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순에게 성춘향의 향기가

제도와 관습을 거부한 탈주자

by 나무지

오애순과 성춘향.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이다. 오애순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요망진' 중심인물이다. 성춘향은 조선시대 소설 <<춘향전>>의 애절한 주인공이다.


춘향과 애순은 닮은 데가 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애순이 똑 부러지고 야무진 건 알겠는데, 춘향은그렇지 않은 듯싶은데 말이다. 우리는 춘향을 가련한 여인으로 기억한다. 춘향과 애순, 어떤 점이 닮았을까?


첫째, 춘향과 애순은 한 남자의 구애를 받고 뜨겁게 사랑했다. 그들은 선과 담을 넘었다. 춘향은 십육 세 단옷날에 이몽룡의 관심을 받는다. 그날 밤, 춘향과 몽룡은 '초야'를 치른다. 애순은 어릴 때부터 양관식의 총애를 독차지한다. 열여덟에 애순은 관식과 첫 입맞춤을 한다. 급기야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관식과 바다를 건너 육지로 간다. 거기서 둘은 '첫날밤'을 보낸다.


춘향과 애순은 제도와 관습을 넘어 사랑의 탈주선을 탄 것이다. 그 둘이 발랑 까진 게 아니다. 피가 뜨거웠을 뿐이다. 두 여자의 봄은 여름보다 더 후끈후끈했다.


오애순.jpg

<사진 출처: 넷플릭스>


둘째, 두 여인은 정인이 떠나려 할 때 강인함을 드러낸다. 몽룡이 한양 올라간다고 고할 때 춘향은 저돌적이었다. 우리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는 춘향과는 달랐다. 눈물로 애처로이 몽룡을 떠나보내는 여자가 아니었다. 아금받은 여인이었다. 춘향은 치마를 찢고 이를 갈고 땅을 쾅쾅 치며 한바탕 난리를 떤다.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장면이다. <<춘향전>>에서 그 대목을 한번 보자.


"몽룡 떠난다는 말을 듣고

춘향이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눈을 가늘게 뜨고

눈썹이 꼿꼿하여지면서

코가 벌렁벌렁하며

이를 뽀드득 뽀드득 갈며

온몸은 수수잎 틀 듯하고

매가 꿩을 꿰 차는 듯 앉더니,

왈칵 뛰어 달려들며

치맛자락 와드륵 좌르륵 찢어버리고,

머리도 화드득 쥐어뜯어

싹싹 비며 도련님 앞에 던지면서..."

ㅡ <<춘향전>>, 민음사, 2021년, 75쪽


참으로 처절하고 절절하다. 춘향의 행동은 연기로 치면 '매소드'급이다.


애순은 또 어떤가.

관식이 배를 타고 육지로 떠나는 날, 애순은 맞선남 부상길과 양복점에 있었다. 애순은 허세와 허풍 가득한 상길이 싫었다. 그이는 마누라를 공짜 식모로 여긴다. 애순은 상길과 살고 싶은 마음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탈주의 달인답게 애순은 양복점에서 뛰쳐나온다. 장대비를 뚫으며 부두로 미친 듯이 달린다. 비에 옷이 다 젖었지만 관식을 애타게 부르며 달음질할 뿐이다. 애순은 방파제 바닥에 주저앉아 목 놓아 운다. 부두에서 사람들이 애순을 쳐다본다. 그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애순. 울먹이며 관식이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애순의 바람이 통했을까. 바람을 타고 전해진 애순의 목소리에 관식은 애순에게 돌진하다. 열렬히 '빠꾸'한다. 둘의 사랑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애순은 관식을 향해 뛰었다. 관식은 애순을 보고 배에서 뛰었다. 그 강단으로 그들은 사랑을 이루었다.



춘향전.jpeg

출처: https://m.blog.naver.com/gwho0707



셋째, 춘향과 애순은 한 남자밖에 모르는 사랑꾼이었다. 춘향은 한양 떠난 몽룡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사또 변학도가 춘향을 노린다. 춘향은 사또의 수청 요구를 단칼에 내친다. 관비 신분인 춘향은 사또의 수청을 들어야 했다. 춘향은 변학도의 요청을 거절하고 끝까지 수절한다. 대신에 온갖 고초를 겪는다. 그 곤경 다 이겨내고 춘향은 끝내 몽룡과 하나가 된다.


애순은 상길이 성에 차지 않았다. 어른들의 종용에 마지못해 그에게 시집가려고 했다. 하지만 애순은 자발없는 상길이 마뜩찮았다. 빈정거리듯 자기를 후리는 남자가 못 미더웠다. 결국 애순은 상길을 뿌리치고 관식의 품에 안겼다. 애순은 관식이 개코딱지만하다며 무관심한 척했다. 속으론 관식을 아주 좋아했다. '섬놈' 싫다며 노래를 불렀지만 애순의 안식처는 관식이었다.


춘향과 애순은 시에도 소질이 있었다. 춘향은 시서음률에 능통했고 애순도 시를 애달프게 잘 썼다.


두 여성의 이야기는 웬만한 순애보를 능가한다. 춘향과 애순은 법도와 규범에 맞춰 살기를 거부했다. 춘향은 남녀차별과 신분제라는 장벽을 뛰어넘었다. 애순은 빈부와 집안의 차이를 넘어섰다. 자신의 자유 의지와 욕망대로 살고자 했다. 제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냈다. 멋지다 두 여인. 장하다 두 사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직장인 건강 유지는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