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길, 영원한 메아리

by 남킹


뮌헨 중앙역(Hauptbahnhof)의 거대한 유리 지붕 아래, 기차는 마지막으로 길고 슬픈 고동을 울렸다. 그것은 이별의 신호이자, 두 개의 세계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경로를 따라 각자의 운명 속으로 멀어지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선고였다. 쇠가 쇠에 갈리는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거대한 바퀴들이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구르기 시작했다.

객실 창가에 앉은 버지니아 스티븐은 플랫폼이, 그 위에 서 있는 시계탑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뮌헨이라는 도시가 서서히 뒤로 물러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은 세상이었다. 그녀는 이 순간, 자신이 기차에 실려가는 승객이 아니라, 거대한 현미경의 접안렌즈를 통해, 축소되고 멀어지는 하나의 표본을 관찰하는 과학자가 된 듯한 기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그 표본의 이름은 '과거'였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현실이었던 모든 것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기억의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차갑게 식은 찻잔 주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모든 의식은 호텔 로비의 그 마지막 순간에, 그 차갑고도 결정적이었던 이별의 장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목소리. 그의 눈. 그리고 그의 외투 주머니에 그녀의 주소가 적힌 종이 조각을 넣어주었을 때, 그녀의 손가락 끝에 닿았던 그의 옷감의 거친 감촉. 그녀는 그에게 가능성을 남겨두고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그녀는 그것이 가능성이 아니라, 영원히 닫힌 문에 대한 마지막 확인 작업에 불과했음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편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제 그것을 확신했다. 그는 그녀가 건넨 작은 불씨를, 그의 어둡고 공기 없는 방 안에서 스스로 꺼뜨려 버릴 터였다. 그의 고독은 선택이 아니라, 그의 존재 조건이었고, 그의 예술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대기였다. 그녀의 존재는 그 대기 속에 던져진,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도 있는 산소와도 같았다.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어쩌면 그녀를 지키기 위해, 그 연결을 끊어내야만 했다.

맞은편에 앉은 토비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읽던 신문을 내려놓았다.

"버지니아." 그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괜찮니?"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오빠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깊은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나는... 새로운 언어를 배운 것 같아, 토비." 그녀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어라니? 독일어 말이야?"

"아니. 고통의 언어. 그리고 침묵의 문법." 그녀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지금까지 단어들이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어. 하지만 그 사람은... 단어들이 어떻게 세상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우리 사이에 더 깊은 미로를 만드는지를 보여줬어. 우리는 모두 그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존재들이야."

토비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누이의 이런 모습을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그녀의 정신이 너무 깊은 곳으로 침잠하여, 현실의 중력으로부터 멀어지려 할 때의 모습. 그는 그녀를 다시 이쪽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계로 끌어당겨야만 했다.

"그만하면 됐어, 버지니아. 그 사람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그는 그냥... 불행한 젊은이일 뿐이야. 우리는 이제 런던으로 돌아가는 거고,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해. 클라이브와 바네사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우리는 다시 모여서 웃고, 떠들고, 시를 읽어야지. 그게 우리가 사는 방식이잖아."

'그게 우리가 사는 방식.' 토비의 말은 진심이었고, 따뜻했다. 하지만 그 말은 버지니아에게 더 이상 완전한 진실로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블룸즈버리, 그 지적이고 자유로운 공동체조차도, 어쩌면 거대한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기 위해 그들 스스로 구축한, 아름답지만 연약한 유리 온실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녀를 덮쳤다. 그들은 온실 안에서 안전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지만, 프란츠 카프카는 그 온실 바깥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홀로 얼어붙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추위야말로 진짜 세계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기차는 속도를 더했다. 뮌헨의 마지막 흔적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창밖에는 끝없이 펼쳐진, 비에 젖은 유럽의 평원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버지니아는 가방에서 일기장과 만년필을 꺼냈다.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기록해야만 했다. 이 모든 감각과 생각들이 희미해지기 전에, 그것들을 단어의 그물로 붙잡아 두어야만 했다.

