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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무 Apr 19. 2016

중국에서 일한다는 것 1

해외 취업, 그 설레는 처음.


수년 전 처음 중국에 해외취업자라는 신분으로 오게 된 날은 봄의 어느날이었다. 베이징 도심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마천루의 한 빌딩으로 첫 출근을 하게된 때는 또한번의 20대의 질풍노도를 막 통과한 직후였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는 베이징의 신축 빌딩들


그때 나는 왜 내가 해외에서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무거운 고민보다

그저 지금, 그리고 내일 겪게 될 새로운 모험에 이끌려 이 길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볼 수 있는 조금 긴 여행일 뿐이었고, 지금 디딘 곳을 박차지 않고서는 새로운 곳을 밟을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때의 용기가 이후의 인생을 많이 바꾸었다.



하지만 온통 부푼 꿈과 기대로 내디딘 이 곳은 그야말로 낯설고 낯선 곳 자체였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을 뿐, 제대로 중국어로 비즈니스를 해본 경험은 거의 없었던 내게 중국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매일매일이 도전의 연속이자 한계의 확인이었다.


도심의 아파트 풍경


험난한 언어 배우기


내가 해외취업으로 처음 입사한 회사는 한국계 회사로 중국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춘 곳으로써 임직원의 한국인과 중국인의 비율이 약 3:7 정도 되는 곳이었다. 처음 맡게된 업무로 회의에 들어갔을 때 낯선 전문용어들 마케팅과 인터넷 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회의의 30%밖에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자 도저히 이렇게는 업무를 해나갈 수 없어서 매번 회의를 녹음했다. 남들이 다 퇴근한 시간, 녹음한 파일을 1시간이든 2시간이든 듣고 또 들으면서 그 날 처음 듣게된 중국어 용어를 정리해서 달달 외우기 시작했다.

웹 인터넷 용어를 영어 그대로 쓰는 우리와는 달리 중국어는 외래어를 자국어로 번안해 사용한다. 가령 인터넷은 ‘서로 연결되는 그물’이라는 뜻의 호련망, 도메인은 역명, 웹서버는 복무기, 게임은 유희로 중국어로 표현한다.


그렇게 한 6개월 정도 열심히 업무의기본을 다지기 위해 업무시간 외의 시간을 할애해 노력했다. 중국에 오기 전에 생각했던것보다 업무강도는 높았지만 수백명의 선후배 동료들과 해외에서 그것도 외국어로 일할 수 있다는 기쁨이 컸기 때문에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게다가 해외로 나오면서 얻게 된 첫 독립의 기쁨 또한 컸기에 회사에서 도보로 20여분 걸리는 곳에 스튜디오를 얻어 매일 여행자의 기분으로 하루하루 생활하는 것에 푹 젖어지낼때쯤 가끔씩찾아오는 위기란 홍콩 클라이언트로부터 수많은 CC가 달린 채 받는 PENDING LIST 와 같은 이메일을 빼고는 신나고 즐겁게 한 중국에서의 첫 회사생활이었다.


베이징에도 세련된 서구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다.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곳에 있으면서 승진도 했고, 연봉도 올랐다.


돌이켜보면 중국에서의 첫 회사, 첫 출근, 첫 마음, 첫 동료들, 선후배들, 그때 했던 프로젝트들.. 모든 ‘처음’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고, 그 때 겪은 기쁨, 고생, 억울함, 성취, 확신, 모든 경험들이 버무려져 그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햇수로 4년간 머무르며 조직개편과 직무 교체로 몇차례 팀과 담당업무가 바뀌었고, 동시에 상사도 여러 차례 교체되었는데 한번도 중국인 선배와 일해본 적은 없었다. 회사의 업무 특성상 비교적 로컬라이제이션이 되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어라키의 상부로 갈수록 중국인의 비율은 희박했고 중간리더급인 나의 포지션상 상사는 모두 한국인이었다.


그 때 한 선배가 해준 이야기는 지금도 매우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너네가 진짜 중국에서 일을 제대로 배우고 싶으면 꼭 중국인 상사밑에서 일해봐라.



라고 툭 던지며,

중국인의 습성을 한마디로 표현하길, 중국인보스는 짜장면집에서 10년간 종업원으로 부리다가 어느날 그 직원에게 가게 전체를 주는 그런 사람들이다.



내가 아는 한 한국인 리더중에 중국어 뿐만 아니라 중국문화를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던 그 선배가 해준 그 말이 이상하게 뇌리에 박혔다.


그때는 반신반의였다.

정말 그럴까? 왜 그러지? 중국의 리더십은 어떤 스타일일까?

그리고 막연히 생각했다.


‘언젠가는 중국인 리더 밑에서 일해보자.’


EAST 3RD RING ROAD



요즘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중국회사와 한국회사가 가장 다른게 무엇인가요? 혹은 중국인 보스는 어때요? 와 같은질문이다.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아니 지난 중국에서의 시간은,

한 때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흔들리고 수정되고 번복되고 견고해지기를 부단히 반복한,

길을 찾아가고 건물을 지어가는 과정이었기에

쉽사리 안다고 말하기가 두렵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하지 않는다.

몇 해 전 봄날, 이곳에 이민가방 하나를 둘러메고 왔던 그 철없는 20대의 나도, 지금도 이곳에 잘 붙어서 지내며 오늘도 새로운 것이 없나 기웃거리며 헤헤 웃으며 중국회사로 출근하는 나를

나는 힘껏 지지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살면서 잘 한 일이라고 느껴지는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때 중국으로 와 새롭게 시작한 그 날이라고 말하겠다.


수년 전 4월의 어느날이 그랬듯이,


앞으로도 지난 날의 선택이 후회로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매콤한 요리 전문점 중국식당, 이런데도 10년 일하면 종업원에게 가게를 물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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