌지만, 세상을 내다볼 수 있는 커다란 창문이 있는 방. 그 창문을 통해 그녀는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삶을, 그들의 의식의 흐름을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을 터였다. 그의 글쓰기가 밀실 안에서의 독백이라면, 그녀의 글쓰기는 창가에 앉아 엿들은 세상의 모든 대화를 엮어내는 것이 되어야 했다.

그렇다면 사랑은, 관계란 무엇인가. 그가 내린 정의, 즉 '서로의 감옥을 지키는 행위'라는 그 끔찍한 정의에 그녀는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위대한 아버지와, 그 그림자 속에서 조용히 자신의 삶을 꾸려나갔던 아름다운 어머니. 그들의 관계는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정교하게 위장된 상호 구속이었을까? 그녀는 리튼 스트레이치가 조롱하듯 말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위선적인 결혼 제도를 떠올렸다. 재산과 지위, 사회적 안정을 위한 계약.

아니다. 그녀는 다른 종류의 관계를 원했다. 그녀가 블룸즈버리에서 어렴풋이 실험하고 있던, 남성과 여성이 지적인 동반자로서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관계. 결혼이 감옥이 아니라, 두 개의 '자기만의 방'이 복도를 통해 연결된 집과도 같은 것이 될 수는 없을까? 각자의 방에서 홀로 작업에 몰두하다가도, 원할 때면 언제든 복도를 건너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관계. 그것은 가능한 일일까? 아니면 그저 순진한 이상주의자의 꿈에 불과할까?

카프카는 그 가능성 자체를 부정했다. 그에게 관계란 언제나 한쪽이 다른 한쪽을 침범하고 흡수하는, 권력의 투쟁이었다. 아버지가 아들을 지배하듯이. 그의 세계에는 평등한 관계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드레스의 작은 주머니를 더듬었다. 그 안에는 그녀가 그에게 건넨, 런던의 주소가 적힌 종이 조각의 감촉 대신, 그가 남기고 간 침묵의 무게가 만져지는 듯했다. 그녀는 그에게 편지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친애하는 카프카 씨,

뮌헨에서의 대화는 제게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너무나도 진부하고 천박한 시작이었다. 그들이 나눈 것은 '영감'이라는 말끔한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영혼의 충돌이었고, 지적인 폭력이었으며, 상처를 통한 계시였다.

당신의 유리벽에 대한 비유에 대해 더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편지가 아니라, 학술 논문의 서론처럼 들렸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지성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그에게 편지를 쓰는 행위는, 그들이 나눈 모든 대화의 본질을 배반하는 행위라는 것을. 그들의 진정한 소통은 언어가 실패하는 지점에서, 침묵 속에서, 시선의 교환 속에서, 렘브란트의 어둠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것을 다시 평범한 단어들의 감옥 속에 가두려는 시도는 무의미했다. 그에게 보낼 편지는 쓰여질 수 없었다. 아니, 쓰여져서는 안 되었다.

그 주소는 약속이 아니라, 가능성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제 그녀는 그 가능성의 진짜 의미를 이해했다. 그것은 그가 언젠가 그녀에게 편지를 보낼 가능성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와의 만남이라는 사건을, 그녀가 자신의 글로, 자신의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그가 그녀의 삶에 남긴 상처와 질문들은, 이제 그녀가 평생에 걸쳐 답해야 할 숙제가 되었다. 그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준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써야만 하는 이유를 주었다.

