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완치가 아닌 공존이라는 선택

아프고 흔들릴 때 잠시 멈춰서는 법

by namoo

2024년 12월 회사 연말 행사에서 나는 로또급 행운을 맞았다. 행운권 추첨에서 호명된 사람이 없어 다시 추첨하고 다시 추첨해서 세 번째 행운이 나에게 굴러왔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운권 추첨 최고 상품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그 달 초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임원급 승진 소식을 들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설렘과 기쁨과 환희 속에 몇 주를 살았던 기억이 난다.


2025년 여름 나는 메니에르 병을 진단받았다. 몸이 아픈 것뿐만 아니라 극심한 우울감과 피로감에 잠식당했다. 20여 년간 해 온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 15년간 유지해 온 결혼생활에 대한 피로감, 40여 년 넘게 해온 신앙생활에 대한 무기력함, 나는 누구인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몰려오면서 나는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처절한 시간을 몇 개월 지나오면서 나는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하나는 나 자신을 내가 너무 몰랐다는 것이고 하나는 나를 더없이 사랑해 주는 부모와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생일에 반찬을 보내주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있다. 그녀는 요리를 정말 잘한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알고 나를 위한 저염식 반찬들과 남편이 먹을 수 있는 간이 잘 된 반찬들을 보내왔다. 요알못 우리 부부에게 음식을 보관하고 먹는 방법까지 잘 정리해서 보내왔다. 이런 친구를 가진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나는 K장녀로 웬만하면 명랑하고 꿋꿋하다. 마음이 약해지고 무너지니 나 자신을 포장할 여력이 없었다. 부모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같이 울어본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가족뿐만 아니라 오랜 친구들, 선후배들이 기도해 주고 응원해 준다. 아프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


나는 나를 오해해 왔다. 엄중하게 잣대를 들이대고 다그치면서 평가해 왔다. 메니에르 병은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에 걸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첫 번째 태도는 이제 좀 여유롭게 친절하고 따뜻하게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앞으로도 어떤 이런 일이 일어날지 그것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해주고 싶은 말은, 어떤 이유로든 아픈 그대들이여, 조금 친절하고 따뜻하게 자신을 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