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이명은 하나의 소리가 아니다

아프고 흔들릴 때 잠시 멈춰서는 법

by namoo

이명이라고 하면 보통 삐-라는 소리 정도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 귀에서 들리는 소리는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한다.


삐- 소프라노나 메조소프라노 톤의 경고음,

부우- 테너나 베이스 톤의 둔탁한 소리,

두두두두- 굴삭기 소리와 비슷하고,

뿌 뿌 뿌 뿌- 경고음이 들렸다 끊겼다 하는 방식,

쏴--- 갈대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비슷하고,

쒜엠쒜엠- 매미가 우는 소리와 같다.


한 번에 다 들릴 때도 있고 번갈아 가며 들릴 때도 있다.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삐우웅- 삐우웅- 소리가 추가되기도 하고

누우면 심장이 울리는 소리 같은 두우웅- 두우웅- 소리가 추가된다.


사람 음역대를 벗어나는 소리가 외부로부터 들어오면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로 변질된다.

천장이 높은 공간에 있을 때면, 들리는 모든 소리가 머리를 가득 메워 머리가 깨질듯하고 어지럽다.

집안도 의외로 시끄럽다. 물소리, TV 소리, 청소기, 드라이... 이런 생활 소음에도 귀가 찢어질 듯 아프다.


사람 목소리가 이렇게 다양했나.

어떤 이는 목청이 너무 크다. 그야말로 쩌렁쩌렁해서 귀가 울린다.

어떤 이는 공기반 소리반 말소리를 가졌다. 속삭이고 차근차근한 말투가 너무 맘에 든다.

어떤 이는 말이 너무 빨라서 자간이 붙어있다. 그런 사람의 말은 여러 번 되묻게 된다.

어떤 이는 발음이 부정확하다. 소리는 들리지만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요즘 들어 대화 중에 다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미소로 끄덕끄덕하며 넘길 때가 자주 있다.


외부 소리가 다양하고 커질수록 그에 비례해 내 안의 이명이 더 다양하고 커진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귀마개(earplugs)다.

라텍스 재질의 빨간색 귀마개가 있는데 방음에 탁월하다.

사람의 목소리는 잘 들리고 생활소음, 잡소리를 기가 막히게 막아준다. 울림도 잡아준다.

노란 형광색 귀마개는 양쪽이 줄로 이어져 있어 목에 걸어서 사용할 수 있어 한쪽을 꼈다 뺐다 하기 편하다.

주황색 귀마개는 비행기에서 사용하던 것인데 내 귀에 약간 크다.

빨간 귀마개를 거실 탁자 위, 책상 위, 화장대 위, 가방 주머니 등 여기저기 올려두고 넣어둔다.

소리 자극이 심할 때마다 착용한다.


그런데 귀마개를 한 내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럽다.

이어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튀는 색이고 게다가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있어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킨다.


그 못생긴 귀마개는 요새 나의 절친이다. 같이 있으면 든든하다. 없으면 불안하다.

귀마개를 끼면 세상엔 나의 소음만 남아 있다.

이제 나의 고요는 나의 소음만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