기차는 국경을 향해 덜컹거리며 나아갔다. 버지니아는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았다. 모든 것이 움직이고, 흘러가고, 변하고 있었다. 그녀의 슬픔도, 고통도, 이 풍경처럼 언젠가는 지나가리라. 하지만 그 풍경이 그녀의 망막에 남긴 잔상처럼, 그와의 만남이 남긴 흔적은 그녀의 영혼에 영원히 새겨져 있을 터였다. 그녀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가 글을 쓸 때마다, 그녀의 어깨 너머에는 언제나 한 명의 유령 독자가, 그녀가 쓰는 모든 문장의 진실성을 심문하는 가장 엄격한 비평가가 서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유령을 위해, 그 유령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야만 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소설의 첫 문장이,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들이 떠난 후, 프란츠 카프카는 오랫동안 호텔 로비에 서 있었다. 그의 몸은 그곳에 있었지만, 그의 의식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그는 방금 자신의 영혼의 일부를 잘라내어, 저 멀리 떠나가는 기차에 실어 보낸 것 같았다. 수술을 막 끝낸 환자처럼, 그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거대한 상실감과, 그 상실이 남긴 텅 빈 공간의 서늘함만을 느낄 뿐이었다. 그는 마침내 안전해졌다. 그의 유리벽은 다시 완벽하게 봉인되었다. 하지만 그 벽 안은 이전보다 훨씬 더 춥고 어두웠다.

그는 기계적으로 호텔을 빠져나와, 자신의 하숙집으로 향했다. 뮌헨의 거리는 여전히 분주했지만, 이제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림자의 움직임처럼 보였다. 그는 더 이상 도시의 구조나 군중의 흐름을 분석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 그는 움직이는 시체처럼 걸었다.

하숙집 방에 돌아온 그는 문을 잠갔다. 그리고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녀가 남긴 작은 종이 조각을 꺼냈다. 그는 그것을 펼쳐보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주소를, 그녀의 세상으로 통하는 그 작은 문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완벽한 고독 속에 남겨진 유일한 오점이었고, 제거되어야 할 이물질이었다.

그는 성냥갑을 찾았다. 그리고 낡은 세면대 위에서, 그 작은 종이 조각에 불을 붙였다.

종이는 순식간에 불꽃에 삼켜졌다. 파란색 잉크로 쓰인 그녀의 이름과 주소는 검게 오그라들며 재로 변해갔다. 그는 그 광경을 무표정하게 지켜보았다. 불꽃은 아주 잠시, 그의 텅 빈 눈동자 속에서 작게 타올랐다가,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는 마지막 남은 재 조각까지 손가락으로 비벼 완전히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틀어, 그 검은 가루들을 하수구 속으로 흘려보냈다.

모든 것이 끝났다. 연결고리는 끊어졌고, 가능성은 소멸했다. 그는 이제 다시 완벽하게 혼자였다.

그는 안도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화를 되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가슴을 채운 것은 안도감이 아니라,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공허함이었다. 그는 자신의 병실 문을 스스로 잠가버린 환자였다. 그는 자신의 감옥을 지키는 간수이자, 그 감옥 안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죄수였다.

그는 침대에 쓰러졌다. 그는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옷에서는 비 냄새와, 희미하게나마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났을 법한 향기가 섞여 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는 눈을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그녀의 질문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우리는 서로를 치유할 수 있을까요?' '사랑이나 관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나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요?'

그는 이 목소리들을 잠재워야만 했다. 이 기억들을 다른 형태로 바꾸어야만 했다. 그는 이 혼돈에 질서를 부여해야만 했다. 그가 아는 유일한 방법으로.

그는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가죽 표지의 낡은 노트를 펼쳤다. 그는 만년필 뚜껑을 열고, 잉크를 찍었다. 그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이제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서늘하고 냉정한, 기록자의 시선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는 백지 위에 첫 문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가 그녀에게 하지 못했던 대답이었고, 그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판결문이었으며, 이제 막 시작된 그의 기나긴 소송의 서문이었다.

‘어떤 사람이 K를 중상모략한 것이 틀림없다. 그는 무슨 나쁜 짓을 한 적도 없는데, 어느 날 아침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글을 썼다. 단어들은 그의 내부에서 샘솟는 검은 피처럼,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바깥세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이 방과, 종이와, 잉크와,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기소된 한 남자의 고독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유리벽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쓰여지지 않은 편지에 대한 답장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답장은, 그의 남은 생애 전체가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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