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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무 Apr 04. 2018

[영화] 리틀 포레스트 (2018)

땀과 수고 그리고 기다림이 주는 확실한 행복


정확히 개봉한지 5주만에 극장에서 리틀 포레스트를 봤다. 해외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가끔 오게되는 출장길에 그때 걸려있는 영화를 몰아서 보는 편이지만 지난 3월의 출장에는 영 영화볼 짬이 없어서 동동거렸다. 리틀 포레스트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꼭 보라는 주변인들의 강력한 추천도 한 몫을 했지만 사실 개봉 전부터 매우 기대하던 작품이었다. 그렇게 오늘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가방 던져두고 여의도 CGV로 향했다.


요즘 5주동안 극장에 걸려있는 게 쉬운 것은 아닌지라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꾸준하고 집요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15억 저예산으로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촬영해 개봉 5주차 150만명의 관객이 본 영화.

 

영화는 보면서 많이 설렜다.

겨울에서 시작해 다시 겨울이 오고 또 계절이 바뀌어 이제는 인생의 아주심기를 하는 새로운 계절을 선택하는 혜원.


코찔찔 촌스러운 동창 남자애지만 일찍이 자기의 인생은 자기가 선택하겠다며 세상의 틀을 박차고 나와 스스로 농사를 선택한, 그 농사는 몸은 비록 힘들지만 마음만은 편한,

기다리고 애쓰면 그끝에는 언젠간 열매를 맺어주는 정직한 일을 하는 재하.


그리고 서울살이를 동경하지만 누구보다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그리고 둘보다는 셋이 좋은 '친구'라는 이름을 완성시켜주는 속깊은 은숙.


이 셋의 이야기라는 날줄에 산과 들과 날씨와 식물과 동물과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자연이 갖는 모방할 수 없는 창조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씨줄이 엮여서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렇게 바쁘게만 살아서 문제가 해결이 되냐고.

가을감을 계절내내 바람에 말리고 더 말려서 속이 아주 말랑말랑해졌을 때 그때서야 깊은 겨울의 맛을 내는, 음식에는 타이밍이 있다는 것.

땅은 땀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자연의 정직함.

마음의 편안함이 어디 환경에서만 오겠냐마는 나를 있게 한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인생에 한번쯤 되돌아와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위안들.


영화를 보면서

원작은 아직 안 봤지만

각본이 참 좋구나 하고 생각했다.

원작 만화를 시나리오로 각본작업을 하고 또 각색한 두 분의 작가님의 이름을 기억해두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이야기를 꾸준히 집요하게 뚝심있게 끝까지 밀고나간 임순례 감독님이 참 존경스러웠고, 이 이야기의 결이 그분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보면서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농사를 짓고싶다는 감각이 살아났다.

가을에 가을밤 까러 가고, 호두나무에서 우두둑 떨어지는 호두알 주우러 가고, 끝이 보이지 않는 가을녘 붉게 익은 고추밭 고추를 따고, 참외 수박 오이 토마토 밭에서 따다가 바로 식탁으로 가져와서 나눠먹는 그렇게 햇빛과 바람과 물과 공기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온전한 음식들을 먹었던 일들이 기억이 났다.


언젠가는 나도 그런 자연의 식탁을 가진

지금보다 좀 더 여유있게 좀 더 느리게 그리고 그 느림 속에서도 제 때를 아는 타이밍을 선택하는 그런 생활을 택할 것이다.


아마도 그런 뭉글뭉글한 마음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설레였던 것 같다.



#리틀포레스트 #화영영화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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