그녀는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뮌헨에서의 일들을 연대기 순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녀의 펜은 기차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 그 위로 겹쳐지는 바깥 풍경, 맞은편에서 신문을 읽는 오빠의 모습,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생각의 파편들을, 마치 서로 다른 악기들이 동시에 연주되는 교향곡처럼, 하나의 길고 구불구불한 문장 속에 엮어 넣기 시작했다.

기차는 흔들리고, 창밖의 나무들은 마치 녹색의 강물처럼 뒤로 흘러가는데,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은 유령처럼 창백하고 그 위로 토비가 신문을 넘기는 손의 그림자가 겹쳐지며, 나는 그가 말했던 유리벽에 대해 생각한다, 차갑고 단단한 벽, 하지만 벽이 아니라 어쩌면 그것은 렌즈일지도, 세상을 굴절시켜 보여주는, 그래서 더 본질에 가깝게 만들어주는, 렘브란트의 그림 속 어둠처럼, 모든 것을 드러내는 대신 가장 중요한 것만을 비추는, 그래, 그는 나에게 어둠을 주었지만 동시에 빛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가르쳐 준 셈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방의 창가에 앉아, 그 렌즈를 통해 런던의 거리를, 댈러웨이 부인의 장갑을, 그 모든 찰나의 순간들을 기록해야 하리라...

그녀는 쓰고 또 썼다. 기차가 파리를 지나고, 도버 해협을 건너는 내내, 그녀의 펜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편지를 쓰는 대신,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소설에게, 세상에서 가장 길고 복잡한 편지를 쓰고 있었다. 그녀의 이별은 끝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진짜 문학의 시작이었다.

한편, 뮌헨의 하숙집 방.

프란츠 카프카는 자신의 세계로, 자신의 유일한 왕국인 책상 앞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그녀가 떠난 이후로 한순간도 그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식사도, 잠도 잊었다. 바깥세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그의 방 안을 채우고 있는 담배 연기와, 식어버린 커피의 쓴 냄새와, 그리고 종이 위를 사각거리며 나아가는 펜촉의 소리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는 쓰고 있었다. 그것은 창작의 기쁨이나 영감의 발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열병과도 같은, 강박적인 배설의 행위였다. 그의 내부에서 들끓는 혼돈과 불안, 부조리한 세계의 이미지를 언어라는 형태로 뱉어내지 않으면, 그는 그대로 폭발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와의 만남은 그의 내부에 있던, 그가 애써 억누르고 있던 댐의 수문을 열어버렸다. 이제 검은 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가 쓰고 있는 것은 'K'라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K는 은행의 성실한 간부였지만, 어느 날 아침 아무런 이유 없이 체포된다. 그를 체포한 감시원들은 그의 죄가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그를 기소한 법정이 어디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K는 자신의 일상생활을 계속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이전의 K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소송'에 걸린 몸이었다. 그의 모든 삶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려는, 그러나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끝없는 투쟁이 되어버린다.

카프카의 펜은 K를 따라, 안개 낀 도시의 다락방과 허름한 아파트의 복도를 헤맸다. 그가 묘사하는 세계는 그녀, 버지니아 스티븐이 보았던 생동감 넘치는 뮌헨이 아니었다. 그의 세계에는 색채도, 냄새도, 구체적인 삶의 활기도 없었다. 모든 것이 회색이었고, 모든 공간은 미로였으며, 모든 대화는 오해와 동문서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그가 그녀에게 설명했던, 그의 유리벽 너머에서 본 세상이 아니라, 유리벽 안쪽의, 서리가 낀 표면 그 자체의 풍경이었다.

