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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무 Apr 18. 2017

중국에서 일한다는 것 3

과장과 허풍의 시대

느리게 걸었던 어느날의 기록



내가 살고있는 이 세상은 하루하루 차곡차곡이라는 말이 주는 우직함은 때로 똑똑지 못하고 미련한 것을 뜻하는 표현과 등가가 되는 곳이다.


사람들은 빠르게 변하고 왔다가 사라지며, 어제의 역사가 없이도 오늘 높은곳에 올라가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듣도 보도 못한 것들 혹은 들었고 보았으나 믿을 수 없는 것들이 판을 친다. 우리는 그런것들을 가짜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하지만 이제는 가짜가 진짜인지 진짜가 가짜인지 헷갈리는 시대로 온 것이다.
 


천천히 말하고 작은것들을 저장하며 하나씩 한걸음씩 걷고자 하는 이들을 쉽게 절망하게 만드는 곳, 이런 곳에서는 작은 씨앗에서 천천히 싹드는 연두의 어린잎, 자연발효를 해야 건강하고 무르익는 통밀 빵, 쓰고 쓰고 지우고 또 쓰는 하루의 에세이 같은 것들이 매우 올드패션이자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구석진 곳에 있다.


사람들은 있는 것보다 더 과장해 떠벌리기를 좋아하고 그러한 스킬들은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아주 잘 습득한다. 다양한 “사”짜들이 매일매일 내가 더 잘났어를 뽐내며 어제의 사기꾼을 조롱한다. 그런 시대에 살고 그런 세상에서 말해야하며 그런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
 
느리게 사는 것, 천천히 걷는 것, 자연과 바람을 음미하는 것, 꽃이 필 때 꽃을 보고 나무가 울창할 때 나무에게 말을 거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곳.


24시간 스마트폰에 on 되어있어야 하고 모바일 디바이스를 타고 무수한 대화들과 정보들이 홍수처럼 밀려오는 곳에 속수무책으로 잠식되어야 하는 곳.
 


느리게 사는 것은 거대한 인식 속에서 싸워야 가능한 일, 무능해지는 것을 선택해야 가능해지는 일.
진정성과 시간의 양에 대한 몰입이 저급하게 취급당하는 시대에 비전문가들이 전문가의 자리에서 자신의 비본질적인 스킬이 본질이 된 양 뽐내는 무대를 지켜보는 일은 이 시대가 안겨주는 괴로움일 것이다.
 
슬로우 라이프, 휘게, 편안함과 천천히, 놀멍쉬멍. 이러한 단어들이 나중에는 사전 이나 판타지 소설 속에서만 박제되어 우리를 위협할지 모른다.


가만히 놔두면 파도에 쓸려나가 무뎌져버리는 감각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을 선택하고 지켜내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 의지를 스스로에게 당부하고싶다.
2017년 중국의 봄에 그런 생각을 해본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의 의미 (이미지 출처 : 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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