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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궁성 Jul 27. 2019

오래된 골목의 정취 - 대전 대흥동 문화 예술거리

브롬톤 일상 여행

기차 스탑오버


여러 가지 이유로 고속철도를 많이 이용하곤 합니다. 최근 이용자가 많아지다 보니 원하는 시간에 표가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 오르고 내리는 사람이 많은 도시를 경유지로 하여 표를 사면 됩니다. 바로 이어지는 것이 없으면 마음을 비우고 두어 시간 띄우면 됩니다. 여행의 시작이 됩니다.


낯선 도시의 골목을 기대감도 계획도 없이 다니다 보면 의외의 것들이 다가오고 기대감이 없었기에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던 큰 만족감으로 돌아옵니다. 소위 가성비가 매우 높은 여행이 됩니다.


대전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


대전 대흥동이란 곳에 다녀왔습니다. 표가 없어 중간에 내려 두 시간 정도 다녀봤습니다.


내리자마자 오래된 역전시장 골목을 통해서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릴 적 시장통에서 자란 탓도 있고 시장의 활기도 느껴지고 무엇보다 아주머니 할머니들을 보면 힘이 생기곤 합니다.


비가 많이 내린다 했는데 다행히 비가 그쳐 가고 있었고 역전시장은 여기저기 파라솔이 비를 막고 있었습니다.


역전시장과 이어져 있는 중앙시장을 지나다 잡채가 눈에 들어와 한 그릇 하고 오늘 여기 있는 것 다 팔고 들어가시라고 덕담 한마디 그리고 아주머니 함박웃음을 뒤로하고 시장통을 달려갑니다.


갑천 다리를 건너 으느정이 거리로 가려는데 비가 거의 그쳤습니다. 폭우가 오니 마니 그토록 날씨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정반대.. 비예보와 내 앞에 비가 온다는 것은 언제나 같은 듯 다른 문제였음을 다시 한번 상기해봅니다.


참새가 방앗간 찾아들 듯 가는 길에 성심당 빵집에 들려 차게 해서 먹는 냉동 크림빵 한 개를 사서 가방에 넣어둡니다. 두어 시간 후 녹은 다음 커피 한잔과 함께 하는 그 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성심당을 지나 큰길을 건너 대흥동에 들어섭니다. 오래된 동네 골목에 아직은 정비되지 않은 듯 어설픈 느낌으로 여기저기 이쁘고 빈티지한 카페나 공방들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주욱 늘어서 있는 것보다도 이런 것이 좋습니다. 찾아가지 않았는데 우연히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가다 보니 인터넷에서 찾아봤던 그런 풍경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카페나 식당들이 문을 열기 전인 데다 평일이고 비가 막 그친 뒤라 골목골목은 한가하였습니다.


시간을 보니 역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모두 채우지 않고.. 그림을 그리다 말아버리는 느낌이었지만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여정이니 더 욕심부릴 것도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성심당 케이크 전문집에 들러 구석 작은 테이블에 커피 한잔과 아까 사두었던 달달한 크림빵을 먹습니다. 잠시 완벽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다음에는 어떤 공간이 인연으로 다가올지... 기회가 닿으면 대전역 건너편 소제동이란 동네에 들려보아야겠습니다.


일상에서 이런 작은 여행을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음은 마음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걱정으로 의미 있는 시간들을 묻어버리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오늘 마주했던 풍경들을 아래에 둡니다.


없덕양 생각 : 오늘 또 어디가나봐.. ㅎㅎ 기차역에 서면 언제나 설레임
바온 뒤 대전역앞 역전시장 풍경
시장 잡채밥.. 시장한 아침의 호사


비그친 거리.. 비예보와 내 머리위에 비가 내린다는 것의 차이
사진도 어찌보면 그림. 내가 풍경에서 읽으려고 했던 것을 보여주는 행위가 보정이라 생각합니다.
성심당을 지날 때마다 하는 의식
비돌까페.. 비가 오면 어쩌고 하는 것은 주인장의 꿈. 그 꿈을 남기고 그것으로 까페 이름을 지은 주인장
도심속 주택가에 자리잡은 까페
초우: 이 곳을 다시 찾아와야겠다고 마음먹은 글귀
초우
없덕양생각 : 오빠 뭐지?
‘여전히 잘’이라는 까페의 입구
같은 맛의 초클릿을 함께 입에 물고 마주앉아 있는 기분은 어떨까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렸던 성심상 케이크 전문집.. 빵내음이 가득한 이런 곳이 참 좋습니다. 잠시 완벽한 순간을 맞이했던 곳. 나중에 좋은 분들과 함께 와야겠습니다.


다시 돌아온 역.. 이제 여행을 마치고 떠납니다. 철도경찰 청렴행사라면서 입구에서 나눠준 귀엽고 실용적인 기념품.. 밴드. 좋은 데요?


여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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