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_Jana romanova : waiting
장례식장에 다녀온 날엔 그런 생각이 든다. 주변 사람이 죽었는데도 남은 나는 계속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역겹다. 그 사람이 꾸던 꿈은 영영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리고, 꿈을 꾸던 시간은 허무한 시간이 된 것을 내가 눈 앞에서 보아버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나는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게 불편하다. 여러 사람이 나란히 달리던 중 한명이 고꾸라져 넘어져 달리기를 멈추게 되었는데도 남은 사람은 계속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무정하게 느껴진다. 슬퍼도속도를 늦출 수도 없고, 그렇게 넘어진 사람과는 계속계속 멀어져야만 하는 게 서럽다.
이런 연약한 마음이 모든 기분과 생각을 지배할 때, 읽거나 보는 일은 때론 해답이 된다.
마침 어제 본 영화 <설국열차>도 그랬다. 윌포드의 기차가 부숴지고 모두가 죽었을 때, 영화는 여자아이(고아성)와 남자아이(타미)는 살아남는 것으로 희망을 알렸다. 죽음이 주는 절망은 새로움 생명이 위로한다.
이렇듯 생명이 희망을 주었던 영화는 이것 말고도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생명 = 희망'이라는 것은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클리셰(진부한 표현)다.
그런데 클리셰도 어떤 예술가의 손을 타면 몽글몽글한 감동으로 피어오른다.
보았던 사진집도 그런 감동을 주었다.
자나 로마노바(jana romanova)라는 러시아 사진작가의
<waiting> 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다.
작가는 부부가 잠든 침대 사진을 찍었는데, 특이한 건 여자들의 배가 만삭이다.
이렇게 무방비 상태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자고 있는 이 '세 식구'들의 사진을 보면,
새로운 생명이 품고있는 기대와 애틋함이 느껴져 흐뭇해진다.
작가에 대해서 더 궁금해하다가,
작가가 <waiting>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발견했다.
이런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를 천장에 달아야 하지 않을까?' 상상하며
엄청 강력한 끈끈이 양면테이프라거나, 드릴로 박는 것을 생각했는데,
정답은 의외로 사다리와 삼각대였다 !
아래 영상까지 보면 사진이 더 흥미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