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흔들릴 때 잠시 멈춰서는 법
아프고 흔들릴 때 잠시 멈춰서는 법
"회사를 왜 벌써 나와요? 쉬세요!"
"좀 쉬어야 하는 것 아냐? 너무 일에 집착하는 것 같은데?"
"일이 뭐가 중요해? 건강이 우선이지. 좀 쉬어."
"쉰다고 갑자기 낫는 것은 아니더라고"
"사실 다들 조금씩 아프면서 살아. 너무 병에 집착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더 아프다?"
"받아들이고 마음을 편히 가져. 모든 병이 천천히 낫더라고"
내 병을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반응을 한마디로 표한하면 '모든 것을 멈추고 쉬어라'이다.
당신은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살아왔고 그래서 몸에 무리가 된 것이니
이제 쉼을 가지면서 자신을 더 돌보는 것이 좋겠고,
모든 상황에서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에너지를 아끼고 생각도 멈추고
조금은 게으른 삶을 살다 보면 무리가 되어 생겼던 병이 차츰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병에 집중하지 말고 살아온 대로 살아라'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사는 동안 안 아플 수 없고 아픈 곳이 생긴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니
갑자기 생활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치료에 너무 집중하기보다는 마음을 편히 가지고 지금의 삶을 그대로 살다 보면
몸이 알아서 발랜스를 찾아낸다는 것이다.
두 가지 반응 모두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딘가 찝찝함을 남긴다.
첫 번째 반응을 들었을 때는 이 병이 내 탓이지 않나 하는 죄책감이 생긴다.
내 스스로 나를 혹사시켜서, 열심히 일해서, 빠르게 업무에 복귀해서 병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
두 번째 조언을 들었을 때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 불안감이 생긴다.
특별한 조치 없이 살다가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 것은 아닐지, 나을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은 아닐지
내 몸에 맞는 치료 방법을 찾아내지 못해 병이 낫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한 번은 우연히 만난 언니들과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내가 아프다는 것은 들었지만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분들이었다.
대화 중에 내가 몸의 증상과 그에 따른 불편함, 그리고 불안한 마음을 터놓으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조용히 듣고 있던 한 분이 "아... 어째..." 하면서 같이 울컥해 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고 그냥 나의 말에 조용히 공감해 주시는 그 시간이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 '또 다른 나'도 나의 이야기를 조용히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
많이 불안하고 무기력한 현재 마음 상태, 그리고 문득문득 터져 나오는 울컥하는 마음은
억울함인지 슬픔인지 모를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들추고 안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어떤 많은 과거가 해결되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청력 회복과 이명에 대한 치료를 넘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나 자신과 상황을 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나도 살아오면서 조언을 많이 해줬던 것 같다. 힘을 내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러한 말들이 정말 도움이 되는 말들이었을까 돌아보게 된다.
도움이 되는 말, 조언은 말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도움이 되었다고 해야 그때서야 비로소 '조언'이 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말, 조언은 의외로 '말'이 아닐 수 있다.
누군가가 말을 할 수 있도록 온전히 집중해서 들어주는 것,
그 마음을 헤아려주고 그대로 받아 공감해 주는 것,
그러다 보면 말을 하는 사람의 자아도 같이 그 대화 내용을 집중하게 되고,
말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조언'을 해준다.
그렇게 되면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아도 그 순간이 '조언'이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