그는 그녀와의 대화를 거의 그대로 옮겨 적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던 블룸즈버리의 '공동체'는, K가 도움을 청하려 하지만 결코 신뢰할 수 없는, 법정의 부패한 관리들과 변호사들의 기만적인 네트워크로 변모했다. 그녀가 말했던 '사랑'과 '관계'는, K를 유혹하여 그의 소송을 방해하려는 하녀 레니의 동물적이고 집요한 욕망으로 그려졌다. 그녀가 빛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은, 그의 글 속에서 더 깊은 어둠으로 이끄는 기만적인 불빛이 되었다.

그는 잔인했다. 그는 그녀가 그에게 보여주었던 모든 희망의 가능성을, 자신의 글 속에서 체계적으로, 그리고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에 대한 복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향한, 더 이상 어떤 환상에도 기댈 수 없도록 스스로를 내모는, 극단적인 형태의 정직함이었다. 그는 그녀의 세계가 얼마나 아름답고 매혹적인지를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 세계를 더욱더 철저하게 부정해야만 했다. 그의 예술은 그 부정의 힘 위에서만 세워질 수 있는, 위태롭고 검은 탑이었기 때문이다.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은 의미를 잃었다. 그는 먹고, 자고,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쓰고, 쓰다가 잠시 기절했다가, 깨어나면 다시 썼다. 그의 방은 구겨진 종이와 담배꽁초로 가득 찼다. 그는 K와 함께, 그 끝없는 법정의 복도를 헤매다가 마침내 소설의 마지막 장에 이르렀다.

K는 결국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지 못한다. 어느 날 저녁, 예복을 입은 두 명의 신사가 나타나 그를 도시 외곽의 채석장으로 끌고 간다. 그들은 K를 바닥에 눕히고, 그의 심장을 겨냥하여 칼을 꽂는다. 죽어가는 K의 마지막 의식 속으로, 창문이 열리고 한 사람의 형상이 나타나는 것이 보인다. 그것은 구원인가? 아니면 그저 마지막 환상인가? K는 알 수 없다. 그는 "개처럼!"이라는 한마디와 함께 죽는다.

카프카는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모든 것이 끝났다. 그의 내부에 있던 검은 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이제 그는 텅 비어 버렸다. 그는 의자에 기댄 채, 창밖을 보았다. 창밖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그는 방의 불을 켜지 않았다. 그는 그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는 K를 죽였다. 그리고 K를 죽임으로써, 그는 버지니아 스티븐과 만났던, 희망의 가능성을 잠시나마 꿈꾸었던 자기 자신의 일부를 함께 죽인 것이다.

그는 일어섰다. 그리고 책상 서랍을 열어, 그가 태워버렸다고 생각했던, 그러나 차마 태우지 못하고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그녀의 주소가 적힌 작은 종이 조각을 꺼냈다. 그는 그것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오랫동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그가 막 완성한 원고 뭉치의 맨 마지막 장 뒷면에, 그 작은 종이 조각을 풀로 붙였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그 자신조차도 그 의미를 온전히 알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가장 어두운 이야기의 마지막에 남겨두는, 유일한 빛의 흔적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항복의 표시였을까? 혹은, 언젠가 이 원고가, 이 절망의 기록이, 바다를 건너 그녀에게 닿기를 바라는, 그가 스스로에게도 인정할 수 없는 희미한 희망의 씨앗이었을까? 그는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원고 뭉치를 서랍 속에 넣고, 문을 잠갔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아주 길고, 깊고, 꿈 없는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10여 년 후, 1925년 서식스, 몽크스 하우스.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방 창가에 앉아 있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스티븐 양'이 아니었다. 그녀는 레너드 울프와 결혼했고, 호가스 출판사를 설립했으며, <제이콥의 방>과 <댈러웨이 부인>을 발표하며 영국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논쟁적인 작가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마침내 그녀가 꿈꾸던 '자기만의 방'을 얻었다. 이 작은 시골집의 방은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그녀를 지켜주었고, 창밖으로는 그녀가 사랑하는 정원의 꽃들이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이곳에서 안정과 평화를 찾았다... 고 세상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내면에서는 여전히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으며, 이 방은 평화의 안식처가 아니라, 그 폭풍과 홀로 맞서 싸우기 위한 투기장이라는 것을.

