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나는 스스로 골방이라고 부르던 글집을 운영했던 적이 있다. 당시는 막 블로그라는 개념이 퍼지고 있을 때였지만, 한적한 것을 좋아했던 나는 망망대해 같은 웹사이트에 글집을 개설한 것이다. 도메인이 nammois.com이었고 홈페이지라고도 하던. 아무튼 누군가 주소를 알지 못하면 존재 자체도 알 수 없던 그곳에서 꽤 오랫동안 글을 썼었다. 제법 공들여서 디자인이며 구성이며 그럴듯하게 만든 곳이고 나중에는 글벗들이 많아져 평균 조회수가 수천을 넘나들던 곳이었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글집은 거의가 텍스트 위주였기에 제로보드 게시판에 들어가면 여기 브런치처럼 흰 바탕과 까만 글씨만 수두룩했기에 조금 밋밋한 것 같아 미니홈피처럼 비지엠 기능이 되도록 만들었었다. 주로 주인장의 취향이 전부인 음악들만 업로드해 놓았기 때문에, 그러니까 글집에 입장하는 순간부터는 좋든 싫든 내가 틀어놓은 그것도 꽤나 청승모드인 음악들을 예외 없이 들어야 했던 것이다. 물론 정 음악을 듣고 싶지 않으면 뮤직플레이어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면 잠잠해지는 작은 친절도 제공했지만 어쨌든 다소 미안한 마음이 있긴 하다.
그때 플레이어의 첫 번째 음악이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Moldova였다. 좋든 싫든 음악을 들어야 했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내가 좋아서 틀어놓았으니 당연히 흠뻑 마음에 들었고 주로 몰도바를 들으며 글을 쓰고 업로드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젤렘의 음악들이나 파트리샤 카스의 If You Go Away, 영화 화양연화의 OST 같은 것들도 있었지만 그때의 내게 있어 최고는 단연코 몰도바였다. 플레이어가 반복되는 동안 글 쓰는 마음과 태도에 비장한 결심 같은 것이라든가 각오 같은 것에 날을 세워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몰도바 Moldova,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위치한 동유럽의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지만 내겐 몰도바 출신의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와 Moldova만이 각별하다. 내한공연의 감동도 여전하다. 지금도 휴대폰에는 그때 그 글집에서 플레이되던 음악들이 폴더로 저장되어 있고 첫 번째 곡은 여전히 몰도바로 되어있다. 간혹 운전을 하거나 한적한 풍경을 보면 듣게 되는 내 지난 시절 그리운 골방의 몰도바. 슬프도록 아름답고 처연해서 장엄하기까지 한 이 음악이 주던 선율의 울림과 향수는 그때와 지금의 내게 시네마천국에서의 토토가 가지던 감정들로 가득 차있다.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며 나는 그때처럼 오직 글만을 생각하는 마음과 태도에 날을 세울 수 있을까 싶지만 이내 다시 생각한다. 그런 건 아무려면 어때, 작두를 타기엔 너무 늙어버렸잖아 젠장.
브런치를 나갈 때 써놓은 글들 태반을 유실했지만 건사한 글들은 당분간 다시 업로드할 듯...
https://youtu.be/3xAeoQS5sks?si=PuOiW5aMPza9y1Z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