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오늘’ 쓴 글
#열두살 #딸의생일
서른... 결혼과 동시에 엄마가 되었고
마흔둘, 결혼 12년 차,
아이는 12살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12살, 엄마인생을 살고 있다.
유독 작고 여렸던 엄마껌딱지 딸아이가
이 만큼 건강하고 다부지게 자라준 세월 동안
나는 이 아이 덕분에 울고 웃으며 함께 자랐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 아이 덕분이다.
낯가림이 심해 내게만 안겼던 아이를 품느라
나는 더 단단해졌고
부끄러움이 많아 늘 내게 꼭 붙어 있던 아이는
나를 더 용감하게 만들어 주었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탓에 나는 더 섬세해졌고
부지런하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
소소하고 소박한 것들을 감사하게 되었다.
클수록 심지가 곧고, 사랑이 많은 아이여서
나를 따뜻하게, 그리고 늘 든든하게 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너를 만나기 이 전의 나와
너를 만난 이후의 내가 얼마나 다른지!'
참 신기한 일이다.
아이가 어릴 적 나와 참 많이 닮아서,
종종 거울 보듯 아이를 보게 된다.
그리고 나 어릴 적 우리 엄마를 떠올린다.
딸 덕분에 엄마 생각도 한다.
엄마 생각보다는 딸 생각을 더 많이 하겠지만
그래도 아이 덕분에 이전보다 더 자주 엄마를 떠올린다.
그리고 나는 엄마에게 어떤 딸일까 궁금해하며
엄마가 나를 어떻게 사랑하셨는지 되새긴다.
아직도 어리고, 여리고
여전히 엄마 사랑을 고파하는 딸
때론 몸이 고단하고 지치기도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아이가 빨리 자라기를 바라지 않게 되었다.
더 못해준 것이 아쉽고 때론 미안하다.
오래, 많이, 함께 하고 싶어서 천천히 자랐으면 싶다.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환희가 있다.
어쩌면 뿌듯함이고,
어쩌면 놀라움이고,
또 어쩌면 그저 감사함이다.
아이 덕분에 무수한 감정의 구슬이 쌓인다.
어떨 땐 사리 같기도 하고,
어떨 땐 보석 같기도 한,
형형색색의 구슬들이다.
아침에 먹일 소고기 미역국을 끓였다.
아이가 갖고 싶어 한 선물도 포장했다.
좋아하는 온갖 단어를 가져다가 글씨도 썼다.
나의 사랑하는 이 마음이 아이에게 전달되기를 기도하면서.
환하게 웃는 딸아이를 상상하니
눈물이 핑 돈다.
"너의 생일이, 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많이 아팠고 무서웠고... 그리고 동시에 그 모든 것이 잊힐 만큼 행복한 날이었단다. 사랑해. 내 딸! 하나님이 내게 주신 가장 귀한 선물..."
(3년 전 오늘 글을 페북에서 옮겨적고)
오늘은 열다섯 딸의 생일입니다.
중학교 2학년이 막 된 딸아이는 이제 더 컸습니다.
3년 전의 일기에서보다 더 건강하고 씩씩하고
용감하게 잘 자랐습니다.
이제는 키도 나만큼이나 커버린 딸아이!
생일 맞은 오늘 아침, 딸을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은 시기를 지나는 중이라,
그저 포옹하고 토닥이며 짧은 인사를 건넸습니다.
“사랑해, 생일 축하해! “
우리는 지금도 함께
자라는 중이고,
여전히 딸 덕분에- 아들 덕분에-
저는 감사한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기대합니다.