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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 Jun 21. 2020

섬진강 자전거길

지리산을 연모하며 바다로 흐르느 길

서울서 고속버스로 섬진강댐이 있는 전북 강진까지 이동해 섬진강길을 달렸다. 다산초당이 있는 전남 강진이 아니라 전북이다. 순창행 버스가 강진면에 정차해 내려준다.

서울 센트럴 아침 9시반 출발. 강진면에 한 시에 내렸다. 다슬기수제비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섬진강댐 인증센터는 1.6km 정차지점에서 파출소를 지나면 바로 나온다. 여기부터 강변 우안을 따라 설레는 섬진강길이 시작된다.


지리산을 멀리서 가까이서 바라보고 느끼며

산이 흘려 놓은 물줄기 따라 아름답고 고마운길.

강진면 인근에 회문산이 있다. 남부군의 그 회문산이다. 마음 같아선 회문산휴양림에서 묵어 가고 싶지만 길이 멀다.


저녁 다섯 시가 넘어 곡성 고달면을 지나다 물이라도 살까하고 강변에서 1.5km가량 일부러 들어가 보았다. 문 연 가게가 하나도 없었다..


길에서 만난 노인분께 물으니 ' 강 저쪽 읍내로 가야지 잘못 왔소' 일러주시는데 말투와 목소리가 여간 점잖고 다정할 수 없다. 짧은 순간 그런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은 절로 배어나는 것이겠지. 면 소재지에 술이나 탄산같이 욕망을달래줄 물품 살 곳 하나 없다니 주민들은 무슨 단정한 일상을 그리 살고 있을까.

다시 강가로 나와 조금 더 달려 가다 만난 고달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가게가 있습니까? 물으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가게는 없고 마을 압구에 수도가 있으니 물을 길어가라고 일러주신다. 예의 점잖고 다정한 말투.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간 서울에서 주고받던 여지없는 야멸찬 말들에 지쳤던 모양이다.


70km 가량 달려 곡성 압록 유원지에서 강변 야영을 했다. 시코쿠 이후로 자전거 야영은 처음이었다.

나즈막하게 소리를 내며 뒤척이며 흘러가는 강물. 우르릉 철로 위로 굉음을 내며 달려가던 밤기차.  차창의 불빛들. 밤하늘의 별빛.

아침을 간단히 차려먹고 남은 구간을 시작했다. 구례 거쳐 광양까지. 압록에서 구례구역은 멀지 않았다. 압록... 만주를 상상하게 되는 지명이다.


벌교에 묻힌 그의 무덤에 갔다가 귀경하던 길에 이곳 강변 민물매운탕집에서 몇이서 헛헛한 속을 맵싸한 국물로  달랜 적이 있다. 일부러 과장된 웃음을 웃고 눈물을 찔끔대던 연전의 기억.


지리산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

산에서 죽고

죽어서 영원히 산 사람들

떠올리며 달렸다. 광양에서 강은 바다가 된다.


제일 멋진 자전거길이었다

매화 벚꽃 필 때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와보기를

꿈꿔본다.


기수지역


광양에서 하동 가는 섬진강변
경상도와 전라도가 뒤섞인 말투
남해 바다와 섬진강이 만나는 물 속
가물치와 숭어가 
짠물의 언어와 민물의 억양으로 
서로 상처를 내고 스며드는 곳
낯선 것은 상처를 내지
상처가 새살 돋게 했지
지금의 나
낯선 상처의 총합



주행거리 16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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