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흔들릴 때 잠시 멈춰서는 법
아프고 흔들릴 때 잠시 멈춰서는 법아
처음 귀가 아팠을 때가 언제였더라. 27살에 일본에 갔었을 때였던 것 같다.
여름휴가 때 도쿄에 사는 일본인 친구를 만나러 갔다.
공항에 마중 나오기로 한 친구 대신 그녀의 부모님이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친구는 섬에 사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고, 태풍으로 인해 발이 묶여 계획대로 도쿄에 돌아올 수 없었다.
그녀 대신 그녀의 부모님이 공항에 마중 나오시게 되었다.
한국어, 영어를 못하시는 부모님, 일본어를 못하는 나.
재미있는 것은 서로 언어도 모르는데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하게 된다.
"선!물! 한!국!에!서! 가!져!왔!어!요!" 신기하게도 왠지 알아듣는 눈치다.
말은 안 통하는데 서로의 얼굴 표정, 손짓, 발짓으로 마음은 주고받으며
어찌어찌 낯선 나라 낯선 집에서 생전 처음 뵙는 분들과 하룻밤을 지냈다.
다음 날 그녀의 엄마와 나는 작은 비행기를 타고 그녀가 있는 도쿄 근처의 한 섬으로 향했다.
섬에는 리틀 후지산이라는 자그마한 산도 있었고 온천도 몇 개 있었다.
며칠을 다다미식 숙소에 지내며 일본식 음식도 먹고 숲 속이랑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온천에도 갔었다.
안개 낀 리틀 후지산을 친구와 걷기도 하고 마을 축제에서 낯선 마을 사람들과 낯선 공연도 즐겼다.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와 그녀의 남자친구의 친구들과 건물 옥상에 누워 밤하늘을 봤는데,
유성을 그렇게 많이 본 것이 처음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꽤나 아름다웠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스쿠버다이빙 강사였다.
나도 그들과 함께 산소통을 메고 오리발을 끼고 그 친구들의 손을 잡고 겁도 없이 깊은 바다로 바다로 들어갔다.
왜 그때는 그렇게 겁이 없었을까. 지금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도 겁이 나고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겁나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바닷속은 생각보다는 탁하고 어두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깊이 들어가서 그랬던 것 같다.
다양한 물고기와 식물을 보면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여기에 어떻게 생명체가 살지…
그렇게 신나게 놀고 물 위로 올라왔는데 우측 귀가 먹먹하고 꾀나 한참 동안 아팠다.
이런, 그때가 처음으로 귀가 아팠던 때로군.
아... 아름다운 추억이 갑자기 사건의 시작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