그녀의 책상 위에는 며칠 전 남편 레너드가 독일 출장에서 가져온, 갓 번역된 작은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프란츠 카프카라는, 결핵으로 요절한 무명 작가의 <소송(Der Prozess)>이라는 소설이었다. 레너드는 "당신이 좋아할 만한 종류의 이상한 책이야"라며 무심하게 건넸다. '카프카'라는 이름은 그녀의 기억 속에서 희미한 메아리처럼 울렸지만, 그녀는 그것을 뮌헨에서 만났던 그 청년과 바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너무나도 많은 세월이 흘렀고, 그 이틀은 이제 비현실적인 꿈의 파편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무심하게 책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Jemand mußte Josef K. verleumdet haben, denn ohne daß er etwas Böses getan hätte, wurde er eines Morgens verhaftet.

(어떤 사람이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것이 틀림없다. 그는 무슨 나쁜 짓을 한 적도 없는데, 어느 날 아침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순간, 버지니아의 세상이 멈췄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 그녀는 10여 년 전 뮌헨의 어느 카페, 담배 연기와 커피 향이 자욱했던 그곳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 움푹 들어간 검은 눈을 가진, 창백하고 마른 한 청년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우리는 모두 영문도 모른 채 기소된 피고인일 뿐입니다.'

그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것은... 이것은 그가 그녀에게 보내는, 세상에서 가장 길고, 가장 어둡고, 가장 잔인한 편지였다. 그는 그녀에게 답장하지 않는 대신, 하나의 완결된 세계를, 하나의 완벽한 악몽을 창조하여 그녀에게 보낸 것이다.

그녀는 미친 듯이 책장을 넘겼다. 책 속의 모든 문장, 모든 이미지가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법정의 부조리한 논리,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 같은 복도, 사랑이라는 이름의 기만적인 유혹,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지만 절대적인 권위의 존재. 그것은 그들이 함께 나누었던 모든 대화의 변주이자, 그가 그녀의 모든 희망에 대해 내놓은 최종적인 반론이었다.

그녀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K의 죽음. "개처럼!"이라는 마지막 비명.

그녀는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진실과, 한 인간의 끔찍할 정도로 정직했던 영혼 앞에서 느끼는 경외의 눈물이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유리벽을 깨지 못했다. 그는 그 안에서 홀로, 자신의 예언대로, 자신의 예술이라는 병으로 죽어갔다. 하지만 그는 죽으면서, 그 유리벽의 파편들을 세상에 남겼다. 그리고 그 파편들은 어떤 거울보다도 더 선명하게, 현대라는 시대의 불안과 소외, 그 심연을 비추고 있었다.

버지니아는 눈을 뜨고, 그녀의 방 창밖을 내다보았다. 정원에는 따스한 오후의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고, 꽃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화려하게 피어 있었다. 그녀의 세계는 이토록 밝고, 아름답고,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세계는 저 책 속에, 잉크로 박제된 영원한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길을 갔다. 그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운명과 싸웠고, 서로 다른 종류의 예술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알 수 있었다. 그들의 길은 결코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의 가장 극단적인 반대편에 서서, 서로를 영원한 준거점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녀의 빛을 보았기에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고, 그녀는 그의 어둠을 보았기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빛을 그려내려 평생을 바쳐야만 했다.

그들의 만남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대화는 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 메아리는, 그들의 작품 속에, 그들이 창조한 모든 문장 속에, 영원히 살아남을 터였다. 잉크와 안개의 시간은 끝났지만, 그 시간 속에서 태어난 두 개의 위대한 영혼은, 이제 막 세상을 향한 그들의 길고 고독한 대화를 시작한 것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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