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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무 Jul 13. 2016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역사에 도움이 될까

중국에서 비즈니스 하기 - 중국사람들과 협상할 때


오랫동안 글을 업데이트하지 못했음에도 종종 이 조악한 브런치를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늘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는 짧게라도 자주 써보고싶습니다 :)



중국, 다른말로 애증으로 읽히는 나라, 나에겐..
 


바로 이전 글이 중국에서 일한다는 것 1 이었다. 그 글을 쓸 때만 해도 중국에서 일한다는 것 시리즈를 계속 연재해볼 요량이었다. 그 첫번째 시리즈에서 처음 중국에 와서 정착한 적응기를 연재했으니 시간순으로 차근차근 쓰다보면 적어도 열 개의 글 꼭지는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내심 잔머리였달까..

베이징 북3환에 위치한 국제금융센터


시간이 흘러 2016년의 절반의 시작을 알린지도 보름이 지난 지금, 지난 글을 쓰던 4월의 봄과는 다른 여름의 한복판에서 문득 다시금 내가 선 이 자리의 무게를 생각하게 되었다.
 

대체로 스모그도시이지만 가끔 맑은날이 있다. 이 날처럼.


중국에서 일한다는 것

최근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사드와 같이 정치 경제적인 이슈까지 가지 않더라도 내가 속한 이 인더스트리에서의 변화는 한 분기를 지나기가 무섭게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나는 로컬기업에서 일하기 때문에 회사에 찾아오는 한국기업들과의 미팅을 할 기회가 많이 있다. 


때로는 업무 협의를 위해 자연스럽게 오고가는 발걸음이기도 하고 때로는 정식으로 투자에 대한 어젠다를 가지고 미팅을 갖기도 한다. 여러차례 그러한 미팅에 참석하며 몇가지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다.


상하이 인민광장 부근에 위치한 우리나라 화장품 브랜드 플래그십 샵


비즈니스라는 것은 시소가 균형을 찾듯 여러차례 기울기와 핑퐁을 반복해 가장 적정한 선을 찾아 서로의 윈윈을 도모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여러 전략과 전술을 펼치는 무림의 세계다. 자금을 태우든 제품을 사고팔든 콘텐츠 혹은 자원을 투입하든 중국 회사와 뭔가를 같이 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중국회사가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서 취하는 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따금 대중국 업무를 하시는 분들의 하소연을 듣곤 한다.
 

태양의 후예 열풍 이후 베이징 한 식당의 드라마활용한 등신대

중국의 속을 알 수 없고 때로는 변심을 하기도 하고 매우 지리멸렬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고..


하지만 내가 느낀 그들은
사실 일관적이다.
 
분명한 이익이 있을 때 움직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가만히 있는다.
 

만약 당신이 속한 회사에서 처음 중국 회사와 비즈니스 미팅을 하게 될 경우,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뒤 한두가지 질문 뒤에 더 심도깊은 크리티컬한 질문 혹은 좀더 구체적인 넥스트 스탭을 담보하지 않은 채 미팅이 끝났다면 그것은 그저 서로 나이스하게 안면을 트고 명함을 교환한 미팅, 그 이상이 아닐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속한 회사에서 매우 매력적인 제품이나 콘텐츠를 가지고 있고 중국 회사에서 먼저 어프로치를 해 왔다면 이야기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서로가 확보할 수 있는 실리가 상충할 때, 그리고 서로가 상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갖고있지 못할 때, 때로 감정에 호소하는 것으로 미팅을 마무리짓게 될 때에도 흐지부지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십상이다.
 
 
비즈니스는 설득이자 꼬심이고 밀당이자 관계다.
첫 미팅은 얼굴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굉장히 절대적인 목적성을 띠어야 한다.
만약 그냥 만나나 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만난다면 그런 미팅은 왜 하는지 묻고 싶다. 모든 미팅에는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돌아가지 않고 직선길로 가로질러 갈 수 있다.
 

상하이 고급 중식당의 에피타이저 메뉴. 중국사람의 마음은 저 보자기처럼 꽁꽁 싸매여있는 것만 같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 이해의 깊이가 단순한 이해를 넘어서서 좀 더 중국인과 중국문화 그리고 중국의 비즈니스의 컨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실질적인 결과를 낳는 미팅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중국
 
개혁과 발전과 변화를 주구장창 부르짖는 이들이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변화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아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철저히 흡수한 중국이 실리주의와 현실주의, 그리고 왠만해선 이들을 꺾을 수 없는 단단한 Sinocentrism 그리고 막대한 시장 사이즈가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짤 중국의 모바일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매우 많다. 글로벌 서비스의 카피캣으로 등장했으나 로컬서비스로 자리매김하는 익숙한 패턴.


오직 실력, 그리고 이들이 흉내낼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로 승부해야 한다.
 
내가 느낀 점은..
중국인을 무시하거나 만만하게 보지 말 것,
그러나 존중과 성실로 이들에게 리스펙트를 얻어낼 것.

가로수길에서 마주친 빅뱅 콘서트 포스터. 필자는 YG와 관련이 없지만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K POP 스타인 빅뱅.


도입부에 말한 이 자리의 무게란
결국 개인의 일이기도 하나 나라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게다.


나에게 중국서 일한 지난 시간동안 한번도 내가 하는 이 일이 개인의 이익, 나 하나 돈 벌고 경력쌓고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생각에서 머무르지 않았다고 감히 생각해본다.


그럴거였다면 왜 8년 전에 홀로 중국이라는 낯설고 결코 친절하지 않은 나라에 와서 여태껏 버티며 이렇게 있었던 걸까. 내가 하는 이 일에 대한 소명의식이 없이 고생이 뻔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면 우리는 인생의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중국이 현대화로 격변한 모멘텀을 나는 2008년 8월 올림픽으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딱 만 8년이 되었다.
2008년 8월 8월 8시에 개막한 올림픽으로부터 출발해 만 8년이 되는 8월을 한달 앞두고 있는 지금 바로 여기.
 

이미 서울의 물가수준을 넘어선 상하이 베이징의 물가, 사진은 상하이 브런치 레스토랑


중국은 이제 G2라는 형용이 무색할만큼 정말로 무섭게 치솓고 있다.


이 파도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파도에 편승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파도의 물살을 내가 하는 업과 우리가 처한 현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로 끌고와야 한다.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또한 현실적으로 그래도 중국을 가장 잘 알고 있고 또한 그들의 위용에도 절대 기죽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니까.  


그래서 로컬기업에 속했기 때문에 일차적인 정체성으로서 회사의 이익을 우선 도모해야 마땅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최선을 다해 한국기업들과 같이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데에 역할을 하고 싶고 그래서 더더욱 한국 회사들에게 호소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으니 이건 또 나중에 시리즈로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
 

상하이 우캉루의 카페를 당당하게 걷고 있는 중국 여인


이제 다시 원래 페이스로 돌아가 중국에서 일한다는 것 시리즈를 연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쯤 시리즈 10화를 채우게 될지는 미지수이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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