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시

폭설

by 남모



하늘이 한꺼번에 내려앉고 있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지상에 깃들고 있다

그리하여 먼저 다정한 말들이 잊혀지고

아름다운 것들은 조금씩 무색해졌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인지 말없이 끊는 전화

아무도 나를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설마 내 마음 쓸쓸한 거라면

나는 혹시 대책 없는 사랑이라도 꿈꾸었느냐

우체부도 오지 않는 저녁

눈발은 근심의 두께만큼 쌓이고

기다리는 것들은 언제나 늦게 당도하니

못살겠다 살아가겠다 발도장을 찍으며

기꺼이 문밖에 나가 서있으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