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약(幼弱)함을 고백

사실은 지뢰밭에서 살았어요

by namoomo

결혼 후 남편과 조용히 다툰 적이 몇 번 있기는 하지만 큰 소리를 낸 적은 딱 두 번, 이 번이 바로 그 두 번째이다. 다투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닌 것이 신혼에 자주 다투면서, 그러니까 부딪히면서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충돌과 갈등을 지독히 기피하는 나의 기질 때문인지) 우리에게는 그런 과정이 생략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다툼이 없는 우리의 결혼 생활을 나의 자랑으로 여기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평화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나의 내면의 평화를 깨뜨리는 미련한 (무식하고 모자란 무모하고 멍청한) 짓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나를 과신했다. 과대평가했고 착각 속에 살았다. (살고 있다.) 이상을 꿈꾸는 이상주의자이면서 내가 얼마나 이상적이지 못한 지를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언젠가 남편과의 갈등 상황에서, 조곤조곤 나의 마음을, 나의 바람을 그에게 전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당신도 그렇게 이상적인 여자는 아니야!”

남편의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음속으로 나는 분개했다. 그러나 나의 양심은 그 말을 인정하라 했다. 얼굴이 화끈거렸고 예리한 날에 심장이 베인 것 같았다. 가슴이 아픈 중에도 치졸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나는 이상을 추구하고 그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면서 살잖아!”라고 목 매인 소리로 항변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이 상대에게 가 닿지 못했다면 그것이 누구를 위한 노력인가 되물을 수밖에 없었고 인정해야만 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이상적인 여자는 아니지…’

결국 나는 침울해졌다.


어쩌면 나는 나를 위해, 내 만족을 위해 애썼는지 모른다. 착한아이콤플렉스를 가진 어린 마음이 아직도 내 안에 있었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나쁜 말은 듣고 싶지 않고 감당할 수도 없는 여린 마음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나의 원동력이 되어 살았는지도 모른다. 마치 그런 사람인 양 인정받고 칭찬받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며 살았다. 불편한 마음이 올라와도 참는 것이 싸우는 것보다 쉬웠고 참으면 모두가 평화로운 것 같았다. 그러나 무모한 착각이었다. 사실 그렇게 넓지도 않은 마음을 가진 내가 넓은 척 괜찮은 척하고 살았으니 실상은 괜찮을 리가 없었다. 내면에 쌓인 화와 원망이 곪을 대로 곪아서 언제든 터질 준비를 마친 화산처럼 이글거리고 있었음을 몰랐다. 진짜 내 모습은 화신이었다가 유약한 어린아이였다가, 상처받은 영혼이었다. 어른스럽지도 견고하지도 넉넉하지도 않음을 이제야 고백한다. 나는 사실 이런 사람이다. 진짜 나는 고작 그 정도의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슬프고 조금은 부끄럽고 많이 후회한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며 나를 보여주었더라면, 나의 약점을 드러내었다면 어땠을까? 관계의 발전은 이상적인 표면으로가 아니라 때론 망가지고 부족한, 속 깊은 내면의 유약함을 공유함으로 이루어지는지도 모른다. 나는 조금 덜 멋지더라도(쿨하지 못해도) 남편 앞에 이런 나를 인정하고 보여주고 싶다. 우리의 여정이 아직 함께 할 날이 많이 남아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생각하면 (나와 맞지 않다고 여겨지면) 다시는 보지 않아도 좋을 그런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발 한 발 맞추어 가며 걸어야 할 인생의 동반자이고 내 유일한 짝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부족한 모습도 찌질한 모습도 괴팍하고 뾰족한 마음도 그가 안아줄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숨겨놓고 보여주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변하고 싶다. 안으로 안으로 쌓아두고 눌러놓은 마음들이 그와 나의 사이에 지뢰같이 묻혀있음을 보았기에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최근 남편과의 불화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는 우리 부부가 다음 단계로 발전해 가기 위한 진통의 과정을 겪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성장통이랄까요. 무엇보다 저의 내면을 최대한 글로 풀어 마음을 다듬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글이 두서없어도 이해해 주세요. 아직도 계속 자라는 중입니다! 성장의 과정을 응원하고 격려해 주시면 더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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