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나무 Apr 07. 2018

나의 아저씨 6회

책임지려는 마음

사실 박동훈(이선균)이 회사에서 맞이한 위기는 지극히 누군가의 사적인 감정에 의해 연루된 것이다. 대학 후배가 대표가 됐고 동훈은 성실히 밟아와 이제 부장인데 아내(이지아)의 불륜 대상이 바로 대학 후배이자 회사 상사인 대표이기 때문에 대표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동훈의 인생에 위기가 닥친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의 연결고리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런 동훈의 인생에 더 말도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은 파견계약직 이지안(이지은)이 불쑥 그의 인생에 훅하고 들어온 것.


왠만하면 어떠한 파장도 만들지 않으려는 안온한 삶을 꿈꾸어야 하는 평범한 40대.

왜냐하면 그들의 삶은 이미 애써 파장을 만들지 않아도 쉴새없이 불안하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동훈의 삼형제의 이야기가 가장 처량하고 불쌍하고 짠내나는 인생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셋의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웃게되는 이유는 우리는 지금이 끝이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고 아무리 힘든 바닥이라고 해도 우리곁에 있는 이들을 투샷 쓰리샷으로 비추기 때문이다.

결코 혼자가 아닌 삼형제의 둘째인 동훈은 어쩌면 인생의 가장 안전한 울타리를 가진 사람일지 모른다. 그래서 혼자 여기까지 온 이지안은 그런 동훈이 비추는 울타리의 그늘에 조금씩 피하고 있는지 모른다.


세상의 룰 바깥을 사는 이지안,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는 그래서 가장 무서운 아이. 가진 게 없는 아이라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를 투명인간처럼 취급한다. 
동훈의 시선이 그의 곁에 서성이는 이지안에 향하는 이유는 지안이의 아픔과 고독과 결핍이 보이기 때문이고 그는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다. 동훈은 안정지향적이고 눈에 띄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가려는 사람이지만 따뜻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만약 이렇게만 보여줬다면 내가 이 드라마를 이만큼 좋아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드라마는 가장 결핍되고 소외된, 아무도 잘 눈여겨보지 않는 흔들리는 들에 핀 풀같은 이지안의 존재로부터 동훈을 돕는다.


나는 상훈 기훈 형제가 형제 청소방을 하며 쓰레기를 청소하는 일을 하는 것은

최유라의 입으로 말한, 비겁하게 남의 불행을 조롱하는 '쓰레기'같은 마음과 말들이 버젓이 기득권이 되고 남을 무시하고 자기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행동들로 가득한 사회의 일그러진 단상에 대한 청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형제청소방의 형제들은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막다른 골목에서도 잠시 쉬고 여유를 갖는다.

공 안줘서 축구 안한다고 나간 둘째형을 위해 기꺼이 유치하게 싸워줄 때 

그때만큼은 진심이고 그게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순수하다. 
그리고 401호가 밤새 토한 흔적을 끝까지 묵묵히 다 청소하는 것처럼 그들은 책임을 진다. 잘못한 것에 대한 책임, 사람에 대한 책임, 상처받는 타인에 대한 책임을..


격차와 차이와 다름이 불러온

알 수 없는 갈등들이 난무한 사회에

이 드라마가 좀 더 과감하고 순수하고 또 직접적으로 그것을 이야기하는 드라마가 되기를 6회까지 보면서 생각했다.


 



#나의아저씨 #드라마리뷰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틀 포레스트 (20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