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때가 있대
무심코 음악을 듣다가
남은 찬밥을 비벼 몇 술 뜨다가
탁탁 빨래를 털어 널다가
햇살 때문에,
단지 눈부신 하루 때문에
울컥
명치에서 치밀어 오르는 상실을
무방비로 맞이할 때가 있대
그럴 때가 있대
흐린 날은 실비집 구석에 앉아
막연히 자작을 하고 싶은
술을 알고 모르고는 상관이 없지
지겨운 밥알은 식거나 말거나
등 뒤의 눈길이 곱거나 말거나
술국은 뜨거워야 해
허무한 여자가 건너온 날보다 더
욱신대며 끓어 넘쳐야 해
11月엔
여자는 수녀가 되고
여자의 남자는 묵주가 되어
서로 말없이 목만 마르지
사랑 같은 건 이제 욕심도 없지
기도 대신 체념이 늘지만
꽃 지기 전 여자는
저만치 떨어져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거래
제 이름 석 자를 찾고 싶은 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